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슬로건으로 잘 알려진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가 애교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라기보다 동문 간의 우애를 드높이자는 취지로 창작됐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지금까지 故길로련 초대 학장이 만든 표현으로 알려져 있던 해당 슬로건의 원저작자가 50여 년 만에 총동문회로 알려옴으로써 드러난 내용입니다.

동문의, 동문에 의한, 동문을 위한 슬로건

안우규(60 영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는 “1964년 1월호 서강옛집을 창간하면서 영어로 ‘Be proud to be part of Sogang as Sogang is proud of being part of you’라고 동문회보에 적어 넣었다”라며 “대부분 길로련 신부님이 만든 슬로건으로 잘못 알고 있다는데 분명히 제가 만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안 동문은 “원저작자를 따지기보다 사실 계는 분명히 해야겠다는 푸근한 정에서 밝힌다”라며 “동문의, 동문에 의한, 동문을 위한 동문회보를 만들면서 적당한 슬로건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동문회는 1회 졸업식이 예정된 1964년 2월을 앞두고 1963년 11월 말경 조직됐습니다. 윤진호(60 경제) 동문이 초대 동문회장으로 선임됐고, 안우규 동문이 총무로 뽑혔습니다. 당시 동문회는 학생처 소관 업무로 출범해 운영비를 지원받았습니다. 학생처장은 길로련 초대 학장이 맡았고, 서정호 명예교수가 학생차장이었습니다. 안 동문은 미국 유학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학비도 모을 겸 학생처 직원으로 사회생활에 나섰습니다.

안 동문은 “사실 1회 졸업생 모두가 학교에 무한 애정을 갖는 건 아니었다”라며 “그도 그럴 것이 졸업해도 우릴 이끌어줄 선배가 있지도 않고, 학교 인지도도 부족하다보니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안 동문은 또 “유럽과 일본에서 공부했던 신부들과 미국에서 수련했던 예수회 신부 사이에 학교 운영 방법을 놓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던 알력이 초기에 존재했다”라며 “서양식으로만 학교를 꾸려나가려는 행정 처리 방식에 항의해서 퇴학 당한 학생이 있었을 정도였던 만큼, 모든 졸업생이 학교에 대해 소속감과 무한애정을 갖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래서 안 동문은 길로련 신부가 동문회보 창간을 의뢰하자 애교심보다는 동문들끼리 잘 지내자는 취지로 동문회보를 만들었습니다. 학교 소식을 간단히 전하면서 동문끼리 서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소식지였습니다. 매호 100여 장을 ‘가리방’으로 인쇄했으며, 본관 건물을 스케치한 그림과 ‘서강옛집’이라는 부제를 적어 넣은 다음 슬로건을 새겨 넣었습니다. 17회에 걸쳐 월간으로 서강옛집을 제작한 뒤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직접 만든 슬로건에 자부심 느껴

안 동문은 “학교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자는 의미보다 같은 학교를 다닌 동문들끼리 ‘서강의 한 부분’으로 만났던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사회 생활할 때 유대감을 갖자는 의미로 만든 슬로건이었다”라며 “이후에 길로련 신부님이 ‘to be part’라는 부분은 삭제하자고 하셔서 이후부터 ‘Be as proud of Sogang as Sogang is proud of you’가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동문회보가 아직 발간되고 있고, 당시 슬로건이 아직까지 쓰이고 있다는 데에 무척 자부심을 느낀다”라는 안 동문은 “비록 지금은 학교 슬로건처럼 사용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동문이 서로 단합하자는 취지로 만든 구호였음을 알아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첫 번째 사진 : 학창시절 은사였던 故김태관 신부 흉상 옆에서 포즈를 취한 안우규(60 영문) 동문>
<두 번째 사진 : 1964년 1월 발간한 제1회 동문회보 서강옛집에 안우규 동문이 창작한 슬로건이 게재돼 있다>



 


<본인이 직접 만든 서강옛집 1호~17호를 합쇄보관본으로 50여년만에 다시 보는 안우구 동문의 얼굴빛이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