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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명문 가톨릭대 탐방➂필리핀 아테네오 데 마닐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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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6-09 13:35 조회15,7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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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탁월성’ 교육의 증거자, ‘필리핀의 빛’ 아테네오 데 마닐라대학



아테네오 데 마닐라대학 로고

잘 있거라, 내 연모하는 조국이여.
태양이 감싸주는 영토여.
내 슬프고 억압된 목숨을 내 너 위해 바치리니
오로지 네 생명이 더 밝고 신선하고 축복된다면
나는 너의 복지를 위해
나의 생명을 최후까지 바치리니...


필리핀 독립의 아버지로 ‘필리핀의 빛’이었던 호세 리잘(1861-1896)이 처형되기 전날 감옥에서 썼다는 시의 도입부입니다. 서른다섯의 젊은 독립 운동가는 그의 시에서 언급된 것처럼 “어둔 밤 지나고 환한 동 터올 무렵, 하늘녘 아스름한 빛을 보며” 형장으로 향합니다. 형장으로 향하던 길가에서 호세 리잘은 ‘그 이른 새벽 한 줄기 여명’속에서 ‘조금의 빛’과 만나게 되니 바로 자신의 모교였습니다. 잠시 걸음을 멈춘 영웅은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새벽빛에 의해 좀 더 환하게 빛나는“ 눈을 들어 말합니다.

 

“아테네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곳”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Ateneo de Manila University)은 필리핀 예수회가 운영하는 사립대학으로 아테네오 데 마닐라 혹은 가볍게 아테네오라고도 불립니다. 스페인 강점기였던 1859년 마닐라시가 인트라무로스의 초등학교인 에스쿠엘라 무니시 팔 데 마닐라(Escuela Municipal de Manila)의 운영을 예수회에 양도한 것이 시초가 되어, 1959년에 종합대학으로 승격하게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아테네오 캠퍼스 안에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역사 속에서 아테네오 대학은 수많은 영웅들을 배출했습니다. 아테네오 대학의 모토가 ‘하느님안의 빛’(Lux in Domino)인 것처럼, 그들은 자신들의 모교를 통해 삶의 빛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빛은 어둠속에 있던 ‘필리핀의 빛’으로 그 독립과 해방 역사의 새벽을 더 환하게 비추었습니다. 

 

필리핀 혁명(1986-1902)과 필리핀 민족주의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해 준 필리핀 독립운동의 아버지 호세 리잘(Jose Rizal)과 식민통치에 대항하였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 현직 대통령이자 필리핀의 제 15대 대통령 베니그노 아키노 3세(Benigno Aquino Ⅲ), 필리핀 제 14대 대통령으로 2001년 민중봉기로 부통령에서 대통령직을 승계한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Gloria Macapagal-Arroyo), 13대 대통령 요셉 에스트라다(Joseph Estrada), 필리핀의 경제성장을 주도한 12대 대통령 피델 라모스(Fidel V. Ramos)가 모두 아테네오의 동문이며, 독재자 페르디난도 마르코스를 People Power 혁명으로 축출하고 대통령이 된 필리핀 역사상 최초 여성 대통령이자 제 11대 대통령 코라손 아키노(Corazon Aquino) 역시 아테네오 대학과 뿌리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데, People Power를 주도한 정신적 지도자들이 Ateneo mafia라고 불리우는 아테네오 출신의 학자, 신부, 기업인 그룹이었다는 것과, 마르코스에 의해 암살된 남편 베니그노 아키노 상원위원과 현직 대통령이자 아들인 베니그노 아키노 3세 모두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 동문이라는 것입니다. 필리핀 독립운동의 시작과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핵심지도자들이 대다수 아테네오 출신이라는 것과, 독재자 마르코스 이후의 모든 대통령들이 아테네오 대학의 동문이거나 깊은 유대를 맺고 있다는 사실은 아테네오 대학이 ‘필리핀의 빛’으로 기능해온 역사를 잘 말해주는 것입니다. 

 

예수회 교육은 전통적으로 사회 내에 책임 있는 위치를 점유하며 그 위치를 통해서 타인들에게 적극적인 영향을 끼치는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사회 경제적 식자층을 배출시키는 데에 있지 않고 봉사하는 지도자를 교육하는 데에 있었습니다. 대학교육안에서 학문적 탁월성을 인간적 탁월성이라는 폭넓은 맥락에서 추구함으로 타인들에게 봉사하는 지도자를 양성하는 예수회 교육의 탁월성은 아테네오 대학150년 역사 안에서, 필리핀 역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빛이 되어준 아테네오 출신 지도자들을 통해 이렇게 입증되어 왔습니다.

 

서강대학교와 마찬가지로 아테네오 대학도 엄격한 학사관리로 유명합니다. ATENEAN(아테네오 학생을 일컫는 말)들에게 매주 시험 2개, 리포트 2개, 과제 2개, 논문페이퍼 3개는 기본입니다. 과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2과목 정도 F를 받으면 퇴학처리 됩니다. 한국처럼 성적이 낮다 싶으면 재수강 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아무리 머리가 뛰어나도 노력 없이는 A학점을 받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학생들의 반응입니다.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가 아무리 많아도 학생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난 더 나아질꺼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더욱 완벽하게 끝내려고 노력을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학문적 탁월성의 추구가 학업에 대한 염증이나 회의로 바뀌기 보다는 오히려 학생들의 도전정신을 키워주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은 아테네오의 모든 교육과정들이 철저하게 인간적 탁월성의 맥락에서 설계되고, 추진되는 것에 기인합니다. 학생들은 1학년 때 Intac이라는 필수과목을 이수해야 합니다. 이 과목의 내용은 아테네오 학생들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배우는 것으로, 봉사활동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과정을 이수하고 나면 학생들은 진정한 아테네안에 대한 이미지를 갖게 됩니다.

 

또한 모든 아테네안들은 전공에 상관없이 철학, 신학을 4년 내내 교양과목으로 배웁니다. 처음에는 다들 어리둥절하지만 배워나갈수록 인생에서의 목적이 생기고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 더 나아가서는 인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다른 대학의 1년 정도 과정 이수에 해당할 만큼 방대한 양이지만 이 과정은 학생들로 하여금 국가와 인류의 이익을 위한 비전을 가슴에 품게 해줍니다.

 

학과공부 또한 책에서의 배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배움을 응용하는 방법까지 학교 프로그램 내에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경영학 전공중인 학생을 예로 들면, 캠퍼스에는 학교식당 외에 학생들이 운영하는 식당 ‘JSEC'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일년에 한 번씩 사업계획을 제출해서 Top 12로 선발되면 한 학기 동안 운영하고 중간 심사에서 떨어지면 Top 12밑의 팀이 투입됩니다. 필리핀 경제를 위해서 창업을 격려하기에 학교 내의 이런 시스템이 잘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 외에도 경영과 학생이 사업 계획이 있으면 사업부에 가서 계획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그러면 학교에서 심사를 하고 지원해 줍니다. 대표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는 ’C2‘라는 차음료 제품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학교 내에서 바자회, 비즈니스 위크처럼 학생들이 사업계획을 짜서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이러한 교육과정들은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한 도전에서 물러섬 없는 의지를 아테네안들에게 심어주게 됩니다.

 

전통적으로 아테네오에는 이름있는 갑부, 유명 정치인의 가족들이 많이 다니고 있습니다. 필자가 사회학과 대학원에 다닐때 필리핀 역사를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역사책 인물 가운데 아주 유명한 사람의 last name과 같은 친구가 한 반에 있어, 수업을 마치고 "last name이 너하고 같네." 무심코 했더니... "우리 할아버지"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1980년대에 대학에 자가용 비행기 클럽이 있을 정도로 부자출신 학생이 많은 학교이며 등록금도 필리핀 최고수준에 달하지만, 오래전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주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동문들의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각별하여 상당한 기부금이 매년 들어오기 때문에 학생들의 30%정도는 대개 장학금을 받고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서강대학교와 비슷하며, 서강대학교의 미래에 대해 시사해주는 것이 많은 대학입니다. 같은 예수회 대학으로서 재학생 규모도 비슷하고 의대가 없지만 최고 수준의 경영학부와 법학전문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비슷합니다. 아테네오 대학의 교수님들과 직원선생님들은 예수회 교육이념에 대한 존경과 이해도가 깊으며 예수회 교육이념의 탁월성에 대한 가치를 입증하기 위하여 커리큘럼, 아카데믹 프로그램과 연대활동, 각종 봉사활동을 정교하고 짜임새 있게 구성하여 사회적 참여활동을 실천한다는 점은 서강대학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강대학교는 2007년 아테네오 대학과 협정을 체결한 이후 2008년에 서강대학교 학생 2명을 교환학생으로 파견한 이후 아직까지 실적이 없으나 최근에 빙그레 글로벌 장학금으로 방학 중에 아테네오 어학센터에 8명에서 10명씩 학생들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단기 프로그램으로는 2008년부터 동아시아 지역 4개 예수회 대학(필리핀 아테네오대학, 일본 쵸치대학, 대만 보인대학, 대한민국 서강대학)의 학생 32명이 모여서 1주일 진행하는 글로벌 리더쉽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향후 교류협력 방안으로는 국제한국학 프로그램 개설과 관련하여 현재 우리의 전략파트너로서 공동협력을 위해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필리핀 친구들에게 ‘존경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십중팔구는 호세 리잘을 꼽습니다. 아테네오 출신의 호세 리잘이 이토록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의 복지를 위해 그의 생명을 최후까지’ 바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테네오 대학 150년의 역사동안 권력과 부를 소유한 집안의 자녀들을 교육시켜 오늘의 필리핀을 만들어내는데 기여한 인재를 만들어 낸 아테네오 데 마닐라 대학의 ‘탁월성에 대한 연금술’은 우리가 한 번쯤은 꼭 되새겨 볼만한 대목인 것 같습니다.


전주희 학교법인 서강대학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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