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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시조시인 우명환(60.영문)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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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6-27 19:26 조회12,9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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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주 걸치며 시조 한수, 평상 아래 곶감이 절로 되고..

 

우명환(60.영문) 귀농 시조시인


4, 5월에는 갈고 씨뿌리기가 벅차더니 요즘은 그것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여유롭다. 더워만 가는 6월의 햇살은 모든 작물의 목을 빼내기라도 하는지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 감나무와 호두나무는 무성하여 동네가 온통 숲속에 묻혀 있다. 밭가에 있는 복숭아, 배나무의 열매는 튼실하여 싹수가 괜찮다.

시골에 살면 늘상 접하여 생활하는 공간이 자연이니, 마치 매일 먹는 같은 음식에 식상하듯 자연에게 싫증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 듯도 하련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 또한 그 속에서의 삶에 만성이 되고 면역이 되어 변화를 못 느끼리라는 생각 역시,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 움트고, 자라고, 맺고 익어 가는 변화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워낙 덥고 뜨거우니 새벽녘과 해질녘에만 일을 한다. 초봄의 힘든 일에 비하면 사실 ‘일은 한다’ 기보다는 관리만 하는 좀 ‘여유로운 일’ 이라 할 수있다. 진짜 일은 하루 종일 햇님이, 바람이, 구름이, 비가 알아서해 주신다. 그러다 보니 긴긴 날에 저녁을 먹고도 여유가 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마당에 나와 찾는 곳이 있다. 작년 가을에 지은 곶감 건조장이다. 곶감 건조장이란 가을에 땡감을 깎아 달포쯤 매달아 두면 곶감이 절로 되게 하는 집이다. 내가 사는 영동지방에는 감이 많아 곶감이 많다. 내사 곶감을 전문으로 생산하지는 않으나, 곶감 건조장이 있으면 십상일 것 같아 지은 것이 이렇게 여름이 가까워지면 질수록 그 건조강의 진가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높다란 2층은 정자의 평상으로 쓰기에 너무나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그곳 한켠에 여름 한철 휴가시 좋은 사람 찾아오면 독립 살림을 해도 불편이 없도록 수도에 싱크대를 갖춰놓고 보니 방 열 개보다 건조장 한 개가 훨씬 쓸모있어 보인다.
 


그러한 건조장에 앉아 옆 계곡의 골짜기를 본다. 어떤 때는 낮게 안개에 휩싸여 신비감을 주는 산을 바라본다. 그 산간 허공에 뜬 달을 보고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기도 한다. 아침에 일찍 나와 평상에 앉아 있으면 온갖 새가 노래하는 소리를 듣는다. 그 중에서도 휘파람새는 이름에 걸맞게 틀림없는 휘파람 소리를 낸다. 하루의 시작이 참으로 행복하다.
 


온갖 가축에게 먹이를 주고 나서야 나는 녹즙을 만들어 마심으로써 뱃속을 자극시켜 활력을 돋군다. 주변에 있는 것, 이를테면 오가피, 
질경이, 뽕잎, 감잎, 씀바귀, 돌나물, 케일, 부추, 미나리, 익모초 등은 좋은 녹즙 재료이니 규칙적으로 부지런만 떨면 된다. 오늘은 남쪽 산봉우리에 먹구름이 짙더니 기어이 제법 굵은 비가 내린다. 빗줄기가 벌써 여름이 왔음을 말해준다.

 

저 아래 밭에 있는 옥수수의 긴 잎이 연신 연마를 받는 듯이 두들댄다. 봄에 지어 둔 토방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수가 도랑을 채운다. 이럴 즈음엔 나는 매화골의 철산을 불러야 한다. 그리고 파전을 부치면서 시원한 심천産한방주를 마시며 시조 한 수를 적는다.


주소 : 충북 영동군 상촌면 상도대리 238-1

연락처 : 043)743-6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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