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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진 (70 화학) 대구 세계육상대회조직위 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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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9-26 19:46 조회15,0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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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포츠와 함께 한 세계 최고 스포츠 프로듀서

자타공인 세계 최고 스포츠 프로듀서 손상진(70 화학, 사진) 동문이 대구에서 한여름 동안 펼쳐졌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29년 동안 스포츠 PD로 일하며 각본 없는 드라마를 시청자들에게 선물해왔던 때와 달리, 이번에는 조직위원회 미디어국장으로서 전 세계 언론을 상대하며 수준 높은 감동과 볼거리를 선사했다.

“우리나라에서 육상은 비인기종목이자 스타 선수가 한 명도 없는 상황입니다. 모든 스포츠의 기초 종목이 육상임에도 불구하고 외면 받아왔던 거죠. 세계대회를 안방에서 치르면서 국민들에게 육상이 재미나다는 인식이 새겨졌을 겁니다. 흥행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을 깨고 경기일마다 90%가 넘는 관중이 몰려들었을 정도니까요.”

1976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했다가 PD로 직군을 바꾸고 2008년 퇴직할 때까지 스포츠 PD로 활동해 온 손 동문은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사를 기록해온 사관(史官)과도 마찬가지다. 그도 그럴 것이 1984년 LA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7회 연속 올림픽 방송 제작에 참여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방송을 기획했기 때문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도 1987년 로마, 1991년 도쿄, 1997년 아테네 등 세 번이나 참여했다.

 

이러한 국제 스포츠 방송 기획 경력과 전문성 덕분에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는 2009년 1월 손 동문을 전격 영입했다. 덕분에 손 동문은 국내에서 열린 대형 경기만 고려했을 때, 서울올림픽, 한일월드컵,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에 이르는 ‘세계 3대 빅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주도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수 있었다.

손 동문이 스포츠 한 길을 묵묵히 걸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타고난 만능 스포츠맨으로서의 자질이 한몫했다. 100미터 달리기는 12초를 조금 넘겼을 정도였고, 중학교 시절에는 축구 선수로도 활동했다. 당시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로 인해 운동선수의 꿈은 접어야했지만, 모교 입학 이후 개교 10주년 기념 체육대회 때 화학과를 종합우승 시키는 데는 기여할 수 있었다.

“축구에서 라이트윙을 맡았는데, 경기 전체를 통틀어 나온 골의 3분의 2를 제가 넣었죠. 대회 첫 골과 마지막 골을 넣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짜릿한 승부의 세계를 지척에서 접해왔기에 흥미진진한 삶을 살아 왔겠다고 주변에서 부러워하면 손 동문은 대학생활이 가장 신났다고 이야기한다. 재미있는 스포츠 경기라 해도 일로 대하면 온전히 즐길 수 없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손 동문은 “선배들한테 운동 잘한다고 칭찬 받으며 다녔고, 연극반 활동하면서 날마다 놀다보니 대학 4년은 그야말로 천국이었죠”라며 학창 시절 ‘맨 오브 라만차’,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뮤지컬 네 작품에 출연했던 열정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래도 엄격한 학풍은 손 동문을 마음 편히 놔두질 않았다. 부전공인 신문방송학 공부에 훨씬 매력을 느꼈다곤 하지만, 전공인 화학은 시험 칠 때 옆에서 누가 보여줘도 답안을 못 쓸 지경에 이르렀다. 학점 2.0을 아슬아슬하게 넘겨서 졸업 가운을 입을 순 있었지만, 졸업 이후 2년 동안은 악몽에 시달려야했다. 이공대 출신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표현으로 “아이고, 내일 또 실험 수업이다”라고 외마디 비명을 외치며 잠에서 깨는 식이었다. 손 동문은 “제가 8학기 만에 졸업한 건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오른 것과 같은 기적입니다”라며 “4학년 2학기 때 24학점이나 들어야 했답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학창 시절 친구들 대부분이 정년퇴직한 상황에서 한국 나이로 63세에 이른 손 동문의 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와 2018 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눈앞에 보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동계올림픽에서까지 활동한다면 ‘트리플 크라운’을 너머 ‘그랜드 슬램’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셈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제 나이 70세에 열리는 셈인데, 제 성격상 가만히 텔레비전만 보면서 즐길 것 같지는 않네요. 운이 닿으면 좋겠습니다. 허허.”

글=정범석(96 국문) 기자
사진=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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