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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가족, 두해째 원로신부 문안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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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2-04 18:02 조회27,5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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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행복 엔도르핀’이 샘솟는 문안인사가 있었습니다. 1월 4일 새해 첫 토요일 점심 무렵, 예수회 원로신부들이 요양하는 종로구 평창동 성 이냐시오 집은 30여명의 ‘화요가족’ 식구들이 내뿜는 ‘힐링과 긍정의 에너지’로 꽉 찼습니다.

 

작년에 이어 2년째 새해 첫 모임으로 이곳을 찾은 화요가족은, 고(故) 프라이스 신부를 따르는 동문들이 1976년 10월 결성한 모임입니다. 주로 화요일에 모여 화요가족(火家會)으로 불립니다. 정훈(70 신방) 동문이 회장으로 모임을 이끌고 있으며, 총무는 문영주(76 이화여대 심리학과) 씨가 맡아 20년째 봉사해왔습니다.

 

이들은 정일우(Fr. John V. Daly), 신성용(Fr. Christoper Spalatin), 민기식(Fr. McIntosh) 원로신부에게 새해인사를 드리고, 준비해온 푸짐한 음식과 떡국으로 오찬을 들며 화목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웃어른을 찾아 안부를 여쭙는 화요가족 식구들의 마음씀씀이가 착했습니다.

 

평소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을 유지하던 ‘96세 청년’ 박고영 신부는 안타깝게도 폐렴 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정밀검사를 받느라 새해인사를 받지 못했습니다. 정일우 신부도 건강이 나빠졌고, 프라이스 신부를 추억하는 회고발언을 길게 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휠체어에 기대어 “반갑습니다” 한마디도 힘들어 했습니다.

 

이날 특별히 참석한 장의균(70 신방) 동문은, 예수회 사회사도직을 맡아 도시빈민운동을 벌인 정일우 신부와 청계천 달동네와 보금자리 주민들을 도운 오래된 인연이 있어 더욱 각별했으나 거동이 편하지 않는 정 신부 모습에 가슴이 먹먹할 뿐이었습니다.

 

핼쑥해진 신성용 신부는 “여러분을 환영한다. (작년에 이어) 이렇듯 재회하니 기쁘다”면서 끝까지 자리를 지켜, 화요가족 모두 기뻐했습니다. 민기식 신부는 “프라이스 신부와 정일우 신부가 자란 곳은 미국에서도 시골, 깡촌이었다. 가도가도 옥수수, 콩밖에 보이지 않았고 두 분은 등교할 때도 말을 탔다”며 특유의 유머로 모두를 웃겼습니다.

 

성 이냐시오 집 안정호 원장신부는 인사말에서 “매번 맛있는 음식을 가져와 성찬을 함께 해주니 감사하다”면서 “화요가족 모임이 오래 지속되는 이유는, 선종한 프라이스 신부에 대한 지순한 기억을 넘어 그분에 대한 존경과 믿음이 모여 힘이 되는 것 같아 놀랍기 그지없다”고 덕담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피정을 마치고 바로 도착한 김정택(71 철학) 재단이사장 신부의 말에서도 확인됐습니다. “긍정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화요가족 모임이 너무 좋다. 1960년대 서강의 초창기 에너지는 예수회 신부들의 제자사랑이었다. 자신의 삶을 오롯이 바쳐 가족처럼 제자들을 대한 ‘인간적 배려심’이 서강정신이었는데, 그 정신이 놀랍게도 화요가족에 남아 주변으로 확산되는 것을 느낀다. 다른 모임에 없는 무언가 특별한 에너지가 화요가족에 살아있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품평했습니다.

 

부부가 함께 온 이용규(언론대학원 6기) 동문은 “97년 화가모임에 합류했는데, 마음을 울리는 가장 소중한 모임”이라며 “알콩달콩 지내는 가족 같은 분위기가 늘 좋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부부동반으로 참석한 김은래(77 영문) 동문은 “화요가족 모임에 오면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반성과 성찰을 하게 된다. 지친 마음이 치유되는 힐링 모임”이라며 “젊은 오빠 같았던 신부님들이 쇠잔해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늘 건강하시라”고 소원했습니다.

 

연락과 요리를 맡은 이경진(90 종교) 동문은 “작년 방문이 너무 좋아 ‘올해 또 가자’는 게 중론이어서 행사 준비하는 내내 기분 좋았다”는 소감을 밝힌 뒤 “50년 전 한국에 온 예수회 신부들이 뿌린 씨앗이 싹을 틔워 자란 것이 우리다. 우리는 잘 살아야 한다고 늘 다짐한다. 내년 새해모임 때는 박고영 신부님도 건강한 모습으로 계시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랜만에 참석한 이현정(92 영문) 동문은 “프라이스 신부님한테서 늘 큰 도움과 선물을 받았는데, 96년 결혼할 때 주례까지 서 주셨다”면서 고인을 회고하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습니다. 앞서 자기소개를 끝낸 남편 최진영(석사 92 컴퓨터) 동문이 곁에서 어깨를 토닥여주었습니다.

 

성 이냐시오 집에서 원로신부들을 보좌하는 이창현(96 신방) 수사는 “프라이스 신부님이 일일이 영어발음을 교정해주신 덕분에 영어연설 대회에서 상까지 받았다”며 “그분에게 배운 대로 조건 없이 나누는 삶을 살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참석자들은 돌아가며 새해 인사말을 전했고, 디저트로 각자 준비해온 케이크, 초콜릿, 쿠키, 원두커피, 과일, 와인을 먹으며 덕담을 주고받았습니다. 미국 시애틀에서 타향살이하는 신현선(87 컴퓨터) 동문은 이번에도 맛있는 초콜릿을 공수해주었습니다.

 

각자 준비해온 33개의 선물을 골고루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제비뽑기로 선물을 뽑되 본인 아닌 바로 옆사람에게 주는 ‘선물 릴레이 증정’이 독특했습니다.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고, 이웃이 바라는 선물을 뽑고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에서 작은 나눔이 큰 기쁨으로 커지는 행복한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이어 ‘작은 성의’로 성 이냐시오 집 원장신부에게 커피메이커와 원두커피를 드렸습니다. 에티오피아 소녀가장을 돕는 오인숙(60 영문) 성공회 수녀사제와 필리핀 태풍피해자를 돕는 기쁨나눔재단의 염영섭 신부에게는 50만원씩을 전달하며 작은 보탬이기를 바랐습니다.

 

마지막 인사는 예배실에서 했습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뒤 둥글게 선 뒤 돌아가면서 포옹하고 격려하는 화요가족 특유의 ‘특별한’ 새해인사를 나눴습니다. 올 때보다 2~3배는 더 행복해보였습니다.

 

신년모임에 참석한 사람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정호 원장신부 △정일우 신부 △신성룡 신부 △민기식 신부 △서근철 신부 △김주찬 수사 △이창현(96 신방) 수사 △김정택(71 철학) 재단이사장 신부 △오인숙(60 영문) 성공회 수녀사제 △김미자(64 국문) △정훈(70 신방) △장의균(70 신방) 부부 △장창원(MBA 3기) 부부 △문영주(76 이화여대 심리학과) △김은래(77 영문) 부부 △현경자(77 영문) △이용규(언론대학원 6기) 부부 △남궁찬(언론대학원 6기) 부부와 자녀 △이창섭(84 국문)-마유미(84 사회) 부부 △김은희(88 사학) △이경진(90 종교) △이현정(92 영문)-최진영(석사 92 컴퓨터) 부부 △임효진(93 영문) 가족 △임지영(97 신방) 동문


<이날 특별히 참석한 장의균(70 신방, 맨오른쪽) 동문을 학과동기 정훈(70 신방, 가운데) 화요가족 회장이 민기식 신부에게 소개하고 있다>


<떡국 식사를 마치고 새해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회는 정훈 회장이 맡았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성 이냐시오 집 안정호 원장신부>


<20년째 헌신 봉사하는 영원한 총무 문영주(76 이화여대 심리학과) 씨>


<핼쑥해졌으나 재회의 기쁨을 전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킨 신성용(Fr. Christoper Spalatin) 신부>


<특유의 유머로 분위기를 돋우는 민기식(Fr. McIntosh) 신부>




<건강이 나빠져 휠체어에 의지한 정일우(Fr. John V. Daly) 신부와(윗쪽 사진)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던 젊은 시절의 건강한 모습>


<김미자(64 국문) 전 총동문회 사무국장. 김 국장은 “프라이스 신부와는 해외연수 장학생을 선발할 때 인연을 맺었는데 학생을 대하는 따뜻함이 언제나 감동적이었다”며 “신부님을 기억하며 화요가족 식구가 된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소녀가장을 돕는 오인숙(60 영문) 성공회 수녀사제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감사의 카드를 문영주 총무와 함께 읽는 모습>


<필리핀 태풍피해자를 돕는 기쁨나눔재단의 염영섭 신부를 대신해 김정택(71 철학) 재단이사장 신부에게 성금을 전달했다. 염 신부는 성금을 필리핀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의 SLB재단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선물 나눔의 단란한 장면. 옆 사람이 바라는 선물을 뽑고자 노력하는 모습에서, 작은 나눔이 큰 기쁨으로 커지는 행복한 순간을 경험했다>


<둥글게 원을 그리고 서서 돌아가면서 포옹하고 격려하는, 화요가족 특유의 ‘특별한’ 새해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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