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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진성만 신부 조사, 신원식 예수회한국관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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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9-08 10:22 조회16,6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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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욕심없이 가난하고 겸손한 수도자 삶 사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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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예수회 한국관구장 


진성만 신부님 영전에.

사랑하는 진성만 신부님. 신부님과 함께 살아온 7년의 시간이 꿈같이 흘렀습니다. “좋은 죽음을 맞이하게 기도해 주세요”라고 하시던 말씀이 아직 귓가에 쟁쟁한데, 이렇게 빨리 저희 곁을 떠나가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는 신부님의 어린아이 같은 해맑은 웃음을 더 이상 볼 수가 없네요.

신부님은 정말 어린아이 같이 단순하고 순박하게 93년을 살아오셨습니다. 89세 되던 해에 운전 면허증을 갱신하시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셨지요? 젊은 시절에 할리 데이비슨을 즐겨 타시던 분이셨으니 새 면허증을 가지고도 운전을 못하게 되셨을 때에 실망이 크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저희에게는 전혀 내색을 안 하셨지요.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으셔서 컴퓨터를 배우시고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시며 즐거워하시던 표정은 그리움만으로 저희에게 남아 있습니다.

예수회수련원에서 늘 겸손한 모습으로 젊은이들과 함께 지내시며, 저희의 버릇없음을 한 번도 나무라지 않으시고 넉넉한 웃음으로 격려해주시던 신부님. 새벽 4시면 언제나 차가운 성당 바닥에 무릎을 꿇으시고 머리를 바닥에까지 닿도록 엎드려 겸손한 모습으로 기도하시던 신부님. 언제나 묵주를 손에 쥐고 기도하며 산책하셨던 신부님. 말보다는 행동과 삶으로 모범을 보여주셨던 신부님. 당신은 저희에게 언제나 큰 그늘이고 든든한 기둥이셨습니다.

병상에 계실 때 “빨리 죽고 싶은 것도 욕심인가 봐요”라고 말씀하시며 쓸쓸히 미소 짓던 신부님. 당신은 평생을 욕심 없이 가난한 수도자의 삶을 살다 가셨습니다. 검은 양복 한 벌, 회색 잠바 하나, 허름한 옷 몇 가지, 사진첩 몇 권, 책 몇 권이 신부님이 남기신 유품의 전부였습니다. 쇠약해 지셔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셔야 할 때에도 늘 미안해하시면서 겸손하게 자신을 내어 맡기셨지요.

신부님은 목자로서 당신의 양떼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셨습니다. 남기신 유품 가운데 당신께서 세례를 주신 사람들의 명단을 빼곡히 적어 놓으신 낡은 노트에는 3000명 가까운 이름이 있었습니다. 50년이나 지나서도 신부님을 찾아오던 많은 세례자들을 볼 때마다 신부님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신부님은 해마다 크리스마스에는 신자들에게 400장이나 되는 카드를 일일이 정성들여 쓰시며 그들을 기억하고 기도하셨지요.

신부님, 당신은 누구보다도 예수회와 서강대학교를 사랑하셨음을 저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서강 설립자의 한 사람으로서 열정을 불태우셨을 때나 이사장으로 봉직하셨을 때나 학교를 떠나 계실 때나 언제나 서강을 걱정하시고 “서강대가 잘 되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지요. 신부님, 이제 아무런 걱정 없이 하느님 곁에서 편안히 쉬시옵기를 바라옵니다. 남은 저희들이 힘을 합하여 서강을 더욱 발전시키고, 서강을 통해서 복음적 가치를 이 땅에 널리 전하도록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도 저희를 굽어보시고 저희가 신부님의 뜻을 잘 받들어 용기 있게 나아갈 수 있도록 간구해주시기를 청합니다. 영원한 생명의 기쁨을 누리옵소서.

예수회한국관구장 신원식 신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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