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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나] 배윤성(79 물리) 모바일 어플라이언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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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6-18 14:25 조회15,7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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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 안주엔 '쉬라즈' 곁들여 보세요"

와인의 마력에 마음 뺏기다

와인을 처음 접한 기억은 3년 전, 필자를 취재했던 어느 기자가 초대한 와인 강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의 마지막 날, 조명을 모두 끈 채 ‘파두(포르투갈 민요 : 편집자)’음악을 틀었다. 그리고 강남의 네온사인을 바라보며 와인을 마셨다. 그때 분위기 덕분에 ‘와인은 황홀한 매력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대받은 대부분의 CEO들도 와인의 품종이나 지역별 특징, 각종 와인 매너에 대한 강의보다 색다른 분위기를 제공했던 와인의 마력에 마음을 뺏겼을 것이다. 이후 와인 공부에 많은 투자를 했고, 친구들은 물론 거래처 사람들과 자주 와인 잔을 기울였다.

그 동안 남다른 정열과 노력으로 와인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쌓았다. 항상 새로운 와인에 도전하면서, 짧은 생각을 메모로 남겼다. 라벨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나만의 와인 데이터베이스로 삼았고, 해외 출장 중에는 마시고 싶은 와인을 찾아다녔다. 구하고 싶은 와인이 있으면 해외로 주문했고, 몇몇 와인샵에서 정기적으로 발송하는 광고 메일을 신청해서 받았다.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 모임에도 적극 참여해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넓혔고,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와인에 입문한 뒤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틀을 깬 자기만의 와인 연출

와인을 즐기려면 최소한의 준비와 격식이 필요하다. 어떤 술보다도 상징성이 높고, 문화적이고 지적이며 감각적이기 때문이다. 고상하고 부드러운 품격을 갖췄고, 웰빙 및 서구문화에 대한 동경과 상류층을 향한 욕망이 숨겨져 있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소위 ‘마리아주(Marriage)’라는, 와인과 음식간의 궁합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기본적인 매너만 지킨다면,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서 즐기든 간에 각자의 개성과 가치관에 따라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음식은 국물이 많고 맵고 짜기 때문에 어떤 와인을 곁들일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편견을 버린다면 어떤 음식 맛과도 잘 어우러지는 자신만의 즐겁고 최상의 조합을 찾아낼 수 있다. 떡볶이를 달콤하고 개운한 맛의 ‘모스카토 스푸만테’의 안주로 삼거나, 삼겹살이나 곱창에 보디감과 탄닌이 강한 ‘쉬라즈’나 ‘말벡’품종의 와인도 얼마든지 어울린다. 서해안 천북 굴 축제에 신선하고 깔끔한 산도의 ‘샤블리’를 가져가지 못했다면, 꽃 향기 짙은 미지근한 ‘부르고뉴’ 레드와인을 종이컵에 마신들 누구도 탓하지 못할것이다.

비 오는 날에는 부침개에 막걸리를 마셔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흙냄새 피어오르는 ‘생테밀리옹’ 와인으로 바꿀 수 있다. 치즈와 크래커가 없다면 백김치나 마른 오징어도 와인의 좋은 안주거리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어묵과도 얼마든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환상적인 궁합 ‘와인과 비즈니스’

비즈니스는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며, 고객과 마음이 통해 신뢰관계가 구축된다면 이미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에 항상 수반되는 술자리에는 와인이 제격이다. 와인을 같이 마시면서 품위와 격조를 높일 수 있고, 상대방의 관심과 신뢰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소주나 위스키는 한국 정서상 주고받으며 떠들썩하게 마시고 2, 3차까지 폭탄주로 이어지는데 반해, 와인은 대부분 조용한 장소에서 마시게 되므로 사업 메시지가 부드럽고 정확히 전달돼 진행이 원활해질 수 있다. 특히 상대방이 와인을 좋아하거나 상대의 특성에 어울리는 와인을 선택한다면, 훨씬 수월하고 효율적인 협상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필자 역시 골프나 폭탄주 보다는 식사와 함께 마음을 담은 와인을 접대하면서, 효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내 생활의 윤활유

주말이면 어김없이 아내와 고등학생인 딸과 함께 와인을 마신다. 매주 새로운 향과 맛을 만난다는 기다림은 나에게 벅찬 행복이다. 가족과 함께 와인을 마시면 편안한 삶의 여유를 느끼며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담소를 나눌 수 있다. 즐거움도 배가되고, 가족 간의 사랑도 돈독해진다. 또, 친한 친구들을 초대해 간단한 ‘포트럭(Potluck)’파티를 열고 다양한 와인을 함께 맛본다. 따뜻한 가족 사랑을 확인시켜주고, 윤택한 사회생활을 도와주는 와인이야말로 생활의 윤활유와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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