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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나이에 처음으로 북한산 백운대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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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8-29 14:45 조회10,6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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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동우회 84학번 동문 6명이 북한산 백운대 정상 836.5m에 올랐습니다. 평소 운동을 멀리한 40대 후반의 체력으론 감당하기 힘겨운, 북한산 꼭대기를 여자동문 세 명과 함께 등정에 성공한 것입니다. 개중에 4명은 불혹을 넘어 망오(望五, 5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백운대를 처음 올랐기에, 감회가 더욱 남달랐습니다.

 

8월의 마지막 토요일인 27일 아침 9시 30분. 북한산성 등산로에 줄지어 있는 등산복 가게 가운데 맨 마지막 집으로, 등산로 시작 지점에 위치한 KOLON 점을 운영하는 신문철(신방) 동문의 집에 84동기들이 들이닥쳤습니다. 84학번 동기회장인 김병창(국문)과 총무 마유미(사회) 동문. 그리고 동기들인 박영숙(사학), 이범국(컴퓨터), 박은아, 이창섭(이상 국문) 동문이 승용차 한 대에 함께 타고 온 것입니다. 고작 사흘 전에 핸드폰 문자 넣어 ‘전격 산행’을 결행한 이들이었습니다. 정의택(화학) 동문은 출발시간을 맞추지 못해 정상 도전은 포기한 대신 중성문(中城門)을 다녀온 뒤, 일찌감치 2차 뒷풀이 장소에 자리잡아 일행을 기다렸습니다.

 

예상대로 백운대 등반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의견충돌을 겪었습니다. ‘저질체력’과 ‘연약한 무릎’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앞섰습니다. 그러나 모처럼 등산에 나섰는데 정상을 도전하자는 우격다짐이 훨씬 드셌습니다. 대체로 그렇듯이, 다수결로 결론을 내렸고 ‘강박에 의한 것은 아니나 마지못한 동의’가 이어졌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정상가는 길은, ‘중턱산악회’에 만족하자는 하소연과 발 아파 못 걷겠다는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는 고행 길이었습니다. 백운대 밑 북한산성 주 능선에 위치한 위문(衛門)에 도달하기까지 3.1㎞를 욕설을 퍼부으며 올랐고, 내친 김에 300m 남은 정상을 백운대 암반에 박힌 쇠줄과 쇠사다리를 잡고 기어올랐습니다.

 

마침내 정상에 도착한 일행은, 북서쪽으로 이어진 인수봉, 도봉산, 사패산의 수려한 자태에 감탄했습니다. 또한, 백운대로 이어지는 대남문-동장대-용암봉-노적봉-만경대와 맞은편 의상봉 능선, 오른쪽 밑의 원효봉-염초봉 모습에 탄성이 절로 터졌습니다. 쌓인 피로가 한순간에 씻겨 나갔습니다. 게다가 중도에 포기할 수도 있었던 등정을 완수한 자부심에 한껏 고무됐습니다.

 

박영숙 동문은 “북한산 백운대는 첫 등정”이라며 “이제껏 항상 중간에서 내려왔는데 드디어 올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김병창 동문은 “대학시절 인수봉 밑에서 텐트 치고 야영하던 기억은 나는데, 백운대는 오르지 못했다”며 발 아래 펼쳐진 서울도심과 기암절벽(奇岩絶壁)을 조망하며 연신 감격해 했습니다.

 

한껏 달뜬 마음은, 오던 길로 하산하려던 당초 계획을 바꿔버렸습니다. 만경대와 노적봉 사이 암릉 8부 능선에 난 길로 우회해 북한산대피소까지 능선을 걷다가 태고사-중성문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가는 것으로 의기투합했습니다. 그런데 우려했던 마유미 동문의 왼 무릎이 이때쯤 고장 나 버렸습니다. 5시간 넘게 오르막내리막 산길을 걸은 후유증이었습니다. 계곡물에 탁족(濯足)을 하며 몸을 추스렸지만, 내리막 하산길은 계속해서 무릎에 부담을 주었습니다.

 

이제껏 비봉 능선 밑 승가사 이상을 오르지 않던 ‘초자 등산객’인 마유미 동문을 돕고자 몇몇이 속보(速步)로 하산했고, 냉담한 반응을 보이던 북한산 관리소 직원들에게 통사정해 승용차를 몰고 올라왔습니다. 현지에서 등산복 가게를 운영하던 신문철 동문의 간곡한 부탁이 ‘승용차 입산(入山)’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창섭 동문은 “종로구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초중고를 나왔고, 지금도 세검정 인근에 살면서 북한산을 대략 100번 이상 올랐는데, 승용차 타고 호강하며 대서문을 지나 하산하긴 처음”이라며 “다 동기들 덕분”이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백운대 등정을 무사히 마친 일행은 8명으로 불어나 막걸리 뒷풀이를 거나하게 열었습니다. 북한산 터주대감 노릇을 하는 신문철 동문이 말했습니다. “장사하느라 주말에는 바쁘니 평일에 등산하자. 내가 북한산 비경 다 보여주고, 아예 맞춤형 코스 잡아 인솔할 터이니 다음엔 토, 일요일 빼고 평일에 출발하자”.

 

즉석호응은 적었지만, 친구의 부탁에 언젠가 날 잡아 평일등산을 시도해보자는 마음이 샘솟았습니다. 늦은 오후, 온몸으로 흘린 한바가지 분량의 짭조름한 비지땀이, 웃고 떠드는 왁자지껄한 취흥 속에서 막걸리로 보충되고 있었습니다.


<백운대에 올라 인수봉과 서울도심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왼쪽부터 이범국(컴퓨터), 이창섭(국문), 마유미(사회), 박은아(국문), 박영숙(사학), 김병창(국문)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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