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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가난한 사람’ 故정일우 신부 영결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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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6-30 13:52 조회14,1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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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오후 7시 40분 선종한 예수회 정일우(존 V. 데일리) 신부의 영결미사가 6월 4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 성당에서 봉헌됐다. 세상에 온 지 79년, 한국에 온 지 54년 만에 서강의 곁을 떠나는 자리에는 사제, 수도자, 동문, 지인 등 500여 명이 모여 고인을 배웅했다. 성당 2, 3, 4층을 가득 메운 이들은 가슴 깊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신원식 예수회 한국관구장 신부는 미사를 집전하면서 병환 중인 정일우 신부와 나눈 일화를 전했다. 신 신부는 “정 신부님은 1년가량 치료하면 병이 나을 것으로 보고, 관구장인 나에게 빨리 나아서 캄보디아에 가고 싶으니 그곳으로 보내 달라고 말했다”라며 “늘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 했던 분이어서 제가 보내드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캄보디아에 가시지는 못했지만 후배 신부들이 캄보디아에서 대신 열심히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분의 사랑이 내 마음 속에 남아 있으면, 그분은 우리 가슴 속에서 영원히 살아계실 것이다”라며 “정 신부님을 위해 기도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분이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시길 청한다”라고 덧붙였다.

모교 사회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고인과 함께 빈민사목을 해온 예수회 박문수 신부는 강론에서 고인을 회상했다. 박 신부는 “예수회 수련장 시절 정일우 신부는 수련수사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달동네를 체험하도록 했는데, 이런 권고에 항의하는 수련자에게 이것을 배우지 못하면 예수회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라며 “항상 몸으로 실천할 것을 강조했고, 청계천 판자촌에서, 양평동 판자촌에서, 복음자리 마을에서, 상계동에서, 괴산에서 빈민이나 농민들과 살면서 마치 어머니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와 생명을 주면서 우정을 나누어 왔다”라고 전했다.

정일우 신부에게서 주교 서품 피정을 받았던 이병호 주교(전주교구)는 추도사에서 “예수회 이냐시오 성인의 영성수련이 낳은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뿐만 아니라 정일우 신부도 마찬가지다”라며 “이런 분들을 조금이라도 닮아보려 했는데, 나는 껍질만 닮고 정 신부님은 속알을 닮아서, 그분을 보면 예수님을 직접 뵙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조사(弔辭)는 상계동부터 고인과 빈민활동을 함께 한 손인숙 수녀(성심수녀회)와 빈민운동의 대부 故제정구 씨의 부인인 신명자 복음자리 이사장이 맡았다. 손 수녀는 정일우 신부의 삶을 세 단계로 나누어 첫째가 가난한 이들을 돕는 시기, 둘째는 빈자와 함께 하는 것으로 충분했던 시절, 셋째는 실제로 가난한 사람이 된 시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빈자를 위한 삶, 가난한 사람과 마주하는 삶을 살면서도 우리에게 ‘그들과 그냥 함께 살아라. 무슨 일을 하려 들지 말라’라고 말씀해 적잖이 당황했는데 ‘내가 도움을 주는 게 아닌, 나에게 그들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서서히 체험하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신 이사장의 조사는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정 신부를 회상하며 “우리의 영혼을 휘저은 분, 시시하게 살지 않은 분, 언제나 100%였고, 당신의 사랑을 몽땅 보여주고 몽땅 주고 가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부님은 아이들과 물장난을 쳐 온 집안을 난장판을 만들어놓던 개구쟁이였고, 사람들과 날밤을 새워 이야기하고, 온종일 어울려 춤을 추는 끼가 넘치는 분이었고, 무엇이든 온전히 몽땅 줘버리는 그 분의 영성과 자유로운 품속에서 부족한 우리들이 커왔다. 신부님을 만난 것 자체가 축복이었다”라며 울먹였다.

글=이창섭(84 국문) 사무국장
사진=김성중(01 신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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