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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과 정일우 신부의 각별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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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중 작성일09-02-20 13:03 조회14,3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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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모교의 교수로 재직했으며, 이후 빈민운동에 평생을 바친 정일우(John P. Daly, 사진 왼쪽)신부와 선종하신 故 김수환 추기경(사진 오른쪽)과의 관계는 매우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관계는 얼마 전 출간된 자서전인 '정일우 이야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정일우 신부는 '나의 갈 길을 열어 주신 분'으로 故 프라이스 신부, 故 제정구 의원과 함께 김수환 추기경을 들면서 그 인연을 회고하고 있습니다. 

정일우 신부와 제정구 의원이 양평동 판자촌에 들어가 살겠다는 뜻을 밝히자, 김수환 추기경은 "아주 좋다"라고 격려한 뒤, 당시 박정희 정권의 탄압을 사전에 피하기 위한 실질적인 보증인이 되어 주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김수환 추기경은 자주 양평동 판자촌을 찾아 주민들을 위한 미사를 집전하고 아픔을 함께 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이주할 땅을 살 때에는 독일 천주교회 해외지원단체를 소개해 주고, 1987년에는 천주교 서울교구에 도시빈민사목위원회를 만드는 등 주민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주셨다고 정일우 신부는 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1989년 6월에 열린 아시아 도시빈민대회에서 "삶의 자리 없이 인간이 존재할 수 없다. 존재할 자리가 없는데 인간의 권리를 어떻게 누릴 수 있는가"라며 "정부와 대기업, 또는 어떤 개인일지라도 이 세상에 집 없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는 한 호화주택을 짓거나 가질 권리가 없다"라고 선언한 김수환 추기경의 축사를 강하게 기억한다고 정일우 신부는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이를 위해 최소한의 삶의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의무를 명심해야 한다"라는 김수환 추기경의 말이 철거민들의 고통을 핵심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정일우 신부는 김수환 추기경을 '그냥 겸손하신 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일우 신부는 1970년부터 약 10년간 김수환 추기경의 영적지도신부를 맡았는데, 만남에서 느껴지는 김수환 추기경은 '겸손하다'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김수환 추기경은 항상 가난하게 생활하려는 열망이 컸다고 합니다. 추기경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교관을 떠나 가난한 사람들 속으로 가고 싶다는 열망을 스스로 고민했으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지 못한 것을 "추기경이라는 직책 때문이 아니고 솔직히 용기가 없어서"라고 고백했다고 정일우 신부는 밝히고 있습니다.

이렇게 정일우 신부와 김수환 추기경은 친밀한 관계였으며, 힘 없고 약한 사람들 편에 서서 그들을 도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모교와의 인연이 각별하다는 점에서도 두 분과의 추억을 돌아보고, 그 뜻을 되새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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