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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주목할 전천후 시인 김경주(02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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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7-14 11:16 조회19,3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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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가장 주목해야 할 젊은 시인(계간 <시인세계>), 현대시를 이끌어갈 젊은 시인 1위(계간 <서정시학>)에 잇달아 선정된 작가. 첫 시집과 두 번째 시집이 각각 7000부, 1만 부 이상 팔릴 정도로 대중적 호응을 받은 시인, 김경주(02 철학, 본명 김병곤) 동문.

 

평론가들은 그를 가리켜 ‘전천후 시인’이라고 평합니다. 2003년 철학과 재학 중에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꽃 피는 공중전화’로 당선돼 등단했고, 시와 희곡의 장르적 경계를 허문 실험적인 시인으로 유명합니다. 게다가 야설(野說) 작가, 대필 작가, 카피라이터, 극작가, 공연연출가 등 다채로운 이력과 문학적 경험을 고루 갖춘 팔방미인 예술가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불편’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철학과 재학시절 친구들과 만든 독립영화사 ‘청춘’을 확장 개편한 무경계 문화펄프 연구소 ‘추리닝 바람’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인디문화를 제작, 개발하며 공연을 꾸준히 기획해오고 있습니다. 2008년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 상을 수상했습니다.

 

김경주 시인을 알기 위해 비교적 난해하지 않은 그의 시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라는 작품을 감상해보죠. 첫 번째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2006년)에 수록됐습니다. 참고로 두 번째 시집은 <기담>(2008년).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 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네, 그 속에서 하늘하늘한
팬티 한 장 어머니

볼에 문질러보네. 안감이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아직껏 여자로 살게 하는 무늬였음을
오늘은 그 적멸이 내 볼에 어리네.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씨는 “그의 시를 대하면 ‘기형도의 재래(再來)’라는 말이 호들갑이 아니라는 데 한 표를 던지게 된다. 그의 시는 어려워도 끌리게 된다”는 감상을 표현한 바 있습니다.  

2007년에 쓴 시 하나를 더 소개합니다. 저작권을 함부러 침해하는 일이지만 시인께 양해를 구합니다. 제목은 '저녁의 염전'입니다.

죽은 사람을 물가로 질질 끌고 가듯이
염전의 어둠은 온다
섬의 그늘들이 바람에 실려온다
물 안에 스며 있는 물고기들,
흰 눈이 수면에 번지고 있다

폐선의 유리창으로 비치는 물속의 어둠
선실 바닥엔 어린 갈매기들이 웅크렸던 얼룩,
비늘들을 벗고 있는 물의 저녁이 있다

멀리 상갓집 밤불에 구름이 쇄골을 비친다
밀물이 번지는 염전을 보러 오는 눈들은
저녁에 하얗게 증발한다

다친 말에 돌을 놓아
물속에 가라앉히고 온 사람처럼
여기서 화폭이 퍼지고 저 바람이 그려졌으리라

희디흰 물소리, 죽은 자들의 언어 같은,
빛도 닿지 않는 바다 속을 그 소리의 영혼이라 부르면 안 되나
노을이 물을 건너가는 것이 아니라 노을 속으로 물이 건너가는 것이다

몇천 년을 물속에서 울렁이던 쓴 빛들을 본다
물의 내장을 본다

<동아일보>는 7월 13일자에 ‘젊은 문학, 장르를 박차다’ 시리즈 4회분에 김경주 시인을 다뤘습니다. 동문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동아일보] 시인 김경주씨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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