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학번, 홍천 두능산서 폭우뚫고 雨中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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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10-25 09:13 조회13,71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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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4학번 여덟 가구가 15일 강원도 홍천으로 1박2일 MT 겸 가을 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가족들과 물놀이, 온촌욕(浴)을 즐겼고, 폭우를 무릅쓴 빗속 산행도 경험했습니다.
모처럼 의기투합해 ‘탈(脫)서울’ 한 여덟 가구 중 동문부부는 △이진구(83 화학) 전미숙(83 사학)과 △이창섭(84 국문) 마유미(84 사회) 가족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김욱영(83 국문) △최원호(83 물리) △박은아(84 국문) △송경자(84 사학) △박영숙(84 사학) △정의택(84 화학) 동문과 가족이 동행했습니다. 부부인 박은아 동문의 남편 채신덕(83 수학) 동문은 같은 날 열린 ‘서강울림의 김포 나들이 행사’를 지원하느라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숙소는 홍천의 유명 콘도 2개를 빌려 마련했고, 바리바리 싸온 먹거리를 들며 새벽까지 온통 정치 얘기, 사는 얘기를 하느라 모두 잠을 설쳤습니다. 정치토론은 내년 대통령선거에 모아졌고, 유력 대권후보들을 일일이 품평하는 가운데 동문인 박근혜(70 전자) 전 대표에 관한 거침없는 평가와 호불호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둘째 날에는 이른 아침 84학번 6명이 숙소 뒤편에 조성한 자연휴양림 산책에 나섰다가 내친 김에 두능산(斗陵山 594m) 정상까지 올랐습니다. 산책이 엉겹결에 등산으로 비약한 탓에 충분한 물과 우산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게다가 청바지에 구두는 산길에선 멍에로 작용했습니다.
밤새 마신 술과 설친 잠이 밭은 숨을 쉬게 한데다가, 심상치 않은 날씨는 정상을 코앞에 두자 비를 흩뿌리더니 금새 폭우로 변했습니다. 방금 전까지 안개가 자욱하고 는개가 내리던 정도였다가 갑작스레 ‘귀신 나올 것 같은 음산한 분위기’로 사위가 어둑해졌습니다. 전방 30m 하산길 능선 위로, 비를 머금은 구름이 쏜살같이 넘어가는 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일행은 하산을 서둘렀지만, 쏟아 붓듯 내리는 장대비를 피할 길이 없었습니다. 옷이 흠뻑 젖고, 등산로는 흙탕물이 내려가는 수로로 변했고, 빗물을 먹은 청바지 무게가 5배쯤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하산길 내내 비가 그칠 기미가 없자 그제서야 다들 “우중산행(雨中山行)을 즐기자. 추억에 남을 기념사진 찍자”며 웃었습니다.
두능산 정상 부근에는 뜻밖에 철지난 꽃들이 군데군데 피어 있었습니다. 야생초 편지를 쓸 정도로 식물에 박식한 박영숙 동문과 평소 산행을 즐겨 산객(山客) 경지에 오른 송경자 동문에 따르면 구절초, 제비꽃, 들국화, 쑥부쟁이가 군데군데 새치름하게 피었고, 보기 힘든 양귀비가 등산로 부근에서 은밀하게 자라는 게 보였습니다. 그러나 손대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등산은 2시간여 동안 3㎞를 걸었기에 적당했지만, 빗속에 흠뻑 젖어 노곤하진 몸은 온천으로 풀어야 하는 법. 가족들이 소망하는 대형 실내 물놀이 시설로 향했습니다. 대신 수영복 입은 중년의 모습을 보더라도 서로 파안대소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함께 파도풀, 유수풀에서 놀고, 슬라이드를 타고, 군것질을 하고, 둘러앉아 떡볶이를 나눠 먹으면서도 약속을 지켰습니다.
<콘도 뒷산 산책 나왔다가 등산하기로 의기투합해, 산을 오른 지 10여분이 지났을 때의 '멀쩡한' 모습. 왼쪽부터 이창섭(84 국문) 마유미(84 사회) 부부와 송경자(84 사학) 박은아(84 국문) 동문>
<일기가 급격히 나빠지기 전의 편안한 산행 모습. 왼쪽부터 정의택(84 화학), 박영숙(84 사학), 이창섭(84 국문) 동문>
<정상에 오르기 직전 비가 흩뿌리더니 하산 때부터 날씨가 급변했습니다. 는개 수준을 넘어서는 비구름이 몰려오고 사위가 어둑해졌습니다. 일명 귀신 나올 것 같은 분위기를 무릅쓰고, 일행들이 바삐 하산할 때, 행렬 끝에 남은 박영숙 동문이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전하고자 촬영에 응했습니다.>
<마구마구 쏟아지는 빗줄기는 우산도 없고, 등산화도 못갖춘, 게다가 빗물을 빨아들인 청바지가 무게를 5배쯤 늘일 때에도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허겁지겁 뛰다시피 하산한 일행은 콘도 인근에 와서야 비를 피할 정자를 찾았습니다. 우중산행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다시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폭우에 쫄딱 젖은 마유미-이창섭 부부. 고난을 이겼으니 남은 결혼생활도 무탈하지 않을까 동료들이 기대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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