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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기 29주기 추모, 덩 기닥 얼쑤 탈춤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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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5-21 16:24 조회16,9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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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의기(76 무역) 동문을 추모하는 ‘의기제’가 5월 19일 오후 6시 30분 로욜라 동산 옆에 세운 추모비 앞에서 엄숙하게 열렸습니다. 서강민주동우회(회장 채신덕 83 수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김의기 동문의 유족, 재학생 그리고 추모문화제를 준비한 2002학번 동문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인의 넋을 기리고, 영정에 분향한 뒤 술잔과 절을 올렸습니다. 김의기 동문의 유족 대표로 참석한 김의숙 큰 누이와 김주숙 작은 누이는 “해마다 저희 동생을 잊지 않고 서강대 후배들이 제사를 지내주니 너무 감사하다”면서 “지난 1980년 5월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고 외친 동생의 절규에 떳떳하게 답할 수 있는 후배들이 돼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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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기 동문의 두 누이들. 왼쪽부터 김주숙, 김의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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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신덕 민주동우회장은 제사에 참석한 선후배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5월 30일 오전 8시 학교 정문에 모여 광주 망월동 묘지로 떠나는 참배에 많은 동문들이 참여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펼쳐진 길놀이는 재학생 풍물패 연합이 대거 참여해 북, 장구, 징, 꽹과리를 치면서 청년광장에서 추모비까지 추모대열을 이끌었습니다. 

 

이번 ‘김의기 열사 29주기 추모문화제’는 2002학번의 유종화(경제), 연제명(종교), 이승은(생명), 박영현(경제), 정운(사학), 정영미(사학), 김대관(종교) 동문들의 준비로 내실 있게 이뤄졌습니다. 추모비 앞에는 ‘의기형의 그날을 생각합니다 - 사라져도 살아져라(02학번 의기제 준비단)’이라고 적은 검은색의 추모 현수막이 나붙었습니다. 이들 의기제 준비단은 지난 4월 24일 학교 앞 주점에서 ‘일일 의기주점’을 열고 기금을 모금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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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학번 의기제 준비단. 왼쪽부터 유종화, 연제명, 이승은, 박영현, 정운 동문>

이어 본관 앞 청년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진행된 추모문화제에는 커뮤니케이션 학부의 새내기 신입생 여섯 명의 춤 공연을 비롯한 재학생들의 노래공연이 이어졌고, 서유미(국문) 총학생회장의 인사말과 도영웅(09 사학) 신입생이 의기 형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송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졸업 동문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80년대 서강 길놀이의 대명사이던 탈춤반(일명 탈반) 동문들의 탈춤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틈틈이 익혀온 양주 별산대 놀이의 진수를 선보였습니다. 


‘덩 닥기 덩 기덕 얼쑤’ 장단과 추임새에 맞춰 정일수(79 경제), 임상철(80) 동문의 춤사위가 허공을 갈랐습니다. 녹슬지 않은 춤패의 기량이 신명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양주 별산대 놀이를 가르쳐온 석종관 선생과 산대놀이의 정필섭 선생이 몸소 참석했고, 탈반 출신으로는 정규홍(77 영문), 송성섭(79 화공), 이장길(89 경제) 동문 등 총 10명의 광대들이 나와 혼신을 다해 연희(演戱)의 진면목을 펼쳐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추모문화제에는 졸업동문 60여명과 재학생 200여명이 참석해 밤 늦게까지 청년광장에서 막걸리를 주고받았습니다. 80년대의 엄숙함과 비장함 대신 생동하는 몸짓과 선후배 간의 어우러짐이 추모 분위기를 이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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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사위가 절로~. 신명난 동문들. 오른쪽 끝이 채신덕 민주동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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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별산대 놀이를 마치고 청년광장에서 기염을 토하는 탈춤반 동문들과 참석자들. 첫줄 왼쪽에서 세번째, 앉아서 환호하는 분이 석종관 선생.>

참고로 ‘김의기 열사’에 대한 설명은 로욜라 동산 옆에 마련된 추모비와 동판 영정이 새겨진 비석에 적힌 비문(碑文)으로 갈음합니다.


고(故) 김의기 열사의 삶

김의기 열사는 1959년 경북 영주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1976년 서강대 무역학과에 입학하였다. 열사는 청년시절 모순된 사회현실을 보면서 농민운동과 학생운동에 헌신하였다. 열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목격하고 역사의 진실을 온 국민에게 밝히고자 1980년 5월 30일 종로 기독교회관 6층에서 ‘동포에게 드리는 글’을 남기고 투신 산화하였다. 이에 열사의 정의로운 뜻과 애국적 삶을 기리기 위해 여기 의기촌에 추모비를 세운다.


동포에게 드리는 글

피를 부르는 미친 군홧발 소리가 우리가 고요히 잠들려는 우리의 안방에까지 스며들어 우리의 가슴팍과 머리를 짓이기어 놓으려 하고 있는 지금, 동포여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보이지 않는 공포가 우리를 짓눌러 우리의 숨통을 막아 버리고 우리의 눈과 귀를 막아 우리를 번득이는 총칼의 위협 아래 끌려 다니는 노예로 만들고 있는 지금,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무참한 살육으로 수많은 선량한 민주시민들의 피를 뜨거운 오월의 하늘 아래 뿌리게 한 남도의 봉기가 유신잔당들의 악랄한 언론탄압으로 왜곡과 거짓과 악의에 찬 허위선전으로 분칠해지고 있는 것을 보는 동포여,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20년 동안 살벌한 총검 아래 갖은 압제와 만행을 자행하던 박 유신정권은 그 수괴가 피를 뿌리고 쓰러졌으나 그 잔당들에 의해 더욱 가혹한 탄압과 압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20년 동안 허위적 통계 숫자와 사이비 경제이론으로 민중의 생활을 도탄에 몰아넣은 결과를 우리는 지금 일부 돈 가진 자와 권력 가진 자를 제외한 온 민중이 받는 생존권의 위협이라는 것으로 똑똑히 보고 있다. 유신잔당들은 이제 그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공포와 불안에 떨면서 개처럼, 노예처럼 살 것인가? 아니면 높푸른 하늘 우러르며 자유시민으로서 맑은 공기 마음껏 마시며 환희와 승리의 노래를 부르면서 살 것인가? 또다시 치욕의 역사를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고 떳떳한 조상이 될 것인가?

동포여 일어나자. 마지막 한 사람까지 일어나자. 우리의 힘 모은 싸움은 역사의 정방향에 서 있다. 우리는 이긴다. 반드시 이기고야 만다. 동포여, 일어나 유신잔당의 마지막 숨통에 결정적 철퇴를 가하자.

일어나자. 일어나자. 동포여! 내일 정오 서울역 광장에 모여 오늘의 성전에 몸바쳐 싸우자. 동포여!

1980년 5월 30일 오후 4시 35분 김의기



김의기 그는

참 순박한 사람
부모님에게는 장한 아들
형과 누이에게는 다정하던 이
수줍은 얼굴 맑은 눈길
끌려간 벗들에게나
이 땅의 삶을 짊어진 노동자 농민에게나
묵묵히 다가서서 손을 내밀던 사람

김의기 그는
외롭고 쓸쓸하였네
적막한 밤중에 홀로 일어나
깨알 같은 글씨로 써내려갔네
역사의 구비마다 고여 있는 원혼들의 통곡
거리마다 웅크린 피맺힌 한숨
그 서러운 사랑 노래를
날 밝으면 나직하게 읊조리던 사람

미친 군화발 소리 총칼 소리 대포 소리
해방의 깃발 찢기는 비명 소리
평등의 비원 뭉개지는 울음 소리
민주주의가 매장되며 난자당하는 소리
오월의 흉측한 소문 따라
빛고을을 찾아간 사람

부르튼 입술과 떨리는 가슴으로
불씨를 지핀 이여
함부로 내동댕이쳐진 부러진 뼈여
통곡도 만장도 없이 흩어진 살이여
부러지고 흩어져서도 오직 한 뜻으로 외치던 이여
깨어나라 동포여, 미친 군부 독재에, 불의에, 죽음에,
항거하라, 외쳐라, 모여라, 두려워마라
그 짧은 순간 우리 가슴에 새겨진 그의 외침
새기고 새겨 겹쳐진 또 다른 이름들
마침내 모두들 모여 그 이름들 불러가며
치욕의 삶을 깨어버렸네
서로 어깨를 거머쥐었네
얼어붙은 입들에서 아우성 터져나왔네
다시 부르라 민주 민중 평등 평화 통일의 노래
부르고 불러야 할 사랑 노래

김의기 이제 열사가 된 그대
그대를 키운 이 서강언덕에서
새 순 돋으면 열정의 꽃으로
바람 불면 유유한 구름으로
눈 내리면 푸른 의로움으로
후배들 속에 길이 남으시라

2006년 5월 서강민주동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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