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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6-25 17:25 조회16,5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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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89.불문) 여행작가


서강의 품을 떠난 지 올해로 12년, 서강의 캠퍼스에서 만난 사람과 결혼한 지 10년이 되었다. 10년, 어찌 보면 긴 세월이지만 되돌아보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 가버렸다. 지난 10여 년의 세월 중 언제가 가장 행복했었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결혼 후 남편과 같이 전국 여행을 했던 97년의 여름을 꼽는다.

당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던 남편과 나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우리의 산하를 돌아보자는 단순한 생각으로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전국 여행길에 올랐다. 퇴직금으로 작은 자동차를 할부로 구입하고, 초보 운전 딱지를 붙이고 전국 곳곳을 돌아다녔다. 5월에 시작한 여행은 8월에 끝났고, 지금까지도 우리 부부는 그때의 경험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곤 한다.

전국 여행 이후로 우리 부부의 크고 작은 여행은 계속 이어졌다. 괌과 사이판을 한달 반 동안 돌며 여행서를 내기도 했고, 자연농을 하는 분에게 농사를 배운다며 제천으로 순천으로 보은으로 부지런히 찾아다니기도 했다. 물론 미래에 대한 불안, 경제적인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지만 마음만은 참 행복했던 시기였다.

낯선 곳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자연의 신비를 보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곤 한다. 자연의 순리대로 한 박자 천천히 내 삶을 돌아보며 살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에서부터, 낯선 곳에서 잠자리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존을 위해 잔머리를 굴리는 방법까지.

그 후 아기를 낳고 그 아기를 키우기 위해 다시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우리 부부의 역마살은 줄어들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된 것이다. 체험 여행이라는 미명 하에, 아이에게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겠다는 핑계로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봄에는 꽃구경, 여름에는 계곡 놀이, 가을이면 단풍을 찾아, 겨울에는 눈 쌓인 시골 마을로. 문 밖에서 조금만 나가면 계절의 변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자연은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

아이가 하나에서 둘이 되었지만 우리의 여행은 계속되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7살 4살, 잠꾸러기 아이들이지만 놀러 가니 일어나라하면 새벽 5시에도 번쩍 눈을 뜬다. 그리고 책이며 장난감 등 자기들이 필요한 것은 스스로 챙기고, 여행지에서도 스스로 놀 거리를 찾아 놀며 투정 한 번 부리지 않는다. 오히려 엄마 아빠를 걱정하고 다음 여행지는 어디인지 미리 물어보며 여행 일정을 챙기기도 한다. 엄마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도 여행을 통해 생활의 지혜를 배우는 것은 아닐까? 종종 이런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짓기도 한다.

너나 없이 조기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는 요즘. 우리 부부는 아이들 교육 역시도 여행을 통해 풀고자 한다. 진정한 교육은 책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곳에서 이루어진다는 진실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도 우리 가족은 여행 계획을 짜느라 가족 회의를 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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