“어쩜, 그 잠옷 참 잘 어울리겠네요. 이 원피스는 어때요? 5000원에 보물 가져가는 겁니다.”

정하상관 4층에 자리한 나눔터에서 자원봉사로 물품 판매에 열중하는 이병찬(61 사학) 동문은 손님이 찾아오기라도 하면 그냥 내보내는 법이 없습니다. 의류판매를 전담하는 까닭에 눈대중으로도 나눔터 내에 비치된 물건과 어울릴 만한 손님이 방문하면 척 꺼내 권합니다. 사람 대하는 수완이 대단하지만 장사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중학교 역사 과목 교사 출신입니다.

“파는 재미, 사람 만나는 재미, 젊은 학생들과 대화 하는 즐거움이 있다 보니 자원봉사한 지 11년이나 됐네요. 봉사자 10여 명이 하루에 2명씩 참여해서 나눔터를 지키고 있답니다. 요즘에는 재학생도 봉사 활동에 동참해주고 있어요.”

애교심으로 시작된 자원 봉사
나눔터가 2004년 3월 동문회관에 터를 잡고, 지난해 정하상관으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이 동문이 만 11년 넘게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었던 계기는 동기 모임이었습니다. 2004년 봄을 앞두고 동문회관 11층에서 61학번 여학생 동기 모임을 하던 도중, 옆 테이블에서 나눔터 발족 준비에 나선 모교 여교수협의회 회의를 참관하던 김미자(64 국문) 전 총동문회 사무국장이 자원봉사자로 나서줄 수 있는 지 의향을 물어온 게 계기였습니다. 2000년 온곡중학교에서 퇴직한 이래 여행과 동기 모임 등으로 시간을 보내던 차에 학교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된 셈이라 여긴 이 동문은 즉석에서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교통비나 점심식사 비용조차 지원되지 않는 말 그대로 자원봉사였지만 11년 동안 주 2회 봉사자로서 나눔터를 지키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서강은 모든 학생들을 도왔고, 가난한 학생은 더 많이 도와 주었어요. 볼펜이며 종이며 물품이 귀하던 시절 신부님들이 아낌없이 나눠 주셨죠. 교내 아르바이트도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하도록 하는게 방침이었어요. 다들 가난하다보니 모두에게 생활비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 셈이죠. 아르바이트라 해봤자 신부님들이 외국에 기금을 요청하는 편지를 쓰시면, 편지 봉투를 쓰거나 우표 붙이는 정도였죠. 무엇을 하더라도 학생을 배려해주는 마음이 정말 고마웠어요. 저는 나눔터 봉사를 통해 학교로부터 받았던 애정을 돌려드리는 것이랍니다. 나눔터에서 발생한 수익금은 모두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 장학금으로 쓰이니까요.”

학생 아끼는 마음, 그게 서강대학교
모교 2회 졸업생 모임인 강이회 활동에도 꼬박꼬박 참여하는 이 동문의 애교심은 무척이나 개인적인 경험에서 우러났으면서도 그러한 감동을 동기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그렇기에 한번 시작된 모교 자랑은 좀처럼 그칠 수 없다. 선배가 같은 학교 후배에게 학교 자랑하는 셈입니다.

“아무리 봐도 서강대만한 학교가 없어요. 학창 시절 시험 칠 때 시계가 없어서 시험 감독하시던 번브락 신부님께 시간을 여쭤 봤었죠. 그랬더니 칠판에 커다란 시계 그림을 15분씩 차이나도록 4장 그려서, 그 시각에 도달한 시계를 정면에 보여주셨어요. 또, 우리가 노고 언덕을 올라서 등교할 때면 아침에 안개가 많이 껴 있곤 했는데, 그 때마다 키 큰 헙스트 신부님이 랜턴을 들고 서 계셨어요. 학생들이 넘어질 세라 인간 등대가 되신 셈이죠. 학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계셨던 분들이 서강에 계셨죠. 요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해요. 그게 서강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