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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힘과 매력은 “사람입니다” - 김동원(74 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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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1-19 12:35 조회20,9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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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대부로 불리는 김동원(74 신방) 동문. 1986년 김 동문은 단편 ‘야고보의 오월’을 처음 발표했다. 이후 1988년 불과 1분 동안 서울올림픽 성화가 지나가는 길을 정화한다고 삶의 보금자리를 철거하는 상계동을 그린 ‘상계동 올림픽’을 만들었다. 그의 첫 도시빈민 다큐영화인 이 작품은 베를린영화제와 일본 야마가타국제다큐영화제에 초대됐다. 이후 김 동문은 ‘푸른영상’을 만들어 독립·다큐영화 공동체를 이끌었다. 1990년 ‘벼랑에 선 도시빈민’, 1993년 ‘미디어 숲의 사람들’, 1994년 ‘행당동 사람들’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1997년에 87년 6월 시민항쟁을 기록한 영화 ‘명성, 그 6일의 기록’을 통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재상을 받았다. 2003년 비전향장기수의 오랜 생활을 기록한 ‘송환’은 스위스 프리부르국제영화제 다큐부문 대상, 선댄스영화제 표현의 자유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심사위원 특별상, 서울독립영화제 대상·관객상, 춘사대상영화제 기획제작상 등을 받았다.

 

“어머니가 의사인 여유 있는 집 아들이었던 그는 장발을 어깨까지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다녔었다. 카메라에 심취했던 그는 어느 날 상계동 철거현장을 촬영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앵글을 빈민 쪽으로 향했다. 그의 마음으로 빈민들의 아우성이 파도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가난과 고통 속으로 직접 들어가 그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게 일생 그의 놀이이자 삶이 됐다.”

 

김동원 동문의 고교 동창 엄상익 변호사가 한 매체에 쓴 칼럼의 일부다. 故정일우 신부를 담은 영화 ‘내 친구 정일우’(2017년 10월 26일 개봉)를 9년 만에 내놓으며 큰 화제를 모은 김동원 동문과 만나보자. 인터뷰를 추진할 즈음 김동원 동문은 남미에 체류 중이었다. 이에 따라 김 동문의 양해를 얻어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인터뷰를 구성했다.

 

1988년 ‘상계동 올림픽’ 이후 30년 동안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오셨습니다. 극영화든 다큐멘터리든 이렇게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온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드문 편입니다.

무엇보다도, 다큐멘터리의 경우 투자를 받지 않고 영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업 영화와 비교하면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비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습니다. 제작자 개인이나 후원자들 도움만으로도 영화를 만들 수 있어요. 두 번째 배경을 들자면, 다큐멘터리의 촬영대상, 주제, 인물입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주제나 사람, 제가 판단했을 때 훌륭한 인물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듭니다. 촬영하는 동안 인물과 깊이 소통하면서 그 사람에게 긍정적인 힘을 얻곤 하지요. 그런 힘을 얻고 싶어서, 또 그런 힘이 뒷받침 되어서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힘은 무엇일까요? 잘 만든 다큐 영화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도 있습니다.

다큐멘터리가 세상을 바꾼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한 사람 한 사람을 바꿀 수는 있습니다.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다큐멘터리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 거고요. 관객들이 제 영화를 보고 ‘아! 저렇게 살아온 분도 있구나’, ‘저런 상황에서 저렇게 행동할 수도 있구나’, ‘저런 삶도 참 멋지다’ 이렇게 생각하면 좋겠어요. 감독이 의도한 것을 받아들이고 느끼고 깊이 생각하는 관객이 극소수여도 좋습니다. 그런 분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저를 비롯한 제작진은 큰 힘을 받거든요. 다큐멘터리는 세상을 바꾸는 매체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매체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특성, 또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매력이 궁금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은 상업 영화 제작과 크게 다르죠. 어떤 의미에서는 기본적인 능력이나 사고방식, 철학이 다르다고도 볼 수 있는데, 다큐 영화는 ‘영화 산업’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어요. 또 산업이 되어서도 안 된다고 보고요. 어느 쪽이 낫다는 게 아니라 영화에서도 다양성이 중요하죠. 다큐멘터리는 상대적으로 돈이 많이 들지 않아요. 이걸 바꿔 말하면,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나이 들어서도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하나의 매력은 사람 만나는 재미입니다. 상업 영화감독도 배우들과 만나지만 다큐 감독은 그야말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원 없이 다 만나거든요. 주제와 상관있는 사람, 또 상관있는 곳이라면 누구든 만나고 어디든 간다는 게 큰 매력입니다.

 

질문이 단도직입적입니다만, 영화로 돈을 버신 적이 있습니까?

2004년에 개봉된 ‘송환’이 사실상 유일하죠. 그렇다고 큰돈을 번 건 아니고, 중고차 한 대 사고 반전세를 전세로 돌리고 나니 없어지더군요.

 

‘내 친구 정일우’는 9년 만에 내신 작품입니다. 무척 오랜만에 내셨습니다.

제가 게을렀어요. 사실 원래 게으른 편이죠. 더구나 제가 어디서 지원을 받아 작품 만드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러니 안 만들어도 누가 뭐라 그럴 사람이 없어요. 그러다보면 더 게을러지고. 9년 만에 작품이 나오게 된 건 그래서입니다. 솔직히 예전보다 작업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져요. 눈이 나빠지니까 뷰파인더도 잘 보이지 않고, 혼자 촬영하다보니 자신감이 예전만 같지 못한 것도 사실이고요. 세월 탓일까요?

 

‘서강대학교 학생 김동원’은 어떤 학생이었습니까?

공부보다는 동아리 활동에 매진했어요. 특히 연극회 활동과 테니스반 활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낮에는 테니스를 치고 밤에는 연극에 몰두했죠. 당시엔 장발이 유행이기도 했습니다만 제가 머리를 길게 기르고 다녔기에, 머리를 찰랑거리면서 테니스를 치곤했어요. 하도 매일 그렇게 하니까 교수님께서 “학생은 수업은 듣지 않고 또 테니스만 치느냐”라고 꾸중 듣기도 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주의였죠. 그런 자세가 공부 많이 시키는 서강대하고 맞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돌이켜보면 모교는 그런 자유로운 학생도 넉넉하게 품어주었습니다.

 

정일우 신부님과 인연은 언제부터였습니까?

제가 입학하기 전인 1973년에 신부님이 학교를 그만두고 청계천으로 가셨기 때문에 학생 시절 만날 기회는 없었어요. 정 신부님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요. 존 데일리 신부가 두 분 계셨죠. 한 분은 총장 존 P. 데일리 신부였고, 다른 한 분이 바로 ‘정일우’란 이름으로 개명하신 존 V. 데일리 신부였습니다. 당시 총장 신부님의 키가 컸기 때문에 학생들은 그 분을 ‘큰 데일리’, 정일우 신부를 ‘작은 데일리’로 부르곤 했어요. 제가 군대 마치고 복학한 뒤 충무로에서 일종의 감독 수업을 받았죠.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 영화는 외국영화 수입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측면이 컸어요. 더구나 사전검열이 다반사였죠. 그러다 1986년 10월 상계동 강제철거 증거 확보를 위한 촬영 부탁을 받고 상계동에 갔어요. 파손된 가재도구를 재판 증거물로 쓰기 위해 촬영해달라는 거였는데, 그때 정 신부님과 처음 만났습니다. 처음엔 하루 일정이었지만 사흘이 되고 일주일이 되고 결국 제 삶이 바뀌었어요. 아이 업은 아주머니가 철거 용역과 포클레인에 맞서는 현장을 보면서 제가 모르던 세상을 깨우쳤다고 할까요.

 

다시 한 번 단적인 질문입니다만, 감독님이 보기에 정일우 신부는 어떤 사람입니까?

신부님이 지향하던 것은 공동체의 가난함의 가치였다고 할까요, 그 분에게 가난은 상태라기보다 가치였죠. 정 신부의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의 바탕이 거기에 있다고 봐요. 가난을 즐길 줄 아는 분이었죠. 가난한 삶이 완전히 체화되고, 그 안에서 행복을 누릴 줄 아는 분이었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가난을 찬양하거나 바람직한 걸로 보는 건 결코 아닙니다. 절대빈곤은 깨뜨려야 할 대상이죠.

 

영화를 보면 아무래도 정일우 신부님이 흠 잡을 데 없는 사람으로 그려진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만.

그런 면이 분명 있어요. 사실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그 점이 걱정됐어요. 그런데 정일우 신부님의 경우 주변에 그 분을 싫어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어요. 한 인물을 둘러싼 갈등 요소가 그렇게 없기란 참 드문 일이죠. 물론 정일우 신부님이라고 해서 주변 사람들과 늘 사이가 좋기만 했겠습니까. 함께 활동한 분들과 이런저런 의견 차이와 충돌도 있었습니다만, 근본적인 갈등이나 불화로 이어진 경우는 보이지 않았어요. 정일우 신부님이 늘 자신을 낮추셨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큐멘터리는 관계자들의 증언에 바탕을 두게 됩니다만, 사람의 기억과 증언이라는 게 완전할 수는 없겠죠.

인간인 이상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증언하는 분이 거짓말을 할 때 그 표정을 읽는 것도 재미있어요. 어떨 때는 자신이 거짓말한다는 걸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느끼지 못하고 거짓말하는 경우도 있어요. 첨예한 사안을 놓고 온갖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때, 그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다보면 그 과정에서 진실이 검증되곤 합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통해 감독님과 만날 수 있을까요?

찍다가 중단한 미완성 작품 두 개가 있어요. 하나는 비전향장기수를 담은 ‘송환2’인데, 남쪽에서 촬영할 수 있는 부분은 마쳤습니다만 북으로 갈 때 영상은 담지 못했습니다. 고향으로 향하는 모습을 촬영하려 했지만 북측이 수용하지 않았어요. 몇 년 동안 스웨덴이나 캄보디아, 중국의 북한대사관을 통해 귀향 장면 촬영 가능성을 타진해봤지만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미 촬영한 부분만으로 마무리 지을 작정입니다. 또 하나는 북한에서 내려온 제 어머니 이야기를 통해 해방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해보려는 건데요, 과거를 기억해내기 힘들어하시는 어머님을 보고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제 마음에 남은 큰 빚이죠. 언젠간 해야 할 텐데 말이죠.

 

이제 다큐멘터리 영화가 일반 극장에서 개봉되고, 상대적이지만 제법 많은 관객을 모으기도 합니다.

원래 다큐멘터리 영화가 재미있어요. 참 재미있는 장르, 정확히 말하면 ‘재미있을 수 있는 장르’입니다. 저 같은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잘 만들지 못해서 관객이 없었던 면이 크다고 봐요. 극영화 만들던 분들도 다큐 영화를 많이 만들면 좋겠습니다. 물론 지금보다 더 많은 분들이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갖고 영화를 찾으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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