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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주(84 사학) 안선희(84 사학) 박성욱(12 국제인문학부) 동문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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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04-02 20:47 조회14,7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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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 정신, 우리 가족이 이어갑니다”

2월 21일 체육관에서 열린 2012학년도 모교 입학식에서 박성욱(12 국제인문학부) 군이 1800여명의 신입생을 대표해 입학선서에 나섰다. 박 군은 태어난지 100일 만에 척수신경성 근위축증 판정을 받은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인까닭에, 선서는 아버지인 박정주(84 사학) 동문과 어머니인 안선희(84 사학) 동문이 도왔다. 박군이 “저희들은 학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학칙을 준수하고, 학문 연구와 인격 도야를 본분으로 삼아 자랑스러운 서강인이 될 것을 선서합니다”라고 선서하자 이종욱(66 사학) 총장은 직접 연단에서 내려와 선서문을 건네받았다. 신입생들과 학부모들은 감격어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원래 신입생이 선서문을 읽고 난 다음 연단에 올라가서 총장님께 건네 드려야하거든요. 아이가 걸을 수 없으니 아버지인 제가 대신 전해드릴 요량이었죠. 그런데 혹시라도 은사이신 총장님이 절 알아보시고 ‘자네가 여기 어떻게 왔느냐’라며 놀라실까봐 입학식 하루 전날 찾아뵙고 상황을 설명 드렸답니다. 그랬더니 총장님께서 ‘그럼 내가 내려가면 되지’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아들 키우며 느낀 인간 존엄성 존중하는 서강 교육

감동적인 입학식으로 언론이 크게 주목했던 선서 장면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박정주 동문이 차근차근 설명하자 안선희 동문이 말을 이었다. 
 
“이사장님의 축사에 크게 감명 받았답니다. 따뜻한 인성을 가진 서강인이 되어달라는 당부를 신입생들에게 전하고 계셨죠. 이제 학교 후배이기도 한 아들 성욱이도 서강에서 가톨릭 정신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성욱이를 키우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것들이 모두 서강이 지켜나가려는 전통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고 남을 위해 사는 삶’을 가르치려는 교육 철학이, 규모는 작아도 흔들림 없는 서강으로 만드는 비결 같습니다.”

성욱 군은 눈동자를 움직일 수 있고 말하는게 자유로울 뿐 다른 모든 움직임은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인터뷰 중에도 “머리를 조금 왼쪽으로, 손은 책상 위에, 턱은 조금만 당겨주세요”라며 어머니에게 연신 요청했다. 동문 가족이 된 소감에 대해 성욱 군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책상 위에 ‘서강대학교를 꼭 가자’라고 써 붙여 두었습니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가장 잘 되어 있다는 게 큰 이유였고, 무엇보다 부모님이 모두 선배님인 학교니까요”라고 답했다.

부모님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된 게 어색하기도 하면서 자랑스럽다는 박 군은 국문학을 전공해 소설가가 되는 게 꿈이다. 이에 대해 아버지 박정주 동문은 “아들이 국문학에 뜻을 두고는 있지만 철학, 역사, 종교 등 이른바 문사철(文史哲) 전반을 열심히 공부하면 좋겠다”라며 “서강의 장점인 제대로 된 학문, 제대로 된 공부를 하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동성중학교 역사 교사인 박 동문은 “살아보니 대학시절 초반에 느꼈던 감흥이 인생에 아주 오래 영향을 끼친다”라며 “김열규 국어국문학 교수님이 내주신 원고지 140장짜리 숙제와 이기백 사학과 교수님이 서강을 떠나시면서 눈물 흘리시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라고 덧붙였다.

박 군은 몸이 불편할 뿐 낙천적인 데다가 유머 감각도 뛰어나다. 여섯 살 연상인 아버지가 어머니와 사귀게 된 과정에 대해 “3년 동안 시나브로 공을 들이다가 4학년 때 고백해서 커플이 됐다”라고 설명하자 “집에서 보면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먼저 대시한 거 같다”라고 농담할 정도다.

장애학생 배려하는 모교에 감사

박정주, 안선희 동문 부부는 모교가 장애학생 지원센터는 물론, 장애학생 보호자를 위한 쉼터도 마련해주고 있어서 무척 감사하다고 말했다. “학교가 마련한 여러 제도를 넘어서, 장애학생을 배려해주겠다는 마음을 우선 갖추고 있다”라며 “교직원들에게 요청했을 때 한 번도 ‘안됩니다’라는 대답을 들은 적이 없었던게 그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이동하기 편하도록 수업에 배정된 강의실을 조정해주기도 하고, 다른 학생들보다 넓은 강의실내 공간이 필요한 상황도 배려해줬다. 건물마다 장애인 화장실과 경사로가 갖춰져 있을 뿐더러, 수업마다 대필 도우미도 있다. 뿐만 아니라 입시 과정에서 특수교육대상전형을 통해 혜택도 주고 있으니 말이다. 안선희 동문은 “욕심을 좀 내면 성욱이가 서강을 빛낼 수 있는 동문이 되면 좋겠다”라며 “그 전에 캠퍼스의 낭만도 충분히 만끽해야겠죠?”라며 활짝 웃었다.

글·사진=정범석(96 국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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