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30년, 김의기 열사 30주기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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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0-05-24 11:01 조회10,90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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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운동 30년, 고(故) 김의기 열사 30주기를 맞아 김의기(76 무역) 동문을 추모하는 ‘30주기 의기제(祭)’가 5월 20일 오후 7시 로욜라 동산 옆 ‘의기촌’에서 엄숙하게 거행됐습니다.
서강민주동우회(회장 채신덕 83 수학)와 추모문화제를 준비한 2003학번 동문들이 주최하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유가족협의회 관계자, 김의기 동문의 유족, 재학생과 졸업생 등 100여명이 한걸음에 추모비 앞에 모였습니다. 30년이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고인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면서, 분향 헌화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일일이 절을 올렸습니다.
김의기 동문의 유족 대표로 참석한 김의숙 큰 누이는 “서강동문과 후배들이 이렇듯 30년이나 우리 의기를 기억하고 추모해주어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인사했습니다. 부산에서 거주하는 김주숙 작은 누이는 피지 못할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추모제를 준비한 03학번을 대표해 정남진(03 사학) 동문은 "의기제를 준비하면서 5월 정신, 광주 정신을 고민해봤다"면서 "안타깝게도 껍데기만 남아 기호품처럼 소비된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가 보기엔 부조리에 순응하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이 김의기 선배가 이야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지금 주위 사람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의기 열사 30주기 추모문화제를 준비한 2003학번을 대표해 정남진(03 사학) 동문이 술잔을 올리는 모습>
<유족을 대표해 제를 올리는 김의숙 큰 누이>
<서강민주동우회를 대표해 김선택(74 경제, 앉아 분향하는 사람) 동문이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영정 앞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다. 김 동문 뒤 서 있는 사람은 왼쪽부터 채신덕(83 수학) 민주동우회 회장, 박종부(78 화공) 동문>
김의기 동문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목격하고 역사의 진실을 온 국민에게 밝히고자 1980년 5월 30일 종로 기독교회관 6층에서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남기고 투신, 산화하였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신군부 세력에게 폭압적으로 진압된 뒤, 아무도 광주를 말하지 못할 때 광주학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최초의 항거였습니다. 김 동문은 지난 1990년 명예졸업장을 받았으며, 유해는 경기도 금촌기독교 공원묘지에서 1999년 3월 광주 망월동 5.18 묘역으로 이장됐습니다.
한편 김의기 30주기를 맞아, 지난 1985년 5월 펴낸 <김의기 열사 추모집>을 자료를 보태 <김의기 평전> 제목으로 재발간했습니다. 김선택(74 경제) 동문은 평전 머리말에서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며 추모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후퇴, 과거회귀를 막고자 하는) 오늘의 시대정신을 실천하겠다는 통절한 반성과 새로운 시작을 다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불꽃같은 삶은 산 ‘김의기 열사’의 21년간 궤적은 의기촌에 마련한 추모비와 비석에 적힌 비문(碑文)을 전하는 것으로 갈음합니다.
고(故) 김의기 열사의 삶
김의기 열사는 1959년 경북 영주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1976년 서강대 무역학과에 입학하였다. 열사는 청년시절 모순된 사회현실을 보면서 농민운동과 학생운동에 헌신하였다. 열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목격하고 역사의 진실을 온 국민에게 밝히고자 1980년 5월 30일 종로 기독교회관 6층에서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남기고 투신 산화하였다. 이에 열사의 정의로운 뜻과 애국적 삶을 기리기 위해 여기 의기촌에 추모비를 세운다.
동포에게 드리는 글
피를 부르는 미친 군홧발 소리가 우리가 고요히 잠들려는 우리의 안방에까지 스며들어 우리의 가슴팍과 머리를 짓이기어 놓으려 하고 있는 지금, 동포여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보이지 않는 공포가 우리를 짓눌러 우리의 숨통을 막아 버리고 우리의 눈과 귀를 막아 우리를 번득이는 총칼의 위협 아래 끌려 다니는 노예로 만들고 있는 지금,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참한 살육으로 수많은 선량한 민주시민들의 피를 뜨거운 오월의 하늘 아래 뿌리게 한 남도의 봉기가 유신잔당들의 악랄한 언론탄압으로 왜곡과 거짓과 악의에 찬 허위선전으로 분칠해지고 있는 것을 보는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20년 동안 살벌한 총검 아래 갖은 압제와 만행을 자행하던 박 유신정권은 그 수괴가 피를 뿌리고 쓰러졌으나 그 잔당들에 의해 더욱 가혹한 탄압과 압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20년 동안 허위적 통계 숫자와 사이비 경제이론으로 민중의 생활을 도탄에 몰아넣은 결과를 우리는 지금 일부 돈 가진 자와 권력 가진 자를 제외한 온 민중이 받는 생존권의 위협이라는 것으로 똑똑히 보고 있다. 유신잔당들은 이제 그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공포와 불안에 떨면서 개처럼, 노예처럼 살 것인가? 아니면 높푸른 하늘 우러르며 자유시민으로서 맑은 공기 마음껏 마시며 환희와 승리의 노래를 부르면서 살 것인가? 또다시 치욕의 역사를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고 떳떳한 조상이 될 것인가?
동포여 일어나자. 마지막 한 사람까지 일어나자. 우리의 힘 모은 싸움은 역사의 정방향에 서 있다. 우리는 이긴다. 반드시 이기고야 만다. 동포여, 일어나 유신잔당의 마지막 숨통에 결정적 철퇴를 가하자.
일어나자. 일어나자. 동포여! 내일 정오 서울역 광장에 모여 오늘의 성전에 몸바쳐 싸우자. 동포여!
1980년 5월 30일 오후 4시 35분 김의기
김의기 그는
참 순박한 사람
부모님에게는 장한 아들
형과 누이에게는 다정하던 이
수줍은 얼굴 맑은 눈길
끌려간 벗들에게나
이 땅의 삶을 짊어진 노동자 농민에게나
묵묵히 다가서서 손을 내밀던 사람
김의기 그는
외롭고 쓸쓸하였네
적막한 밤중에 홀로 일어나
깨알 같은 글씨로 써내려갔네
역사의 구비마다 고여 있는 원혼들의 통곡
거리마다 웅크린 피맺힌 한숨
그 서러운 사랑 노래를
날 밝으면 나직하게 읊조리던 사람
미친 군화발 소리 총칼 소리 대포 소리
해방의 깃발 찢기는 비명 소리
평등의 비원 뭉개지는 울음 소리
민주주의가 매장되며 난자당하는 소리
오월의 흉측한 소문 따라
빛고을을 찾아간 사람
부르튼 입술과 떨리는 가슴으로
불씨를 지핀 이여
함부로 내동댕이쳐진 부러진 뼈여
통곡도 만장도 없이 흩어진 살이여
부러지고 흩어져서도 오직 한 뜻으로 외치던 이여
깨어나라 동포여, 미친 군부 독재에, 불의에, 죽음에,
항거하라, 외쳐라, 모여라, 두려워마라
그 짧은 순간 우리 가슴에 새겨진 그의 외침
새기고 새겨 겹쳐진 또 다른 이름들
마침내 모두들 모여 그 이름들 불러가며
치욕의 삶을 깨어버렸네
서로 어깨를 거머쥐었네
얼어붙은 입들에서 아우성 터져나왔네
다시 부르라 민주 민중 평등 평화 통일의 노래
부르고 불러야 할 사랑 노래
김의기 이제 열사가 된 그대
그대를 키운 이 서강언덕에서
새 순 돋으면 열정의 꽃으로
바람 불면 유유한 구름으로
눈 내리면 푸른 의로움으로
후배들 속에 길이 남으시라
2006년 5월 서강민주동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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