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인심 쓰려 해도 정문 옆의 카페<아카데미>는 아무런 특징도, 아무런 장점도 없는 곳이었지만, 근처의 유일무이한 대규모 카페라는 점에서 정말 '날로 먹는' 카페였다. 화려한 타 신촌소재대학들과는 달리 소박한 서강대생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고로, 어색했던 신입생친목모임이나 2학년 때 휴가 나온 군바리들의 환영회 등, 일단 떼로 모이면 이곳을 찾았다. 우리 정외과 89학번 여자 8인방의 역사적인 첫 미팅의 무대도 여기! 처음이라 다들 '업' 되서, 소지품 짝짓기를 하고 파트너가 마음에 안들자, 이곳 여자화장실에서 원내교섭을 벌이기도 했다.

글_ 임경선(89·정외) 칼럼니스트 / 그림_ 이기진(80·물리) 모교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