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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나]조민호(81사학)-50주년 와인의 풍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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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유진 작성일09-03-20 13:56 조회9,7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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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나 5. 조민호(81 사학) (주)디케이미디어/폴라리스방송 디지털연구소장 
기념와인의 풍미風味, 마셔보면 압니다

개교 50주년 기념와인‘세븐힐 셀러스 쉬라즈 2006’을 개봉하면서 소주에 버금가는 높은 알코올 도수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무리 호주산이라지만 15.8도라니! 주정강화와인을 제외하고 이 정도 도수의 스틸와인은 처음 접했기에 궁금함이 더했다.

와인 향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바로 ‘이 와인 재미있네~’였다. 잔을 코로 가져가 농익은 과일 향이 다가왔고, 뒤이어 알코올 기운이 넘치면서 코를 감쌌다. 예상했던 일이다. 조금 뒤에는 알코올 기운 위로 초콜릿향을 비롯한 오크 숙성향이 다가왔다. 유칼립투스도 느껴졌다. 맛을 보니 향과 비슷한 느낌이 혀에서 감지됐다. 드라이하지만 높은 알코올 도수 덕분인지 약간 달큰한 느낌이었다. 놀라운것은 신맛(산도)이 적절하게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외였다. 

‘주석산을 섞어서 산도를 맞췄나? 예수회 와이너리라 그러진 않았을 듯 싶은데….’ 궁금증이 생겨서 학창시절 공부하던 지리부도와 휴 존슨이 저술한 ‘와인 아틀라스’를 펼쳤다. 그랬더니 이해가 됐다.

기념와인 산지인 클레어밸리는 마운트로프티 산맥의 기슭 500m 고지에 위치한데다 밸리가 남북으로 이어져 있다. 알래스카 한류로 인한 신선하고 서늘한 바닷바람이 나파밸리를 적시듯, 남극에서 올라와 호주 남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한류가 서늘한 바람을 일으키면서 클레어밸리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신세계 해양성기후 와인산지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미세기후다 보니, 낮의 뜨거움은 포도의 당도를 높이고 저녁과 새벽의 서늘한 바람과 고도는 산도를 유지해 주고 있었다.

와인을 조금 남겨 마개로 막은 뒤 냉장고에 이틀을 놓아두고 다시 마셨다. 여전한 구조와 골격 느꼈다. 다른 와인보다 셀러에 더 오래 보관해도 괜찮아 보였다.

와인의 매력을 알게 되기까지
사실 예전에는 와인 역시 내게는 닥치는 대로 마셨던 술의 일종에 불과했다. 1981년 모교 입학때 술은 나의 일상이 었고 거의 술독에 빠져 살았다 싶을 정도였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매일경제신문 기자로 재직할 때 ‘주당’소리를 달고 다녔다. 다양한 실험도 곁들여 마셨다. 막걸리와 맥주 ‘패스포트’를 섞어 마시면서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란 뜻으로 ‘이스탄불주’라 이름지었다. 속칭 ‘드라큐라주’는 너무 독한 탓에 ‘세미드라큐라주(맥주+양주+와인)’를 만들었다. 마시다보니 색깔이 정말 예뻐서 ‘육색주’라 불렀다. 

그러던 와중에 매일경제신문사에서 함께 근무한 이주호(72 무역) 선배와의 인연이 와인을 알아가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2000년 8월 4일, 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귀국신고 겸 점심식사 자리에서 이 선배는 내게 책을 한 권 주셨다. 선배가 저술한 ‘이제는 와인이 좋다’라는 와인 입문 서적이었다.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와인이 그리도 다양하고 그렇게많은 향이 날 수가 있는지, 와인이 인류 문화와 역사의 거울이며 종합 콘텐츠라고까지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그렇지만 책을 보며 와인을 찾아 마시다보니 의구심은 사라졌다. 와인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고, 어느새 식탁에는 보리차가 있어야 할 자리를 와인이 차지했다. 캠퍼스 커플로 시작해 지금까지 같이 삶을 함께 하고 있는 옆지기와 즐기는 주말 식탁은 와인 테이스팅 자리가 됐다. 와인과 더불어 생활하는 자체가 기쁨이었다.

생활의 동반자가 된 와인
요즘 차하순 교수님의 서양사총론을 열심히 읽고 있다. 지리서적과 세계지도를 옆에 두고 해류의 흐름·기후·날씨등을 보고 지세와 지형을 살피며 토양까지 따져 가면서 떼루와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와인 전문가는 아니지만 와인은 뒤늦게 발견한 삶의 즐거움이 됐다. 어느새 생활의 동반자 관계가 되었다고나 할까.

와인을 알아갈 때는 우선 와인을 마시면서 해당 와인과 관련된 내용의 서적을 찾아 읽는다. 인터넷을 뒤지고, 테이스팅 노트를 작성하면서 비슷한 향을 찾아 아로마키트의 작은 병에 코를 박고 킁킁대고 확인한다. 와인과 관련된 어떠한 자격증이나 경력도 없지만 늘 관심을 두고 있다. 시음 행사가 있으면 가서 맛보고, 해외 출장가면 와이너리를 찾아다닌다. 책을 구해 읽고 국내에 없는 와인 관련 DVD라도 챙겨서 본다. 와인 관련 강좌를 찾아서 ‘수료증’이나 ‘이수증’을 받기도 했다. 체계적으로 배워서 와인업계에서 활약하는 전문가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그렇기에 언젠가 와인을 생업으로 삼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와인을 즐기는 지금만으로도 충분하다. 직업이든 아니든하루 일을 끝내고 마시는 한 잔의 와인과, 그 와인이 내 몸에 불어넣어 주는 생기가 소중하다는 사실은 변함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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