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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명강의 - ④ 김명식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교수‘ 누가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죽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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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11-15 11:49 조회13,3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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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멋진 강사가 재미난 이야기를 곁들여 가며 어려운 개념을 알려주는 게 명강의라 생각했다. 쉽고 재미있어야 하는 게 명강의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강의를 듣고 나서 단지 재미있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굳이 강의를 듣기보다 콘서트나 영화관을 찾는 게 더욱 즐거운 일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명식(80 물리) 교수님을 만난 것은 1993년 가을 학기 모교에서였다. 늘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었던 연구실을 기웃 거리기 시작한 시절, 양자광학 연구실에는 유난히도 연구와 강의준비에 열을 올리시는 교수님이 계셨다. 1994년 쯤 교수님은 물리학과 교내 세미나에서 ‘누가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죽였을까?’라는 제목의 특강을 하셨다. 맨 처음 들었던 교수님 강의에서 당시 절반 정도 밖에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 강의를 통해 수 년 동안 물리학을 공부했음에도 내가 얼마나 양자역학에 대해 무지했던가를 알게 됐다.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하는 게 좋을지 깨닫게 해준 강의 덕분에 20년이 지난 지금도 양자역학문제들로 연구실에서 시름하며 지내고 있다.

올바른 질문으로 누군가의 삶을 바꾸며 오랫동안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게 되는 강의가 명강의다. 그런 점에서 교수님의 강의는 단순히 지식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질문으로 올바른 문제인식을 깨우쳐 주기에 명강의다. 나아가 성실하게 강의를 준비하시면서도 교수님은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시거나 새로운 분야를 참신하게 강의하시는 데도 적극적이시다. 영국에서 물리학의 시각으로 경제 흐름을 읽어내는 ‘Financial Mathematics’ 강의를 하셨을 정도다.

교수님은 여전히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과연 누구 때문에 죽었는지를 연구하고 계신다. 20년전 강의에서는 “열(Temperature)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죽였다”라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지 기회가 되면 여쭙고 싶다.

손원민(91 물리) 모교 물리학과 교수

김명식 교수는 누구인가
모교에서 물리학 학사 취득 이후 영국으로 건너가 에식스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런던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양자광학을 전공한 이론 물리학자로서 1990년 9월 모교에 부임해 10년 동안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영국 퀸스대학교를 거쳐 2009년부터 임페리얼 칼리지 교수로 재직중이다. 임페리얼 칼리지는 케임브리지, 스위스 연방공과대학과 더불어 3대 유럽 물리학 연구 기관으로 손꼽힌다. 현재 이곳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광학 연구 그룹을 이끌며 광학과 양자이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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