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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이회 50주년 홈커밍, 서강가족 다시 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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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1-05-30 16:41 조회16,3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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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학번 동기 모임인 강이회(회장 수학 고승범)가 입학 50주년 기념행사를 35명이 참여한 가운데 5월 24일 교정에서 펼쳤습니다. 미국, 캐나다,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흩어져 살던 동문들도 이번 모임을 위해 귀국했을 정도로 대단한 열기였습니다.

이날 오후 4시 일찌감치 정문에 모인 강이회원들은 노고 언덕에서부터 시작한 추억의 등굣길을 다시 밟으며 교정 투어에 나섰습니다. 칠순에 접어든 동문들은 민둥산이었던 노고산이 울창한 숲으로 바뀐 것에서부터 캠퍼스에 빼곡히 들어찬 건물을 눈으로 확인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학창 시절 고작 본관과 학생회관밖에 없던 시절과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시간에 걸쳐 교정 곳곳을 돌아본 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킨 강이회원들은 축하연을 치르기 위해 동문회관으로 모였습니다. 투어에 미처 참여하진 못하고 11층 스카이라운지에 마련된 연회장에서 재회한 동기들은 “어머, 너 연락 좀 하고 지내면 안되니”라고 인사하며 반가움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강이회 총무인 홍범표(경제) 동문이 사회를 맡아 펼친 축하연에서 홍익찬(경제) 전 총동문회장은 “모교에 희망이 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개회 선언했습니다. 이어 먼저 세상을 떠난 동기들에 대한 묵념을 진행했습니다. 전체 111명에 달하는 61학번 동기 가운데 16명에 달하는 별세 동기들의 이름이 한 명씩 불리는 동안 강이회원들은 학창 시절 벗들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 듯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고승범 회장은 “역대 강이회 모임 가운데 오늘 가장 많은 참석자가 모였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요즘은 90세 이전에 숨지면 조기 사망했다는 말을 듣습니다”라며 나이에 대한 고정 관념을 버리고 건강관리에 힘쓸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고 회장은 이매자(영문) 동문에게 감사패를 전달했습니다. 지난해 개교 50주년을 맞아 모교 초창기 모습을 채록해 단행본 ‘초기 서강 에피소드’까지 펴낸 수고를 격려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동문은 창작시 ‘아카시아와 별들’을 낭독하며 감사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이어 박종인(경영) 인천 가르멜수도원 신부는 “서강에 입학한 게 일생에 있어서 가장 보람되고 동화같은 일입니다”라고 인사한 뒤 “인생관이 정립된 1961년은 무척 특별한 해였다”라고 축사했습니다.

박희윤(경제) 전 총동문회장은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주면서 살자’라는 의미로 “당신멋져”라고 건배사를 제의했습니다. 만찬 공식 주류는 총동문회가 판매하는 서강와인이었습니다.

중식 코스 메뉴로 준비한 식사를 즐기는 동안 특별 연주가 펼쳐졌습니다. 이태호(경제) 동문의 딸이자 비올리스트인 이지윤 수원시향 부수석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슈만의 ‘비드몽(헌정)’, ‘문 리버’, ‘에델바이스’, ‘가브리엘의 오보에’ 등을 차례로 연주했습니다. 연이은 앙코르 요청에 힘입어 5곡이나 선물한 이지윤 비올리스트는 “아버지의 입학 50주년 기념 모임을 빛낼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라고 인사하며 출연료 전액을 강이회 기금으로 기탁했습니다.

이지윤 비올리스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줄리아드에서 석사를 마친 재원입니다. 또 예일대학 음대에서 아티스트 디플롬(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고, 건국대와 중앙대에 출강해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어 졸업 앨범에 담긴 사진과 학창 시절의 모습을 슬라이드 영상 'The way we were'를 상영했습니다. 강이회원들은 추억의 사진이 한 장씩 공개될 때마다 탄성을 터뜨렸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미국에서 찾아 온 이병필(경제) 동문은 “1970년에 미국을 건너갔으니 이제 미국에서 산 게 더 오래됐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10년 뒤에 꼭 다시 봅시다”라고 말했습니다.

캐나다에서 날아 온 김홍량(철학) 동문은 “13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이 자리에 와보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50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입니다”라며 “동기가 캐나다에 찾아 오면 숙식과 관광을 책임지겠습니다”라고 인사했습니다.

박영서(영문) 동문을 대신해 영국에서 찾아 왔다는 김형선(영문) 동문은 “영서가 제 여동생과 결혼했기에 동문 가족입니다”라고 소개한 뒤 “제가 입학은 같이 했지만 다른 학교로 옮기는 바람에 졸업을 못해 아쉬움이 컸습니다. 앞으로 강이회 모임을 계속 참여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강이회원들은 모두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강이회 행사가 잘 치러질 수 있도록 도운 이창섭(84 국문) 총동문회 사무국장은 “서강의 초창기 가족같은 공동체를 만들어주신 대선배님들의 우정이 멋지고 놀랍습니다”라며 “선배님들이 입학할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80년대 후배학번들이 나중에 입학 50주년 모임을 이처럼 성대하고 가족모임 같은 분위기로 열 수 있을지, 부러움이 앞섭니다”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그리고는 춘추가 늘어날수록 운(運)보다 복(福)이 최고라면서 '운칠기삼'을 넘어 운칠복삼(運七福三)하시라며 건강을 축원했습니다.

축하연 이후 강이회원들은 동기이자 도예가인 故이현손(사학) 동문이 세운 단고재에서 제작한 기념품을 나눠 가졌습니다. 모교 마크를 새긴 커다란 그릇이었습니다. 박우진(경제) 동문은 고인과의 추억을 되짚던 중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보였습니다.

또, 강이회 50주년 행사 소식을 접한 이진무(72 경제) (주)데쿠스 부회장은 선배들의 건강에 도움 드린다는 취지로 이탈리아에서 들여와 국내 유통중인 천연탄산수 쏠레를 한 병씩 선물해 훈훈함을 더했습니다.




*강이회 축하연 참석자
강신영, 고승범, 김광태, 김기일, 김대식, 김방주, 김현범, 김형선, 김홍량, 박상옥, 박우진, 박정자, 박종인, 박희윤, 손정식, 송수자, 신난자, 신무자, 여현길, 연제권, 오 금, 유병숙, 윤부근, 이매자, 이병필, 이정명, 이청자, 이태호, 이행진, 정동명, 정석교, 정인해, 정진자, 홍범표, 홍익찬 이상 35명(가나다 순)


*50주년기념행사를 위한 이매자동문의 자작시

아카시아와 별들


서강입학 첫날

새까만 옷에, 눈이 새파랗고 쑥 들어간

신부님들, 한 줄로서서

“Good Morning!" 한다

“What is your name?" 길 신부님이 묻는다

난 입이 얼어붙어 이름도 못대고 도망쳤다


마흔 일곱째 날

남학생들이 언덕을 성큼성큼 오른다

난 A 학점 받는데 미쳐서

그들을 쳐다 보지도 않았다

잘생겼는데. 멋있는데

다시 태어나 서강을 또 다닌다면

꼭 박사학위 딸거다

연애 박사 될거다


예순세째 날

하늘이 왜 저렇게 파랄까?

저 콩크리트 굴뚝 때문일까?

내려다 보이는 한강 때문일까?

우리 가슴에 뭔가 박힌것 때문일까?


그 하늘 아래서 미첼 씨와 도일 씨가

학생들과 오순도순 담화 중이다

“Pudge"의 발음을 미첼 씨가

열심히 가르쳐준다. 통통하다는 뜻이다

“Pudge,"라고 미첼 씨가 되풀이 한다

내가 따라한다. “바 지”

“No, no, not 바 지. Pudge"

내가 다시 해본다.

“보 지”


천사백 육십번 째 날

졸업이다. 뿔뿔히 헤어졌다. 그땐

그 친구들 모두 빠짐없이

나의 가슴에 박힐 줄 몰랐다

아카시아 냄새가 풍풍나던 언덕, 그 여름밤

하늘에 꽂혔던 별들 처럼 총총히

지금도 우린 파란 별빛 신호를 주고 받지 않는가


이 세상 울타리 훌쩍 뛰어넘은 후에도

까만 하늘에서 반짝반짝 불켜놓고

아카시아 냄새 맡으며

친구야, 밤새도록 파티하자

남학생들,

연애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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