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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민유성(74·경영) 한국산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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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9-05 01:02 조회17,1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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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민유성(74·경영) 한국산업은행장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만큼, 이에 걸맞은 글로벌 투자은행이 나올 때가 됐다.”


의사가 되고 싶었던 고등학생에서 사업가가 되겠다며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던 청년이 한국 금융계를 주무르는 거목으로 성장했다. 6월 13일 공식 취임식을 통해 한국산업은행(이하 산은) 은행장이 된 민유성 동문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만났다. 민 동문은 거대 정책금융기관의 민영화라는 중책을 짊어진 가운데,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투자은행으로의 변신을 주도하느라 무척 바쁜 와중에도 동문들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시간을 내줬다.


Q 취임소감과 근황이 궁금하다
A 민영화라는 중대 업무가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바쁘게 지내고 있다. 처리할 일과 만나야 할 사람이 많아서 좋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자리에 있어서 행복하다.

Q ‘총재’ 대신 ‘은행장’ 직함을 내세우는 등 파격적인 행보가 눈길을 끈다.

A 제 행동이 이전 산은 총재들과 다르다고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지고 있지만, 사실 제 입장에서 보면 특별할 것도 없다.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쌓은 경력과 금융공기업 수장이라는 사회적 지위가 대비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겐 파격적으로 여겨지나 보다. 현재 산은에서 쓰는 공식 직함은‘총재’가 맞지만, 민영화를 앞둔 이상 굳이 권위적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은행장’으로 불리기를 원했다.

Q 취임 이후 조직 문화에 많은 변화가 있다는데

A 세상이 변하는 만큼, 산업은행도 곧 정책금융기관에서 민영화를 통한 투자은행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민영화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내부 조직문화부터 달라져야 한다. 행장을 비롯해 산은 조직원들의 체질이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취임식에서 전 임직원들에게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발전시켜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공기업이 그랬듯, 산업은행도 그동안 순열주의와 연공서열 위주의 문화였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실력있는 외부 인재를 영입하고 능력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지급해 산은 스스로 발전 원동력을 키워내야 한다. 이를 비유해서 ‘농사꾼’ 기질에서 벗어나 ‘사냥꾼’ 근성을 지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씨를 뿌린 뒤 수확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먹이를 찾아 뛰어다녀야만 글로벌 금융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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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성 산업은행장(사진 왼쪽)이 전태훤 동문에게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과 로드맵을 그림과 도표를 그려가며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Q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해 달라 

A 사업한답시고 1학년 때부터 바쁘게 다니다 보니 학교 수업은 FA로 도배되는 등 엉망이었다.(웃음) 그러다 심혈을 기울인 사업이 망해서 군에 입대했다. 군대에서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과연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때 ‘나의 길은 금융이다’라고 마음을 굳혔다. 오늘의 저를 만들었던 시절이었다.(군대 가기 전 3학기까지의 학점이 궁금해서 물어봤을 때, 기사에 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전해 들은 학점은 예상을 뛰어 넘을 정도로 낮았다. 그렇지만 제대 이후 공부에 전념한 덕분에 민 동문의 졸업 평점은 3.0이 넘었다 한다.)


Q 동문 후배와 재학생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A 5~10년 뒤에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어떤 분야든지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모교 동문 가운데는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훌륭한 재목들이 많다. 앞으로 더 훌륭한 동문들이 우리나라 발전을 주도해나가길 기대한다.

 

민 동문의 바쁜 일정을 감안해 당초 40분 동안 진행키로 했던 인터뷰는 1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 금융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던 뿌듯한 만남이었다.


“우리 후배님은 소주 잘 하시나?”


인터뷰를 마치고 행장실을 나서자 민 동문이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해주면서 했던 질문이었다. 민 동문이 탁월한 친화력을 갖췄다는 금융권 내부 목소리가 그냥 생긴 말이 아님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글=전태훤(93 종교) 한국일보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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