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열린서강인-이혜경(83.신방) UNESCAP 여성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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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진아 작성일07-08-31 19:24 조회19,57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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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하여
이혜경(83.신방) 유엔 아시아ㆍ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UNESCAP) 여성정책자문관
한국인 유엔사무총장이 전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는 시대지만 국제기구는 여전히 우리에겐 저 먼 나라에 있는 신기한 조직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이라지만 아직도 나라 밖에서, 그것도 국제기구를 ‘일터’로 삼아 활동한다는 건 생소하기만 하다. 그 보이지 않는 벽을 뚫고 유엔 기구에서 땀 흘리며 활약하는 서강인이 있다. 이혜경(83.신방) 유엔 아시아ㆍ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UNESCAP) 여성정책자문관이 그 주인공이다.
이 동문을 만난 곳은 서울 이문동 한국외대 교수연구동. “시끌벅적한 밖에서 비싼 차 마시면서 얘기하느니 연구실이 낫지 않겠냐”며 기자에게 권했다. 알고 보니 그의 남편(김면회, 82․정외) 역시 서강 동문으로 외대 정치외교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남편은 국내에서 정치학자로, 아내는 세계를 무대로 일하는 국제기구 공무원인 자랑스런 서강 동문 부부였다.
“국제기구에서 어떻게 일하게 됐나고요? 숭고한 사상을 실천해야겠다는 큰 결심은 사실 없었어요.(웃음) 좀 시시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이 동문과 국제기구와의 인연은 13년 전인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지역정치를 공부하던 시절, 학교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로마에 있는 세계식량기구(WFP)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 학교에서 인턴십을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 당시로선 신기했던 데다 일반 회사도 아닌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 신선함 그 자체였다. 이 동문이 대학을 다니던 80년대, 한국은 유엔 정식가입국도 아니었던 때라 그 곳을 ‘직장’으로 생각한다는 건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시절이다.
6개월간의 인턴십을 마친 후, 함께 일하던 상사의 추천으로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다시 인턴십을 가졌다. 이후 국내에 돌아와서 UNDP 두만강경제개발계획 어시스턴트로 일하게 됐고 외교부에서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 과정도 밟았다. 2000년 여성부 별정직 국제협력사무관 직책으로 3년 반을 정부 공무원으로 일한 뒤 지금 소속된 UNESCAP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 그렇게 UNESCAP에서 일한 게 벌써 3년째다.
국제기구 여성정책자문관으로 여성 관련 정책 연구 및 관련 프로젝트 수행을 담당하고 있는 그가 지켜본 아ㆍ태 지역의 여성 문제의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탈레반이 지방권력을 행사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여성 차별을 비롯해 가문의 명예를 지킨다는 이유로 간통한 여자를 가족이 직접 살해하는 이슬람권의 명예살인도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여성의 사유재산권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물론 파키스탄에서는 여성에게 공공연하게 염산테러를 가해 여성의 온 몸이 문드러지는 경우까지 있다.
“세계화에 따른 양극화 문제가 여성 문제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삶의 수준과 여성 문제가 결코 분리되지 않다는 거죠.”
우리나라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수십 년 간의 노력으로 정책적인 측면에선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그 정책에 걸맞은 사회적인 인식은 여전히 턱없이 낮다. 특히 극빈층에서 벌어지는 여성 차별의 문제가 최근 들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고 노령여성, 장애인 여성의 인권 문제 역시 극단적인 차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도를 바꾸는 건 차라리 쉬운 문제예요. 지금부터는 사회적 관습과 문화 인식을 바꿔야 하는 과제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죠.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 정도면 된 거 아니냐고 팽개쳐 둘 수 있기 때문에 소외계층 여성 문제는 지금보다 더 큰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합니다.”
지난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취임한 얘기를 꺼내자 그는 “너무 높은 직장 상사라 내 일은 달라질 게 없다”고 웃었다. 그러나 반 총장 취임 후 국내에서 반 총장의 전기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 받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자 그의 표정은 자못 심각해졌다.
“반 총장은 우리에게 굉장한 영광이자 부담이에요. 중요한 건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답지 않게 한국의 세계 공적원조의 현실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겁니다. 이번 일을 반 총장 개인의 성공사례로서 만이 아니라 그를 통해 세계 속의 한국의 위치와 이미지를 높이고 우리의 인식도 새롭게 하는 기회로 잡아야 할 것입니다.”
이상훈(98·영문) 서울경제신문 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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