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포럼 북악산 가을산행記, 이경재(75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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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9-20 09:20 조회12,42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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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한차례 산행을 해온 서강바른포럼 등산동아리(회장 정병목 75 무역) 소속 동문 26명이 9월 17일 북악산에 올랐습니다. 세검정초등학교에 모여 백사실 계곡을 구경하고 북악산 산책로를 따라 정상에 오른 다음 숙정문을 지나 말바위 쉼터, 삼청공원으로 하산하는 코스였습니다. 등반보다는 트레킹에 가까운 산행이었지만, 참석자들 모두 가을에 찾은 북악산행에 큰 만족감을 표했습니다. 서강바른포럼 까페에 실린, 이경재(75 경영) 동문이 작성한 산행일기를 전재(轉載)합니다.
어제(17일)는 북악산을 26명의 회원이 함께 다녀왔습니다. 출발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집에서 8시 20분에 출발 지하철에서 보니, 얼린 물병을 배낭에 담지 않았습니다. 피곤한 몸을 의자에 기대고 있다가 환승역을 놓치고 을지로 3가역에서 환승하고 또 같은 실수로 광화문역에서 하차, 이런 우여곡절 끝에 출발지에 도착하니 많은 회원들이 나와서 서로 인사를 하고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백사실 계곡을 지나 북악산을 오르는 산행이 드디어 시작됩니다. 도심에서 바로 연결된 숲길이 잘 보존되어 있어 나무가 우거져 한적하고 고요한 것이 깊은 산속 부럽지 않습니다. 야트막한 산길이 산보하기에 좋습니다.
울창한 숲인데도 지난 8월 이후 너무 가물어 일년생 풀들이 시들어 있습니다. 시든 달개비가 어렵사리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인간세상은 어지럽고, 혼탁해도 자연은 세월의 흐름과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며, 조화롭게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갑니다.
오래지 않아 백사실 계곡(백석동천이 있던 곳)에 도착을 했습니다. 건물지와 연못 터가 남아 있어 옛 정취를 알려줍니다. 백석동천을 뒤로 하고 걸음을 재촉하니 백사실 약수터가 나옵니다. 가을 햇살이 따갑게 비추는 덕분에 땀은 흐르고 목도 마릅니다. 시원한 약수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더위를 식힙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발길을 옮기며 삼삼오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니 342m 북악산 정상에 올라섭니다. 우뚝 솟은 팔각정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다리도 쉬고 간식으로 체력도 보충할 겸 그늘을 찾아 자리를 잡습니다. 정병목 등산대장이 준비한 얼린 맥주가 인기를 끕니다.
모두들 편안하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자신의 세상살이를 편한 마음으로 말합니다. 이곳에서는 논쟁도 없고 옳고 그름의 따짐도 없습니다. 그저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우려 경청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훈훈한 이야기꽃이 만발합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길 기대해봅니다.
충분한 휴식으로 다시 걷기를 시작합니다. 제2의 산책길(일명 ‘김신조 루트’)로 접어들어서 잠시 길을 걸으면 ‘북 카페’(책장에 책이 들어 있고 의자가 여러 개 있음)에 도착합니다. 산, 나무, 바람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져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하니 옛날 학교 뒷동산에서 친구들과 책을 읽었던 기억이 살아납니다. 가을에만 책을 접하지 말고 인간이 늘 자연과 함께 하듯이 1년 365일 늘 책을 읽으라는 뜻으로 높은 산속에 ‘책 사랑방’을 만든 것으로 생각됩니다.
등산로를 따라 가다보면 호경암(1968년 1월 21일 김신조 외 30명의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침투했다가 우리 군경과 교전으로 남은 실탄 흔적이 남은 바위)에 도달합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겨봅니다.
이제 청운각까지는 내리막길입니다. 푸른 산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멀리 청운각이 나옵니다. 60~70년대에 유명했던 요정 2곳 중에 한 곳입니다. 청운각을 옆으로 지나치면 다시 오르막길이 시작됩니다.
회원들 중에 또 올라가느냐고 합니다. 길지 않다고 하며 오르고 또 오릅니다. 그러기를 여러 번 드디어 서울 성곽을 밖에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말바위 쉼터’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앞으로는 진짜 내리막길만 남아있다고.
말바위 쉼터에서 뒤를 돌아보니 성북동 저택들이 산과 어울려 아름답게 보입니다. 회원들의 말소리가 적어집니다. 그래도 누군가 우스갯소리를 하는지 박장대소가 가끔씩 터집니다. 즐거운 산행이 거의 마무리 단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드디어 오늘 산행의 종착지인 삼청공원에 도착을 했습니다.
모두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예약을 한 식당 ‘온마을’에 들어갑니다. 이미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는 상 앞에 몰려 앉습니다. 등산대장이 잔을 들어 건배를 제의합니다. 포럼의 대표 건배사 “나서자”가 우렁차게 외쳐집니다.
모두들 빈대떡, 제육복음, 두부버섯김치찌개, 막걸리, 맥주 등을 즐기며 끊임없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식사가 마무리 될 즈음에 참석 회원들의 자기소개 시간이 있습니다. 마지막 자기소개는 김경식(67 독문)선배님이 하시게 되었습니다. 선배님께서 건배를 제의하시며 ‘이-명-박’을 외치시고 우리는 따라 외칩니다.(이번에는 명확하게~로 시작하는 구호 / 편집자)
온마을 식당은 아담하고 고즈넉한 것이 아주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내부에 장식된 전통 한옥 문짝과 예쁜 문살이 아름답게 어울려 고풍스런 분위기를 풀기는 곳입니다. 이제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나누며 다음 산행에서 볼 것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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