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과 서강의 애틋하고 오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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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2-19 12:15 조회11,66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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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5월 10일 거행된 개교 15주년 기념미사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주례를 맡았다.>
16일 선종하신 故 김수환 추기경과 서강대학교와의 인연을 돌아보면, 김수환 추기경의 오늘이 있기까지 모교와의 깊은 교감도 큰 역할을 했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큰 어른’으로서의 생을 살다 가신 김수환 추기경을 이야기하면서, 모교와의 인연을 감히 들먹일 수 있는 까닭은, 감동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음의 일화를 접한 뒤에 ‘아 그랬구나...’ 하는 심정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김수환 추기경이 2003년 7월 13일 모교를 방문해 故 게페르트 신부 1주기 추모 미사의 주례를 맡은 자리에서 전해준 김수환 추기경이 스승인 게페르트 신부와의 회고담을 이야기한 것을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모교 설립자인 게페르트 신부의 1주기 추모 미사와 동상 및 흉상 제막식을 겸해 마련된 이날, 김수환 추기경은 "게페르트 신부님의 눈물과 간절한 기도 덕분에 성직자의 길에 충실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은 “일제 강점기 시절 수도자로서 일본 상지대학교에서 유학하고 있을 때, 일본 수도자와 민족 문제와 관련해서 언성을 높이며 예민하게 논쟁을 벌였던 일이 있었습니다. 이를 보신 게페르트 당시 예수회 기숙사 사감 신부님께서 (김수환 추기경을) 따로 조용히 부르시더니 싸우면 안 된다는 꾸지람 대신, 너는 이 다음에 어떤 사제가 되고 싶으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물론, 조선을 위해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 말한 제게 게페르트 신부님께서는 ‘너는 한국의 사제이기 이전에 하느님을 위한 사제가 되어야 한다’라고 이르셨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덕분에 김수환 추기경은 일본 수도자들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합니다.
특히, 김수환 추기경은 “울분을 느끼면서도 원치도 않는 일본 학도병을 끌려 나가야 했을 때, 게페르트 신부님은 젊은 신학생이던 나의 마음을 헤아려 달래주시려는 듯 강복을 주시기 위해 머리 위에 두 손을 얹어 놓으셨습니다. 그 때 부들부들 떨던 게페르트 신부님의 두 손을 느끼고 ‘아! 이 분이 나를 위해 우시는구나’하고 게페르트 신부님이 얼마나 강렬하게 염려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가를 체험했습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게페르트 신부님이 김수환 추기경을 위해 눈물을 보이셨던 일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고백에 따르면, 김수환 추기경이 추기경이 되었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시면서 게페르트 신부는 눈물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추기경이 된 이후, 일본에 들러 게페르트 신부님을 만날 때마다 신부님은 한국과 김수환 추기경을 위해 매일 기도하신다며 눈물을 보이셨다고 합니다.
2003년 당시 김수환 추기경의 고백을 들었던 김인자 모교 명예교수는 “김수환 추기경님이 오늘의 추기경이 거저 되신 것이 아니라, 그렇게 훌륭하신 분의 간절한 기도가 늘 함께 하고 있었기에 가능했구나하는 깨달음을 갖게 됐다”고 서강옛집을 통해 전했습니다. 인간적인 교감을 넘어 영성적인 나눔이 있었던 덕분인지 김수환 추기경은 모교에 큰 경사가 있을 때마다 힘을 보태주셨습니다.
<1990년 4월 개교 30주년 기념 감사미사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강론과 축사를 했다.>
김수환 추기경은 모교가 종합대학으로서의 개교식과 초대 총장 취임식을 열었던 1970년 3월 2일 모교를 찾아와 축하해주셨는가 하면, 1970년 10월 23일 모교 산업문제연구소의 준공식, 1974년 2월 22일 로욜라도서관 개관식, 1984년 8월 22일 김대건관(K관) 준공식 등에 참석해 축성해주셨습니다. 또, 한국 천주교회의 토착화 방침에 따라 미국의 위스컨신관구에 속해 있던 한국 예수회가 독립해서 1985년 2월 25일 한국지구를 설치하게 되었을 때, 김수환 추기경은 모교 이사장 직무 대행을 맡기도 했습니다. 당시, 김수환 추기경은 학교재정 확보와 대학발전의 장기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서강후원회에 초대 고문을 맡아주기도 하셨습니다. 이에 앞서 김수환 추기경은 모교로부터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서강대학교 총동문회가 1993년 진행했던 원로초빙 조찬회에도 참석해주셔서, 서강 동문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나눠주시기도 했습니다. 2005년 제 12대 손병두 총장 취임식 자리에도 참석해주셔서 축사를 낭독해주셨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모교와의 따뜻한 추억을 남겨 두신 채,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나셨습니다. 그분께서 남겨주신 온기가 식지 않도록, 그분과의 추억을 자주 돌아봐야할 것 같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와 발인은 20일 명동성당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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