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세상 꿈꾸는 사회복지사 조향숙(88사학)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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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6-03 11:04 조회15,66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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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학보 제552호에 사회복지사로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조향숙(88 사학) 동문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습니다. 서강학보사의 양해를 구해, 총동문회 홈페이지에도 해당 기사를 게재합니다.
서울시 중랑구 면목3동에 있는 녹색병원에는 보통 병원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원진재단과 뜻있는 의사들이 설립한 비영리 법인 녹색병원은 일하는 사람들과 지역주민을 위한 병원을 표방한다. 이들은 일면적, 사후적 치료를 넘어 다면적인 접근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건강 복지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동네 한복판에 자리해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생활을 만들어나가는 녹색병원 지역건강센터의 조향숙 사회복지사를 만났다. <편집자주>
나눔으로 변화된 세상을 꿈꾸며
조향숙 팀장이 근무하는 지역건강센터는 녹색병원 1층 오른편에 자리 잡고 있다. 혼자서 병원 일을 보기 힘든 어르신들이나 지역주민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활짝 열린 문을 지나면 언제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사람들을 환하게 웃으며 맞아주는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사회복지사로서의 시작
대학시절 그녀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특별한 동아리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학과 내의 소모임과 풍물패 활동에 열심히 참여했고 같은 과 친구들과 함께 탁아방 봉사활동도 다녔다. 당시 여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노동, 통일 문제 등 남들과 함께하는 삶이 주요한 관심사의 하나이기도 했다. “사회복지사가 내 꿈이라고 생각했던 적은 없다”는 그녀는 졸업 후 평범하게 취직을 했지만 직업상의 필요로 취득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사회복지사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함께 하는 삶’에 대한 고민에 답을 찾을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이웃집 조 팀장님
‘일하는 사람과 지역주민을 위한’ 특별한 병원인 녹색병원의 지역건강센터는 말 그대로 지역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실현하기 위해 개설된 곳이다. 지역건강센터는 입원·외래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상담 지원은 물론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에게 무료 검진과 치료비 지원을 하는 ‘건강 방파제’ 프로그램과 생계비·도시락 등의 경제적 지원에서부터 여름이 오면 어르신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직접 찾아가 방충망을 달아드리는 세심한 배려도 모두 지역건강센터가 맡아 하고 있다. 일부에만 미치는 보살핌이 아닌 ‘총체적인 종합 건강 및 복지 증진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어느 때고 가리지 않고 돌발 상황이 생기는 곳이기에 이 모든 일은 결코 녹록지가 않다. 인터뷰 중간에도 수시로 환자들이 찾아와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했다. 질서 정연하고 짜임새 있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로서는 처음에는 몹시 적응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학교 다닐 땐, 지갑 속의 지폐도 모두 그림을 맞춰서 넣어 둘 정도로 가지런한 걸 좋아했는데, 이제는 여기저기서 일이 툭툭 튀어나오는 데도 적응이 됐나 봐요.” 병원 업무의 특성상 일정이 고정되는 일이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어려움은 그 뿐만이 아니다. 몸과 마음이 힘든 사람들을 매일같이 만나는 일은 건강한 사회복지사들에게도 힘에 부치는 일이다. 그래서 그녀는 누구나, 특히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꼭 건강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그녀에게는 대학시절 만난 사학과 동문들, 선배들이 그러한 존재다. 그녀는 지금도 오랜 시간 함께하며 같은 문제를 고민하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힘을 얻는다고 했다. 이들은 지금도 일 년에 두 번씩 함께 답사를 다니며 친목을 다지고 있다.
사회복지사로서 산다는 것
그녀는 늘 대단한 희생정신을 가진 사람만 사회복지사로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사회복지사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복지는 한 사람의 일임과 동시에 그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므로 항상 변화의 가능성과 그 당위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사람과 그를 둘러싼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의료사업과는 달리 사회복지사업에서는 눈에 보이는 진전이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대상자가 노인일 경우에는 더 그렇다. “사회복지사에게 필요한 자질에는 인내심을 빼 놓을 수 없다”는 게 그녀의 말이다. 사회복지사에게 ‘엎어지다시피’하며 하나부터 열까지 지나치게 의존하는 이들을 대할 때면 과감한 결단력도 요구된다. 그녀는 “이런 일들은 선배들이 일하는 것을 직접 보면서 배워야 한다”며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면 길지 않은 실습 기간 대신 현장에 나갈 기회를 많이 가지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람에 앞서 그 못지않은 책임감이 수반되는 일이다.
함께 하는 삶을 향하여
복지를 자신과 상관없는 문제로 여기거나 혹은 우선순위에서 저만치 밀어두려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 필연적으로 불평등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 구성원간의 갈등과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복지는 “이 사회를 유지하는, 어쩌면 가장 자본주의적인 제도”라는 것이다. 복지로서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미리 줄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로 일한지 11년 차, 녹색병원으로 온 지는 2년이 조금 넘었다. 그녀는 녹색병원의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것이 무척이나 즐겁고 적성에 맞는다고 했다. 가만히 앉아 환자나 내담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대상자를 발굴하고 병원 안팎을 두 발로 뛰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서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을 나누기 위해 사회복지사 조향숙씨는 오늘도 바삐 그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녹색병원으로 향한다.
최지영 기자 tkinasub@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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