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_현암 별학교 교장 김지현(88.물리)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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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8-01 15:35 조회22,15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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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꿈꾸는 사람을 위한 행복한 길잡이
창문을 넘어온 새벽 공기가 몸을 에워싼다. 어느 틈에 맑은 샘물이 되어 가슴에 모이더니 온몸으로 내달린다. 동산을 넘어온 태양의 빛 조각들은 얼굴위로 엉금엉금 기어올라 눈꺼풀을 두드린다. 집 가까이 자라는 소나무일까? 잎이 머금은 아침이슬 한 방울, 미끄러지듯 굴러 땅에 내려앉는다.
오늘은 별학교 수업이 있는 날이다. 별학교는 출판사 현암사에 둥지를 튼 자연학교이다. 아담한 강의실이 있고, 옥상 관찰마당에는 천체망원경과 야생화가 어우러져 있다. 아이, 어른,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별을 꿈꿀 수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열린 학교이다. 도심의 빛 공해에도 겨우 살아남은 여린 별빛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 별 너머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더 큰 우주가 펼쳐져 있다. 먼 우주로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별학교가 첫걸음을 내딛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오늘 수업의 주제는 ‘태양계 가족’이다. 태양과 그 둘레를 도는 아홉 행성을 여행할 것이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상상하는 마음을 넓혀서 돌아 볼 것이다. 납덩이를 녹일 만큼 뜨거운 금성에 발을 디뎌 보고, 화성의 사나운 먼지폭풍을 만나게 될 것이다. 토성에 내려서는 온 하늘을 뒤덮을 것 같은 고리를 바라본다. 빛을 수놓아 만든 비단결의 고리에 넋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멀리 나갈수록 태양 빛도 점점 희미해진다. 춥다. 진한 어둠의 공간이다. 문득, 뒤돌아보니 지구의 모습은 모래알처럼 보인다. 마음이 여려진다. 공간의 깊이가 더없이 느껴진다. 때마침 태양을 향해 달려가는 혜성이 보인다. 반가움에 얼른 몸을 싣는다.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을 선발한다고 관심이 뜨겁다. 누구나 한번쯤 우주여행을 꿈꾸었을 텐데, 곧 누구 한사람이 그 꿈을 이루려나 보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았더니 이미 많은 사람이 그 꿈을 이루어 가고 있다. 이미 우주선을 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이 만든 어떤 우주선보다도 아름답고 훌륭한 우주선이다. 이 우주선은 스물네 시간에 한바퀴씩 돌며 사방을 보여준다. 일년에 한번 씩 태양 둘레를 돌며 계절의 변화를 알려준다. 그리고 2억년에 한번 가량 우리 은하를 돈다. 그리고······, 그리고······. 끊임없이 우주공간을 여행하는 우주선······. 바로 ‘푸른 행성 지구호’이다.
수업이 끝날 무렵 학생들의 눈을 보았다. 환한 얼굴에 눈동자가 빛났다. 맑은 눈동자에는 푸른 행성 지구호가 보여준 드넓은 우주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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