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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선배에 대학선배 ‘더이상 살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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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선비 작성일10-03-29 00:24 조회13,7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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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분당 이매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가요제 사회를 보게 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전교생이 저를 바라보는데도 전혀 어색하지도, 떨리지도 않았을 뿐더러, 도리어제가 즐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아나운서를 하면 즐겁게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부터 키워 온 꿈을 가지고 모교에서 정치외교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0년간의 노력 끝에 아나운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손정은(01 정외) MBC 아나운서

명문 사학으로 인정받는 모교에 해마다 손동문처럼 특별한 꿈을 가진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지원한다. 2010년 3월 현재 총동문회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전국 1035개 고등학교가 동문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한 동문이 674명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동문이 1명 뿐인 고등학교는 150개였다. 해마다 봄 학기가 시작하면 모교 곳곳의 게시판에 재학생들이 작성한 대자보가 붙는다. 각 고등학교 동문회가 있음을 알리고, 신입생 가운데 고등학교 동문 후배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동일한 고교를 졸업한 선배들을 찾기 위해 총동문회 사무실을 찾아오는 재학생도 부쩍 늘어나는 시기다. ‘고등학교 동문이자 서강인’이라는 공통분모로 신입생과 재학생은 물론, 졸업한 동문까지 함께 모이는 자리가 갖춰지는 셈이다. 그렇기에 다른 동문 모임보다 더욱 끈끈하게 선후배의 정을 과시하는 경우가 잦다.

모교 게시판에 붙은 고교 동문회 알림용 대자보 대광고등학교를 졸업한 김재수(85 수학) 동문은 “서강대 대광고 동문회는 일명 ‘서광회’로 불리며, 매 홀수 달 셋째 주 금요일 정기 모임을 갖고, 매월 첫 번째 토요일이면 근교의 산을 오른다”라고 말했다. 또한 “4월 17일 개교 50주년 기념 모임에도 만나고, 5월 20일과 10월 21일 골프 모임도 가질 예정이다”라며 “인터넷 카페 (cafe.daum.net/seokwanghoi)도 운영한다”라고 말했다.

서강대-경기고 동문회는 재학생 동문회와 OB 동문회로 구성된 탄탄한 조직망이 자랑이다. 재학생 동문회는 개강동문회, 신입생 환영회, 동문카니발 등의 행사를 개최하며, 졸업 동문 모임인 OB 동문회는 1년에 두 번 정기모임을 통해 우애를 다진다. OB 동문회의 수석 총무를 맡고 있는 이재환(91 경영) 동문은 “동문회가 활발했던 90년대 초반에는 개강동문회에 80여명의 동문이 참석한 적도 있었다”라며 “시험기간이 끝나면 의기촌 뒤편 노고산에 올라 삼겹살 파티를 벌였는데, 당시 막내여서 후문에 있던 정육점과 슈퍼를 세 차례나 다녀왔었다”라고 추억했다.



2009년 12월에 열린 동래고 동문회 ‘비바트로스’의 모습

청량고등학교 서강대 동문회인 ‘청서회’는 99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비교적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1년에 4번의 모임과 가을에 열리는 체육대회로 결속을 다지고 있다. 이승호(99 물리) 동문은 “동문회비를 모아서 산 선물을 들고 청량고등학교로 찾아가 모교를 소개하고 자랑하기도 한다”라며 “선배들의 정성으로 모은 장학금으로 어려운 후배들을 도울 만큼 멋진 동문회가 운영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강-고교 합체 ‘멋드러진 명칭’ 탄생
고등학교와 모교의 이름을 합쳐 멋드러진 동문회 명칭도 눈에 띈다. 충암고등학교 동문회는 서강의 ‘서(西)’와 충암의 ‘암(岩)’을 딴 ‘서암회(西岩會)’다. 회장 김도창(81 경영) 동문은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중반 사이 모교에 재학했던 충암고 동문들이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현재 약 30여명이 회원이고, 각종 경조사를 챙기며 끈끈한 우의를 이어나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동성고등학교 동문회는 순 우리말로 이름을 꾸몄다. 동성의 ‘성(星)’을 순 우리말인 ‘별’로 바꾸고, 서강에서 ‘강(江)’을 따 순 우리말인 ‘가람’으로 바꾼 후 합쳐서 ‘별가람’이라 지었다. 한윤구(73 경영) 모교 대외교류실장은 “70년대 초반 동성고 출신들이 많이 입학했는데, 당시 휴일이면 모두 모여 기마전과 말타기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여의도로 놀러 가곤 했다”라며 “지금도 그때 선·후배들과 모임을 가지며 돈독하게 지낸다”고 덧붙였다.

동래고등학교 동문회도 ‘비바트로스(Beebatross)’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동래고의 상징인 ‘벌(Bee)’과 모교의 상징인 ‘알바트로스(Albatross)’를 합친 말로, 동문들은 주로 ‘비바’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정명권(04 경영) 재학생 동문회장은 “매년 겨울에 열리는 비바 동문회에서는 60년대 학번부터 2000년대 학번까지 한자리에 모여 뜨거운 모교애를 확인하고 있다”라고 자랑했다.

반면 모교 초기에 입학한 동문이나 재학 당시 같은 고교 출신이 적거나 아예 없었던 동문들은 아쉬움도 크다. 이화여고를 졸업한 이화자(60 영문) 동문은 “당시 같은 고교에서 모교로 진학한 학생은 혼자였고, 이후 몇몇 후배가 입학했지만 워낙 수가 적어 따로 뭉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숙명여고를 졸업한 민은경(76 신방) 동문은 “입시 준비할 당시 모교에 진학하려는 친구가 많지 않아서 외로웠다”라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위치한 멀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g Academy)를 졸업한 윤상용(98 정외) 동문은 “서강 동문 중에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문은 없는 걸로 안다”며 “서강의 국제화가 탄력 받고 있으니, 조만간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미국인이나 다른 외국인이 모교 동문이 될 날이 있을 것이다”라고 희망했다.

2000년대 이후 외고 출신 증가
한편, 2000년대 들어 동문을 배출하는 고등학교 분포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외국어고등학교(이하 외고) 출신 동문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3월 8일 공개한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10학년도 모교 최초 합격자 가운데 외고 출신은 481명으로, 모집 정원 1824명 중 26.4%를 차지한다. 이런 변화에 따라 외고 동문회도 활성화되는 추세다. 현재 재학생 위주로 모임이 이뤄지지만, 곧 졸업 동문과 재학생을 아우르는 동문회로 발전하리라 예상된다.


‘재 서강 남대전고 동문회’ 의 2009년 송년회 모습

이와 별도로 기존의 고교 동문회들이 더 이상 재학생을 아우르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재 서강 남대전고 동문회’ 총무를 맡고 있는 김상진(89 경영) 동문은 “90년대까지는 잘 유지됐으나, 2000년대에 들어 후배들이 많이 입학하지 못해 재학생 동문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며 “대신 82학번에서 92학번 사이의 졸업생 위주로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모임을 갖고 우의를 다진다”고 말했다.

김성중(01 신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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