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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타임스/학보, 추억의 송추계곡MT 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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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9-19 10:44 조회12,9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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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재학시절 자주 가던 MT민박집이 그대로 있다면, 이제라도 가보고 싶지 않으세요? 기억에 아스라이 남아 있는, 낡고 볼품없는 단층 민박집이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면, 기특하다는 생각에 왠지 감개무량하지 않은가요?

 

서정주 시인이 <신부>라는 시에 쓴 것처럼, 첫날밤 신부를 앉혀놓고 줄행랑 친 신랑이 수 십 년 뒤 신방을 찾아와 그때까지 혼례 모습 그대로 앉아있는 색시를 보고 안쓰러워 다가가자 그때서야 매운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는 신부처럼, 반가움과 안쓰러움이 뒤범벅되지 않을까요? 이런 상념을 2011년 가을, 도봉산 주능선 오봉(五峰) 밑 송추계곡에서 몸소 체득한 별난 동문들이 있습니다.

 

서강타임스/학보 동인회(회장 박주필 83 정외)가 9월 16일 송추유원지에 모여, 숙원사업이던 ‘추억의 송추계곡 1박2일 MT’를 용감하게 재연했습니다. 1980년대 초중반 엄혹하던 시절, 시대의 아픔을 논하며 각오를 다지고 함께 단합하던 곳, 꼭두새벽까지 이어지는 술판에 목이 터져라 부르던 민중가요로 밤을 지새우던 곳, 그곳에 시공을 뛰어넘어 다시 모였습니다.

 

이름 하여 ‘복고(復古)의 날’. 79학번 이진수(영문) 동문에서 동기 4명이 대거 참석한 90학번까지. 서강타임스/학보사 기수로 따지자면 20기에서 33기까지 12명의 동인들이 금요일 회사일을 마치고 하나둘 송추계곡산장에 집결했습니다. 가슴이 뜨거운 동인들은 △이진수(79 영문) △이병하(81 국문) △박주필(83 정외) △이창섭(84 국문) △소성광(85 철학) △이한기(87 사학) △황호곤(87 철학) △조광현(88 경제) △권경률(90 사학) △정규영(90 경제) △조영훈(90 불문) △정준수(90 경제) 동인이었습니다.

 

30여년 전엔 먹거리 잔뜩 짊어지고 걸어서 올라온 송추 계곡길을, 이젠 승용차를 운전해 쌩~하고 도착하는 것과 머리가 허옇거나 이마가 무척 넓어진 외양으로 하차하는 모습이 다를 뿐, MT를 간다는 달뜬 마음은 술로 밤을 지새워도 될 만큼 '준비'돼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 하나는, 추억을 되살릴 겸 교외선을 타고 송추까지 가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입니다. 80, 90년대 신촌 기차역에서 송추역까지 이어지던 열차운행이 2004년부터 중단된 것입니다. 두 역 모두 고창한 옛 모습을 간직한 채 간이역으로 온존해 있는데, 정작 완행기차는 다니지 않았습니다. 이창섭, 정준수 동인은 “오랜만의 기차여행을 도모했으나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며 내내 아쉬워했습니다.

계곡물가에 자리 잡고 시작한 술자리는 이튿날 오전 6시까지 대략 11시간쯤 이어졌습니다. 학창시절 꿈꾸기 어려웠던 닭백숙, 닭도리탕, 버섯전골, 도토리묵, 감자전, 파전 등 온갖 안주가 12시 이전용(用)과 새벽용으로 나눠 ‘취기(醉氣) 적절하게’ 조달됐습니다.

 

소주, 맥주 등 술이 바닥 날 쯤에는 또 ‘시의 적절하게’ 포도주, 양주, 보드카가 제때 공수됐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이병하 동인이 차에 싣고 온 귀한 술을 꺼내 주위를 감동시켰습니다. 특히 러시아 산 보드카는 푸틴의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내세우는 스탠다르트였고, 산장음식에 궁합이 잘 맞았습니다.

 

풍악은, 서강학보 때 문화부장을 거쳐 편집국장이 된 조광현 동인이 맡았습니다. 밤 송추계곡에 기타소리가 낭창낭창하게 울렸고, 참가자들은 운동권 노래를 대개 전투적으로, 때론 서정적으로 합창했습니다. 준비한 1994년판 민중가요집이 한 페이지씩 넘겨질 때마다 명곡의 선율이 기타소리로 되살아났고, 목청껏 부르는 노래소리는 오봉 위로 솟구쳐 밤하늘에 별로 박혔습니다.

 

80, 90년대를 상징하던 노래를 부를 만큼 부른 뒤엔 개인별로 ‘18번’을 부르는 시간이 돌아왔고, 트로트, 뽕짝, 가곡 명태까지 다양한 노래가 술기운에 실려 계곡을 울렸습니다. 그 옛날 여자선배, 동기들을 짓궂게 빠트렸던 계곡엔 여전히 버들치가 유영하며 송추 1급수 수질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서강타임스/학보 동인회장을 맡고 있는 박주필 동인은 술잔을 들어 건승을 외쳤고, 동인회의 숙원이던 송추MT 성사를 다 같이 축하했습니다. 지난해 개교 50주년이자 서강타임스/학보 창간 50주년 행사(50년사 발간, 축하송년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여세를 몰아, 2011년에 시도한 ‘추억의 MT’는 서강타임스/학보의 응집력을 보여주는 쾌거였습니다.

 

잠시 노래와 술자리를 밀어놓고, 현안이던 차기 회장 선출을 놓고 열띤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MT엔 격론, 공방, 갑론을박이 빠질 수 없는 법, 의견을 개진하느라 알코올 기운이 거지반 몸 밖으로 빠져나갔을 쯤 논의를 접고, 다음 모임 때 더 논의하자며 음주가무를 속개(續開)했습니다. 그렇게 새벽 6시까지 상당수 동인들은 계곡을 떠나지 않고 밀린 얘기를 나눴고, 사위는 이내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민박집 송추계곡산장은, 송추계곡 제일 위쪽에 자리 잡은 마지막 집으로 1981년 처음으로 서강학보MT가 시작된 이래 30년 동안 같은 자리에 같은 단층 양철슬레이트 집으로 보존돼있습니다. 수년 전 이창섭 동인을 비롯한 여러 동인들이 도봉산을 등산하다 옛모습 그대로의 산장을 발견해 모임에서 회자되다가 박주필 동인회장의 발의와 준비로 30년만에 다시 찾아온 것입니다.

 

송추계곡엔 당시 함께 했던 선후배, 동기들의 해맑은 얼굴과 짓궂은 몸짓의 잔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른 새벽 대리운전 불러 출근하는 2011년 현재의 모습과 30년 전 잠 한숨 못자고 노고산으로 등교하던 그때의 모습에서, 학보사(學報社)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마음은 매한가지처럼 보였습니다.

<맨 위 사진 설명>
1985년 당시 송추계곡산장에서 MT를 마치고 귀경하기 직전 찍은 추억의 단체사진. 전날 밤새 먹은 술로 모두 초췌한 모습. 정중앙에 앉아있는 동인이 박주필 당시 3학년 편집국장(현 동인회장). 2011년 9월 16일 추억의 MT에는 위 사진 중 박주필, 이창섭, 소성광 동인이 다시 찾아와 당시를 회고했습니다.



<추억의 송추계곡MT를 성사한 박주필(83 정외) 동인회장이 주먹을 불끈 쥐며 건배사하는 모습>


<대략 새벽 2시쯤. 거나한 술자리에 취기가 올랐지만 아직까진 생생한 모습>


<대략 11시에서 12사이 언저리쯤. 잠시 음주를 멈추고 동인회 운영과 차기회장 선출을 놓고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


<80년대 당시 여자선후배, 동기들을 바뜨린 산장 앞 계곡물. 새로 육중한 다리가 놓이고, 콘크리트 옹벽과 석축을 쌓아 주변이 다소 바뀌었지만 계곡물 속 버들치와 옛 모습 그대로의 암반은 당시의 추억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


<잠시 눈 붙이고 오전 7시에 일어나 찍은 송추계곡산장 모습. 민박집은 외벽을 예쁜 주황색 페인트로 단장한 것과 방 크기를 조정한 걸 제외하고는 옛날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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