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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강변구(96.철학)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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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07-07 12:27 조회11,2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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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강변구(96.철학) 사계절출판사 기획편집부 역사기획팀 대리
"저는 어린이 역사책 PD입니다"

2002년 월드컵이 온 나라를 달구던 해, 한국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졸업반이던 나는 로욜라도서관 2관 3층에서 다음 날 치를 '기초 독일어’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멀리서 함성이 들릴 때마다 ‘공부해야 돼’라고 마음을 다지며 독일어 관사 격변화를 외웠다. 그러다 내 자리 반대쪽 끝에 앉은 한 남학생을 발견했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커다란 안경을 쓴 채 책을 보는지 졸고 있는지 이상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순간‘도서관에는 나와 저 친구 둘 뿐 일거야’라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나도 저런 사람인가’싶었기 때문이다. 그 길로 친구들을 찾아 술집에서 축구경기를 봤다.

 

2003년부터 지금껏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친구들이 지금까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출판사 들어갔다고 하면 “책 많이 쓰겠네”하는 녀석부터 “인쇄 기계 소리에 청력 상할라”고 걱정하는 친구도 있다. 사실 한 마디로 설명하기 힘들만큼 여러 가지 일을 도맡기 때문에 출판사 편집일은 설명하기 어렵다. 요즘에는 내일을 이렇게 설명한다.


“방송국 다큐멘터리 PD랑 비슷해. 월급은 딱 반이야.”

 

우리 회사에서 어린이 생태 논픽션을 출간한 어느 PD는 “자신의 일과 책 만드는 일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필요한 주제를 정하고, 어떤 형식의 책이 될 것인지 구상한 뒤에 원고와 그림 발주, 디자인, 교정, 필름 출력, 인쇄까지 짧게는 1년 반에서 보통 2년 넘게 이어지는 과정을 도맡는다. 처음에는 성인 한국사 분야를 담당했다. 그러다 어린이 과학 교양 논픽션을 1년 정도 만들었고, 지금은 어린이 한국사를 맡고 있다. 기존의 어린이 역사책은 국가주의. 민족주의. 정치사 영역 등에 치우쳐 있었는데, 요즘은 문화사나 미시적인 주제로 다양해졌다. 앞으로 사회경제사나 미시사(微視史)적인 내용이 어린이 책으로 많이 기획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그러한 분야의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몇 해 전 벌어진 국사교과서 논란을 접하면서 괜찮은 어린이 역사책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사들도 소신에 따라 여러 교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날이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환경이 갖춰지면 내가 만드는 역사책도 요긴하게 쓸 때가 올 것이다.

 

요즘도 일주일에 많게는 3일 정도 학교에 간다. 편집할 때 필요한 자료를 도서관에서 구하기 위해서다. 이냐시오 동산(의기촌) 자판기 앞 통나무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다가 나이테를 세어본 적이 있다. 나와 비슷했다. 지나가는 후배들을 보면서 재학생 시절 교정을 누비던 때와 직장인이 되어 느끼는 감회는 한마디로 이거다. 

 

“아, 커피맛은 똑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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