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세계명문 가톨릭대 탐방 ⑥ 미국 마케트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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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10-25 15:16 조회13,99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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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되자’ 강조, 스스로 변하게 돕는다
필자인 박상훈(예수회 신부) 동문은 모교 대학원 철학과를 마치고 미국 마케트대학 대학원 철학과에서 공부한 뒤, 현재는 위스콘신대학(메디슨) 대학원에서 교육철학과 교육정책을 공부 중이다. <편집자>
마케트 대학 로고
1881년 미국 위스콘신 주 미시건 호수 옆 밀워키에 가톨릭 이민자 자녀들을 위한 대학, 마케트 대학(Marquette University)이 세워졌다. 미국에 설립된 예수회 대학들은 가톨릭 가치를 실천하면서 동시에 자신들에게 적대적이었던 미국 사회에도 적응해야 했다. 예수회 교육자들은 인간적으로 가치 있는 것들이 신앙의 진리와 떨어질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길게는 두 세기에 걸쳐 미국의 예수회 대학들은 그러한 가치와 진리의 결합을 위해 갈등하고 또 노력해왔다.
예수회 대학들이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는 분명하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하는 것과, 균형 잡힌 인간으로서 인격적 탁월함을 실현하며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핵심이 있고 나서야 많은 것들이 따라 나온다. 예수회 대학 교육자들이 이 핵심을 얼마나 진심을 다해 추구하는가에 따라, 그냥 대세를 따라 가는 대학인지 아니면 공동의 선과 인간의 ‘훌륭한 삶’에 투신하는 대학인지가 갈라진다.
입학 뒤 삶의 가치관 변화 경험
우리나라도 요즘에는 언론에서 대학 평가를 하곤 한다. 미국이 그러한 대학 평가의 원조라 하겠는데, 기본 전제는 ‘대학은 시장의 일부이고 연구는 생산품의 하나다’라는 것이다. 지극히 미국적인 전제인 셈이다. 그러한 평가에서 정작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빠진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런 평가는 어떤가? NASS(National Survey of Student Engagement)라는 조사인데, 바로 학생들의 학교 경험에 대한 평가다.
2010년 NASS에서 마케트 대학 4학년 학생들의 90%가 만약 다시 대학을 간다면 여전히 이 대학을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마케트 학생들 가운데 77%는 대학에 와서 삶에 대한 가치관과 윤리관이 크게 변화한 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참고로 미국 대학생들의 평균은 60% 정도다. 물론 이러한 학생들의 평가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평가는 여러 종류일테니 어느 한 평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러나 이것만은 분명하다. 교육은 객관화되는 지표 그 이상이라는 점이다. 마케트 학생들이 경험하는 변화에 대한 가능성은 예수회 대학 교육이 가야 할 방향을 보여 준다.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다르게 변화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당연하게 여기던 관례적인 관점이나 가치관 및 사유방식에서 벗어나,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경험하며 다르게 행동하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게 진정한 성장이다.
마케트 대학에서는 여러 분야 교수들이 여러 해에 걸쳐 개발한 ‘참여 학습(Engaged Learning)’이란 방법을 대학 전체에 적용하고 있다. 물론 모든 학습은 기본적으로 ‘참여’ 과정이 뒤따르지만, 마케트 대학은 1만 2000명 정도의 학생과 700여명의 교수들이 있는 크지 않은 규모라서 ‘참여 학습’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각 학문 분야마다 다른 이름을 쓰고 있는데 공대는 ‘발견 학습’, 경영대는 ‘응용 학습’ 등으로 일컫는다.
일단 이 방법에 따르면 교수의 역할을 강의와 연구로 나누는 전통적인 구분이 무의미해진다. ‘참여 학습’에는 엄밀한 연구가 따라 와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방법이 효과를 내려면 대학의 리더십과 투자가 필수적인데, 마케트 대학은 많은 예산을 이 부분에 집중해왔다.
‘참여 학습’의 다른 모범은 ‘핵심 공통 과목(Core Common Studies)’에 있다. 일종의 교양 교육이라 할 수 있는데, 2002년 마케트는 이 프로그램을 거의 전면적으로 수정했다. 학부 교육은 이 프로그램의 성공에 달려 있다고 할 정도로, 대학은 온 힘과 열정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 만든 과정은 인본주의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예수회 교육 전통에다 참여 학습과 학제 간 협력 성과를 더한 것이다. 예컨대 스페인어와 통계학을 한데 묶어 다문화 사회 현실을 이해하도록 하는 수업 방식은 놀랄 만하다. 이 교양 교육이 의도하는 것은 전인 교육(Education of the Whole Person)이다. 단순한 도덕 교육이 아니라, 지적 훈련과 감정 수련이 삶의 전체로 녹아들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이다.
참여학습으로 인격체 기른다
마케트 대학의 모토는 ‘다르게 되자(Be the Difference)’이다. 고백하건데 필자가 이 대학을 몇 년 동안 다니면서도 이 같은 모토를 크게 의식하지 못했다. 늘 긴장 속에서 살아남기에 급급한 유학생 처지여서 그랬던 모양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 경험했던 교육 환경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자 비로소 마케트 대학의 모토가 와닿았다.
교육은 충돌하는 여러 가치 바깥에 서있지 않다. 교육 자체가 문제의 일부이고 그 대답이다. 오늘날 많은 대학들이 성공, 경쟁, 탐욕, 차별 등과 같은 가치와 이념들에 순응하면서 그 안에 갇혀 있다면, 예수회 대학은 대안적인 정신과 가치를 세우면서 교육에 생기를 불어 넣을 수 있어야한다. 가톨릭 공동체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들은 ‘다르게’ 서 있어야 한다. 다시 한 번 마케트 대학의 모토를 떠올려 본다.
‘다르게 되자!’
박상훈(석사 84 철학) 예수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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