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 사학 1994 응답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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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6-05 09:58 조회12,71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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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이와 쓰레기, 칠봉이가 어울리고 썸도 타던 ‘응답하라 1994’ 신촌하숙집에서 찻길 하나만 건너면 우리 아지트였다. 가든호프, 가든2호프, 물레야, 막집, 옹고집, 순대와 떡볶이를 먹으며 독후감 불마감을 하던 엑스라운지, 알바트로스 뒤편으로 펼쳐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던 잔디밭 청년광장.
그곳에서 ‘史94’라는 암호명으로 통했던 우리들이 2월 22일 거구장(소구장도 아닌!)에서 다시 뭉쳤다. 입학 10주년을 맞아 2004년 봄에 만난 지 다시 10년 만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파릇파릇했던 모습들이 10년 동안 또 얼마나 변해있을까 궁금하면서 옮긴 발걸음.
더러는 머리 훌렁 벗겨지고, 흰머리도 쑥쑥 나고, 얼굴에 주름도 졌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양호(?)한 겉모습들에 다들 놀라면서도 반가워했다. 스무 해 전 새내기 새로배움터 첫날밤 어색하고 쑥스러운 모습으로 자기소개를 하던 것처럼, 각자 국수전골과 과메기가 한 상 차려진 테이블에 둘러앉아 한 명씩 일어나서 인사 건넸다.
누군가의 엄마 혹은 아빠, 조직의 소중한 구성원, 어엿한 사장님, 선생님, 저마다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를 이고 낑낑대며 살아가다보니 어느 새 마흔 문턱. “입학 때부터 지금까지의 흘러간 시간만큼 더 지나면 환갑이라는 사실이 끔찍하지만”(박준영), “가끔씩은 자기 앞에 붙은 타이틀 다 내려놓고 20년 전으로 돌아가 뭉칠 수 있다는 게 기쁘고”(하현), “자신의 위치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김상훈), 자기 몫을 다 하며 사는 모습들이 보기 좋아 기분 좋은 저녁”(박소라)이었다.
거구장을 나와서 카스타운과 옹고집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밤은 깊어갔다. 낯선 수능시험, 오렌지족, 유럽 배낭여행, 통한의 월드컵 볼리비아 전, 015B의 ‘신인류의 사랑’, 전쟁의 공포, 성수대교 붕괴. 대학 새내기 시절은 원래 다 그렇게 온갖 일들이 복작복작하게 일어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우린 그 어느 세대보다도 용광로처럼 펄펄 끓었던 해에 대학 첫 해를 고스란히 갖다 바쳤던 것이다. 우리의 전공답게 뜨거웠던 새내기 시절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그래서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우린 언제든 응답할 준비가 돼있었다.
깊은 밤 집으로 향하는 ‘史94’들의 손에는 앞장서서 모임을 준비한 친구들이 마련한 예쁜 20주년 머그컵이 쥐어졌다. 물론 조금씩 정성을 모아서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동문회에 기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밤을 새워도 못다 할 얘기들은 2월 23일부터 스마트폰 네이버 밴드를 통해, 이 날 못 온 친구들까지 어우러져 지금도 시시각각으로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세상 참 좋아졌다.
글·사진=정지섭(94 사학)
그곳에서 ‘史94’라는 암호명으로 통했던 우리들이 2월 22일 거구장(소구장도 아닌!)에서 다시 뭉쳤다. 입학 10주년을 맞아 2004년 봄에 만난 지 다시 10년 만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파릇파릇했던 모습들이 10년 동안 또 얼마나 변해있을까 궁금하면서 옮긴 발걸음.
더러는 머리 훌렁 벗겨지고, 흰머리도 쑥쑥 나고, 얼굴에 주름도 졌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양호(?)한 겉모습들에 다들 놀라면서도 반가워했다. 스무 해 전 새내기 새로배움터 첫날밤 어색하고 쑥스러운 모습으로 자기소개를 하던 것처럼, 각자 국수전골과 과메기가 한 상 차려진 테이블에 둘러앉아 한 명씩 일어나서 인사 건넸다.
누군가의 엄마 혹은 아빠, 조직의 소중한 구성원, 어엿한 사장님, 선생님, 저마다 가볍지 않은 삶의 무게를 이고 낑낑대며 살아가다보니 어느 새 마흔 문턱. “입학 때부터 지금까지의 흘러간 시간만큼 더 지나면 환갑이라는 사실이 끔찍하지만”(박준영), “가끔씩은 자기 앞에 붙은 타이틀 다 내려놓고 20년 전으로 돌아가 뭉칠 수 있다는 게 기쁘고”(하현), “자신의 위치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김상훈), 자기 몫을 다 하며 사는 모습들이 보기 좋아 기분 좋은 저녁”(박소라)이었다.
거구장을 나와서 카스타운과 옹고집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밤은 깊어갔다. 낯선 수능시험, 오렌지족, 유럽 배낭여행, 통한의 월드컵 볼리비아 전, 015B의 ‘신인류의 사랑’, 전쟁의 공포, 성수대교 붕괴. 대학 새내기 시절은 원래 다 그렇게 온갖 일들이 복작복작하게 일어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우린 그 어느 세대보다도 용광로처럼 펄펄 끓었던 해에 대학 첫 해를 고스란히 갖다 바쳤던 것이다. 우리의 전공답게 뜨거웠던 새내기 시절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그래서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우린 언제든 응답할 준비가 돼있었다.
깊은 밤 집으로 향하는 ‘史94’들의 손에는 앞장서서 모임을 준비한 친구들이 마련한 예쁜 20주년 머그컵이 쥐어졌다. 물론 조금씩 정성을 모아서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동문회에 기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밤을 새워도 못다 할 얘기들은 2월 23일부터 스마트폰 네이버 밴드를 통해, 이 날 못 온 친구들까지 어우러져 지금도 시시각각으로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세상 참 좋아졌다.
글·사진=정지섭(94 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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