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신문광고 뜯어보기_전략과 디테일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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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8-01 14:33 조회15,24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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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신문광고 뜯어보기
전략과 디테일의 아쉬움
서강대 MBA과정 학생 모집 광고에서 총장님을 뵙게 되니 반가웠지만, 사립 고등학교 이사장실 벽에 걸려 있는 설립자 사진이 떠오른다. 인물 인지도 및 이미지와 광고 테마의 관련성, 임팩트의 강도, 전체적인 색감의 주목도 효과 등을 깊이 고민해봤을까? MBA과정 학생 모집이라는 광고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최적의 얼굴이라면 기업 리서치 및 분석 분야에서 발군의 활약을 하고 있는 동문들이나, 국내외 기업에서 활동 중인 많은 CEO급 동문들의 얼굴이 아닐까? 서강에서 배운 그들이 서강대 MBA과정을 보증한다는 의미가 될 터이니, 이 보다 더 확실한 보증이 어디 있겠는가? 총장님도 급료를 받지 않기로 아름다운 결단을 내려주셨는데 동문들이 출연료를 받을 리 없다.
정시 신입생 모집 광고도 역시 ‘사립 고등학교 이사장실 벽면의 설립자 사진’ 풍이다. 전면 광고 네 귀퉁이에 각각 학교 인터넷 주소,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 ‘Obedire Veritati’ (진리에 순종하라), 그리고 서강대학교 교표와 한글 및 영문 학교명이 있다. 서강의 상징과 모토와 교훈과 인터넷 주소가 분산 배치되어 있으니 산만하다. 더구나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 문구 옆에 알바트로스가 한 마리 배치돼 있는데, 훨씬 더 큰 알바트로스 한 마리가 총장님 머리 위를 날고 있다. 큰 놈 한 마리는 출연을 자제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리고 모교 물리학과 이기진 교수가 출연한 수시 모집 광고의 압권(?)은 이기진 교수 소개 문구다. ‘생체나노분자 변화 검출을 위한 마이크로파 진단 및 원격 탐지 시스템 연구를 통해 현재 당뇨병환자를 위하여 비채혈 방식의 마이크로파 혈당측정기 개발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전문 용어가 숨 쉴 틈 없이 나열돼 있다. ‘당뇨병 환자가 피를 뽑지 않고 혈당을 잴 수 있는 측정기를 개발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은 들지만, 광고 기획제작사 측이 광고 문장을 면밀히 검토한 건 지 의심스럽다.
광고 상단 중앙의 ‘1%’ 라는 도안 문구도 의미가 빠르고 분명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소수정예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인 듯 하지만 ‘1%’ 라는 도안은 이미지 과잉의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화학 구조식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 비례 그림, 그리고 다른 홍보 매체에도 단골로 나오는 서강의 비전 관련 동그라미 세 개도 마찬가지. 어느 하나의 이미지 요소를 특정 부분에 특정 색으로 배치할 때는 그에 합당한 정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이유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검토가 이루어진 광고인지 묻고 싶다.
여기에 ‘Sogang in the world’ 라는 문구 도안에서 ‘Sogang’ 부분은 그 아래가 ‘침몰’ 되어 있어 읽기에 따라서는 ‘서캉크’ 가 된다. 평소 알고 지내는 미국인에게 ‘Sogang in the world’ 를 말해주었더니 돌아오는 답인 즉 So What?(그게 대수냐? 그래서?). 그 미국인의 보충 대답인 즉 ‘너희 서강대학교는 애당초 이 세상에 있지 않았니?’ 어느 하나의 문구가 비전이 되려면 누구에게나 그 진의(眞意)가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는 것이야 한다는 깨달음. 오늘날 젊은 세대는 다종다양한 이미지와 영상의 홍수 속에서 자라난 세대다. 그런 세대에 다가가기 위한 매체 광고라면, 광고의 전략과 전술과 디테일을 종합적으로 치밀하게 세우고 구사할 필요가 있다.
표정훈(88.철학) 출판평론가.본보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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