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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중동 전문가 박현도(85종교)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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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5-06-23 14:13 조회17,7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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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표면이 아니라 심층을 봐야 합니다 ”
박현도 (85 종교)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이슬람·중동 전문가로 손꼽히는 박현도 동문을 찾는 사람들이 최근 많아졌습니다. 아랍어와 페르시아어에 능통하고 이슬람·중동의 역사, 문화, 종교에 해박한 보기 드문 전문가, 박현도 동문을 고대 근동학과 성서학을 연구하는 주원준 동문과 본지 편집위원장 표정훈 동문이 함께 만났습니다.

먼저, 종교학과를 지원하셨던 동기가 궁금합니다. 어떤 남다른 이유라도?

사실은 제가 신부가 되고 싶어서 서강대 종교학과를 지원했어요. 잘못 안 거지요. 저는 ‘서강대가 가톨릭 계통 학교니까 서강대 종교학과는 신부 양성하는 학과겠구나’ 생각했다니까요. 성소(聖召) 모임에도 나가고 했는데, 당시 지도해주신 신부님께서 “신부는 되고 싶다고 되는 것도, 되기 싫다고 안 되는 것도 아니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야말로 성소(聖召)인 거죠.

모교 종교학과의 뛰어난 교수님들에게 참 많은 걸 배웠습니다만, 특히 정양모 신부님의 강의에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서강의 교풍이 엄격하면서도 자유롭지요. 종교학은 가톨릭 정신에 기반을 두면서도 학문적 자유가 폭넓게 보장되는 서강의 교풍에 딱 맞는 학문 분야라고 할 수 있어요.

가톨릭 신부가 될 생각까지 깊이 하셨던 분이 이슬람 연구자가 되셨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출발은 호기심이었지요. 희랍정교회 신부이자 작가로 유명한 콘스탄틴 비르질 게오르규가 쓴 『무함마드평전』을 읽었어요. 그 전까지는 무함마드에 관해서도, 이슬람에 관해서도 거의 아는 게 없었어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호기심이 크게 일어나는 겁니다. 1학년 여름방학 때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중앙이슬람성원에서 아랍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알면 더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더 잘 알게 된다’고. 이슬람과의 첫 만남은 지적(知的) 호기심이었지만 더 많이 깊이 알게 될수록, 평생 연구해볼 가치와 의미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굳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슬람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는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종교학과 김승혜 선생님께서도 유학을 권하셨습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무함마드의 종교체험을 주제로 논문도 썼습니다. 아랍어, 페르시아어에 독일어 또는 불어도 해야 했고 이슬람의 역사와 제도, 사상, 언어, 현대 등을 골고루 공부해야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종합적으로 또 체계적으로 이슬람을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관도 없고 풍토도 형성되어 있지 않지요. 나중에는 우연치 않게 기회가 닿아서 이란에서도 연구했습니다. 17세기 중국에서 작성된, 무함마드를 찬송하는 내용의 한문 텍스트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기도 했는데, 종교·문화의 교류라는 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박현도 동문을 찾는 곳이 많아지지 않았습니까? 아무래도 IS(이슬람국가) 사태나 중동 정세와 관련해서 전문가를 찾다보면 박 동문을 만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언론에서 중동 문제나 이슬람에 관해 코멘테이터 역할을 하기도 하고, 정부 관련 부처나 기관의 정책자문에 응하는 일도 전보다 많아졌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중동 전문가, 이슬람 전문가를 폭넓게 손꼽아도 10명 이내에 불과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전문가 풀(pool)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더구나 이슬람에 대해 우호적이거나 비판적이거나 하는 식으로 양극화 되어 있는 분위기입니다. 전문가들의 분야도 국제정치나 경제에 편중되어 있고 언어, 문화, 역사, 종교, 사회 같은 분야는 극소수에요. 표면적인 현상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한층 더 깊이 들어가자면 역사, 언어, 종교, 문화를 봐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저에게 자문하거나 분석을 부탁해오는 경우가 느는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중동과 이슬람을 깊이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까?

작년 말에 외교부가 ‘중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표방하는 메나(MENA) 클럽을 발족시켰어요. 메나는 중동과 북아프리카(Middle East and North Africa)를 뜻하는 영문의 머리글자를 따서 이뤄진 말이지요. 저도 속해 있습니다만, 외교부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와 중동 간 관계가 확대, 발전할수록 역사와 문화, 언어, 종교 측면의 이해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우리나라는 유엔 안보리의 비상임이사국으로 1996~1997년에 활동했고, 2013년부터 2년 간 다시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유엔 외교 활동은 북한 문제, 이른바 한반도 문제에 치중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주력해야 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유엔 전체 차원에서는 한반도 문제는 수많은 주제들 중 하나에 불과하거든요. 비상임이사국은 전 세계의 문제를 다뤄야 하는데 중동 문제의 비중이 무척 큽니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외교 무대에서 영향력이 커질수록 중동 문제를 깊이 이해하는 게 중요해집니다.

모교인 서강대는 어떻습니까? 제 기억으론 학교 다닐 때 이슬람이나 중동에 관해 배울 수 있는 강의가 없었던 것 같은데요.

현대중동의 이해나 아랍어 같은 교양과목을 개설하는 데 나름대로 힘을 보탰습니다만, 예상치 않게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수강 신청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 걱정도 했는데 기우였어요. 중동과 이슬람 관련 주제들이 언론에 주요 이슈로 자주 다뤄진 것이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만, 관심의 출발이 어떻든 그런 관심을 심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되면 좋겠습니다. 외교부에서 지역 전문가를 선발해서 임용하는 제도가 있습니다만, 후배들이 서강대에서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그런 분야에서 특히 중동 파트에서 활동하게 되는 날을 꿈꿔보기도 합니다.

모교가 일찍부터 국제화 수준이 높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만, 사실 엄밀히 말하면 영미권이나 유럽권 위주의 국제화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메나클럽에 관해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진정한 국제화랄까 세계성이랄까 하는 것은 세계의 다양한 지역과 문화를 이해하고 포용할 줄 알아야 가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강의 국제화가 훨씬 더 다변화, 다양화되는 방향으로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모교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만 보더라도 국적이 정말 다양하거든요. 동문 여러분도 이슬람이나 중동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지역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보신다면 ‘진정한 세계인의 시선’으로 세계를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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