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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_삶이 묻어나는 음악을 위해 - 주미영(94.사학) 줄리아드 뮤직스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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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10-29 23:56 조회13,3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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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묻어나는 음악을 위해

주미영(94.사학) 줄리아드 뮤직스쿨 원장


   저는 오래 전 고등학교 시절에 성악가를 꿈꾸며 전공 실기 레슨을 받으며 노력하다가 갑작스럽게 성대에 이상이 생겨서 음대가 없는 서강으로 진로를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음악과 관련이 있는 학문 중에서 음악사를 공부할 학문적 기초를 다지기 위해 사학과를 가겠다고 결심했기에 훌륭한 학풍으로 명성 높은 서강 사학으로의 진로 변경은 그 당시로서는 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원하던 진로가 아니었기 때문에 저학년 때에는 서강 방송국과 에밀레 활동에 더 많은 애정을 쏟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결국 입학한 지 8년이란 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졸업을 하게 되면서 다시 한 번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행복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던 끝에 저는 다시금 꿈을 이루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좋은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서 서강을 졸업함과 동시에 곧바로 숙명여대 성악과 대학원에 진학을 하게 되었고 프로 연주자로서의 자질을 훈련하는 것에 그 동안의 고민들과 망설임들을 다 쏟아 부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연습했고 학부를 거치지 않은 채 전혀 새로운 부분의 공부를 한다는 부담감으로 힘들 때마다 서강의 평생지도 교수제 덕분에 제게 삶의 멘토가 되어주시는 백인호 교수님께 찾아가서 용기를 얻곤 하였습니다.


 나름대로 콩쿨과 연주 경력도 쌓여가고 오페라의 주역도 연기하면서 더 넓은 세상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던 때에 예상치 않았던 교통사고를 당했고 거의 1년간을 병원 신세를 지면서 저는 혼란했던 저의 20대를 다시 한 번 돌이켜 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재활을 하면서 일과 공부를 함께 하겠다는 막연한 계획으로 음악학원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제 삶에서 이렇게 많은 깨달음을 주게 될 줄은 정말 몰랐었습니다.


 저에게서 피아노와 성악을 배우면서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저는 어쩌면 평생 경험하지 못할 뻔 했던 이런 귀한 순간을 누리고 있다는 것에 매번 감동을 받습니다. 미래의 음악가가 되겠다며 저마다 귀하게 주어진 재능을 훈련하려 애쓰는 모습에서 저의 옛 모습을 찾아보기도 하고 또 제가 했던 많은 시행착오들과 불필요한 고민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때로는 다그쳐 보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 피리] 중에서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불러주는 것을 신기해하며 빠져들 것 같은 눈망울로 바라보는 아이들과 수업할 때마다 저는 그야말로 성악가 조수미 씨가 부럽지 않을 정도랍니다.


 단순히 음악적 테크닉을 
가르쳐주는 선생과 제자가 아니라 멀지만 아름다운 예술을 위한 귀한 길을 함께 가는 동행으로 학생들 곁에 남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려 합니다. 그러는 동안 제 자신의 음악 세계 또한 기초가 더욱 탄탄해진 모습으로 꼴 지어져 가리라 믿습니다.


 다양한 삶의 경험들과 인생의 작지만 진실한 가치들을 제 노래에서 더 많이 표현해 낼 수 있는 그런 소프라노 주미영이 되기 위해 오늘도 피아노 앞에 앉아서 소리를 가다듬어 봅니다. 이제 10분 후면 아이들이 와글와글 몰려올 시간이네요. 힘들지만 보람 있는 새날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제 노래가 궁금하신 분들은 11월 22일(수) 금호아트홀에서 있을 음악회에서 소프라노 주미영의 노래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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