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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이웃-일본 한류잡지 ‘수카라’ 펴내는 김수향(97.신방) (주)아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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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진아 작성일07-07-18 16:51 조회12,0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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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이웃-열두번째이야기일본 한류잡지 ‘수카라’ 펴내는 김수향(97.신방) (주)아톤 대표 
재일 교포는 '그들'이 아닌 '우리'  한일 문화교류의 메신저입니다

재일교포 하면 떠오르는 것들. 일본식 말투가 섞인 어색한 우리말. 일본 정부의 차별 대우로 힘겨워 한다는 신문 기사 몇 조각. 민단과 총련 간의 끝없는 갈등… 많은 한국인들은 그들을 남의 나라에 사는 이방인 정도로 치부하지만, 알고 보면 그들 역시 어엿한 한국인이다. 아니, 한국인보다 몇 배 더한 민족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우리 문화를 자랑스럽게 전파하는 ‘전도사’에 다름 아니다. 그들에게 변변한 대우도 못 해주는 고국은 짐짓 모른 체 하지만 실상은 그들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일본 한류열풍을 이끌어 낸 주인공이 바로 재일교포들입니다. 한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재일교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정당한 대우는 꼭 필요합니다.”

 

일본에서 한류 잡지 ‘수카라’를 발행하고 있는 ㈜아톤 한국지사 대표 김수향(97․신방) 동문이 말하는 ‘재일교포 활용론’은 간단하다. 정치적 이유나 이데올로기를 떠나 재일교포야말로 일본에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전달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메신저라고 그는 말한다.

 

재일교포 3세인 김 동문의 이력은 복잡하다. 총련계 조선학교 출신의 그는 일본 단기대학(2년제)을 나온 후 한국에서 대학(연세대)을 다니는 동생을 따라 ‘부모 고향을 눈으로 보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로 한국에 왔다. 1년 살다 보니 눌러 앉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연세어학당에서 우리말을 익힌 뒤 방송 코디네이터, 번역 일을 시작했다. 공부도 더 하고 싶은 생각에 서강대에 입학해 본격적인 학업을 시작했다. 2005년부터 잡지 ‘수카라’ 일을 도맡아 하고 있고 홍대 앞에서 일본문화 카페 ‘수카라’도 운영하고 있다.

'수카라' 에 한복, 전주 한옥마을 등 담아
앞으로도 한일교류 전도사로 활동하고파


일본 잡지라 한국엔 생소하지만 ‘수카라’는 한국 문화를 일본에 깊이 있게 알리는 드문 매체다. 일본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한국 관련 잡지가 한국 연예인이나 맛집 소개 정도에 한정돼 있지만 ‘수카라’는 한국인도 잘 모르는 깊숙한 한국 문화를 일본인 눈에 맞춰 풀어낸다. 효자동 뒷골목, 전주 한옥마을 탐방부터 한복 분석, 우리말 ‘죽겠다’의 다양한 사용법까지 한국인도 놓치는 한국 문화가 잡지에 소개된다.

 

“한류 열풍 이후 일본엔 한국 문화를 받아들일 ‘시장’이 형성됐어요. 일본 내 한국어 교실엔 가르칠 교사가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에요. 연예인 뿐 아니라 다양한 한국 문화를 알고 싶어 하는 일본인들이 많아졌죠. 요즘은 특히 서울을 벗어난 지방의 고유문화와 여행지를 묻는 독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아버지가 총련계이고 조선학교를 나온 그의 출신은 2년 전까지‘조선’이었다. 복잡한 정치적 사정에 대해 모르는 바 아니지만 변하지 않는 차별엔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심한 일본 땅에서 그나마 지금까지 우리 문화를 지켜온 건 조선학교입니다. 영화 ‘쉬리’를 수입하고 일본 지상파 방송에 한국 드라마를 처음 소개한 주역들도 모두 조선학교 출신 동포에요. 한류 열풍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정작 한류 열풍의 주역인 재일교포를 외면하는 한국엔 아쉬운 점이 참 많습니다.”


서강의 추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독후감이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는 대답을 가장 먼저 꺼냈다. “3학년으로 처음 편입할 때만 해도 우리말을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했어요. 교포라고 봐 주는 법도 없었죠. 처음엔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독후감 덕에 우리말로 얘기하고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완전히 떨쳤어요.”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한국 문화를 일본에 알리는‘한일 교류 전도사’로서 활동하고 싶어 한다. 한일 양국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그만이 가진 경쟁력이다. 아직 미혼인 그의 꿈은 아이를 갖고 키우는 일이다. 아이만 키워도 괜찮겠냐는 짓궂은 질문엔“혼자 키우는 것 보다야 둘이 키우는 게 낫지 않냐”며 활짝 웃었다.


이상훈(98·영문) 서울경제 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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