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77정외) 한겨레 편집국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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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유진 작성일09-05-06 11:41 조회11,18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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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생각하는 리더십으로 신문 제작
'안경 너머로 비치는 강렬한 눈빛.' 성한용(77정외) 한겨레 신문사 편집국장의 첫 인상이었다. 인터뷰에 임하는 동안에도 수첩과 펜을 들고 기자의 자세를 보이는 성 동문에게서 20여년간 정치부 기자로 다져진 품위와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사람을 생각하는 솔선수범형 리더십
성 동문은 올해 3월 6일 편집국장으로 선임됐다. 이미 여러 차례 편집국장 제의를 거절해왔지만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솔선수범형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신문사 대표의 강한 요청과 동료 기자들의 전폭적인 지지 때문에 이번만큼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편집국장이 된 이후 그야말로 ‘빡센’ 하루하루가 진행되고 있다. 한밤중에 귀가했다가도 새벽같이 출근하는 생활이 일상이기 때문이다. 출근과 동시에 신문, 외신, 방송 뉴스 등을 점검하고 매일 3번 이상 편집회의를 연다. 저녁 식사 약속을 끝낸 이후에도 다시 회사로 돌아와 수정된 사항을 점검해야 한다. 자리가 높아진 만큼 책임도 무거워 졌다. 자기 일에만 집중하면 되는 게 기자의 직무라면, 편집국장은 다른 사람들의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기에 부담감도 크다.
“겪어보니 편집국장은 관리직입니다. 신문의 방향을 제시하고 기자들이 보다 활력 있게 취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게 제 역할입니다.”
편집국장 취임 이후 성 동문이 주력한 업무는 기자들의 열정에 불을 지피는 역할이었다.기자들의 자발성을 이끌어 내기 위해 저마다 취재하고 싶은 분야에서 뛸 수 있도록 인사 배치를 했다. 성 동문은 “하고 싶은 일을 함으로써 기자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이를 통해 자연스레 기사의 질도 나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인생은 아이러니입니다.
성 동문의 기억에서 모교 학창 시절은 시대의 상처로 가득했다. 시위가 끊이지 않던 박정희 정권 말기에 입학했던 탓이 컸다. 성 동문은 “끔찍하고 무서웠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지금이 신기할 따름입니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사는 게 비참하다’고 느꼈다는 성 동문은 1979년 ‘도망치듯’ 군에 자원입대했다. 하지만 배치 받은 곳은 공교롭게도 민주화 운동이 터졌던 전남 광주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도망친 곳이 오히려 쓰디 쓴 역사의 현장이었던 셈이다. 성 동문은 “요즘도 그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라고 몸서리 쳤다. 그러면서도 성 동문은 “군인들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입니다”라고 말했다.
1981년 전역한 성 동문이 복학했을때, 알고지내던 77학번 동기 대부분은 이미 제적당한 후였다. 그랬기에 성 동문은 “혼자만 군대로 도망가 버렸다는 미안함 때문에 ‘누군가에게 빚을 졌다’는 생각으로 언론인의 길을 선택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1984년 졸업과 동시에 보험사에 취직했지만 곧 그만두고 1985년 서울신문에 입사해 사회부 기자로 3년간 활동했다. 그런 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새로운 언론에 대한 갈망으로 창간하게 된 한겨레신문과 처음부터 역사를 함께 했다. 요즘 들어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기자직을 떠나는 경우가 유독 늘었지만, 성 동문은 꿋꿋이 한 길만을 걸어왔다. 그저 일이 즐겁고 그안에서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성 동문은 “기자생활의 원동력은 사람입니다”라며 “일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일하는 자체가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가슴을 뛰게 하는 현장의 매력
성 동문은 기자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특종기사를 썼고, 현장감 넘치는 칼럼으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인터뷰 내내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 하던 그는 현장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과 얼굴에 절로 생기가 돌았다.
“현장은 기자로서의 원천적 갈망입니다.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고 실제로 봐야 자신 있게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성 동문은 “편집국장 자리의 명성을 더럽히지 않고 후임자에게 깨끗하게 물려주고 싶습니다”라며 “이후에도 여건이 허락된다면 끝까지 현장기자로 남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성 동문은 “세상사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 될 수 있습니다. ‘진보적 신문’이라 일컬어지는 한겨레지만, 독자 입장에서 보수의 입장까지 담을 수 있는 공정한 신문으로 신뢰를 구축해나가겠습니다”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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