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편지-박상환(69.무역) 금호생명 자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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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7-29 13:17 조회30,40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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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통을 기쁨으로 바꾸는 연금술
장영희 교수님,
1971년도부터 열심히 A관, C관 강의실로 한결같이 혼자의 힘으로 목발을 짚고 오가는 한 여학생을 특별히 눈여겨보지는 않았습니다. 눈에는 잘 띄었으나, 너무나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얘기하며 웃으며 걸어가는 모습이 그리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그때 그 여학생이 훗날 유명한 장영희 교수이신 지는 한참 뒤에 조선일보에 주옥같은 칼럼과 영시소개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이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이 교정을 오르내리던 모습이 새삼스레 기억에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장 교수님의 조선일보 칼럼을 읽고 너무나 감동이 와서, 거의 남에게 편지를 쓴 적이 없는 제가 용기를 내어 장 교수님께 점심식사라도 한번 모시고 싶다는 서신을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한참 뒤에야 출간하신 책 <문학의 숲을 거닐다> 와 함께 간단한 회신을 주셨지요.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신문에서 교수님께서 또다시 암투병에 들어가셨다는 기사를 읽고서, 어려운 투병생활 중에도 저한테 저서와 함께 회신을 주신 것을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은 재기를 위해 쓰러뜨린다” 는 이미 유명한 말이 되었습니다. 장 교수님의 많은 신에 의한 쓰러뜨림 중 잊을 수 없는 부분은 박사학위 논문심사를 모두 통과한 후, 논문을 학교에 제출만 하면 끝나는 상황에서 그동안의 관련 자료들도 모두 없애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논문을 학교에 제출코자 비행기로 이동 중, 하필 그 모든 제출되어야 할 논문과 컴퓨터 등이 든 가방을 분실한 사건입니다.
저는 국내에서 석박사를 마치는 과정에서도 얼마나 힘든지 잘 느낀 사람으로서, 미국에서 그 어려운 박사과정의 통과와 마지막 제출 직전에 논문을 모두 잃어버렸을 때의 그 참담한 심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습니다.
결국 그 분실 때문에 장 교수님은 2년이 넘는 시간을 지체하였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마 그때 2년여 늦어진 대신, 지금의 장영희 교수를 더욱 우뚝 서게 만든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엄청난 독서량과 체험의 깊이가 어우러져, 즉 그 항공사의 실수가, 신의 시험을 오히려 더 큰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 된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완벽에의 충동> 이란 책에서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의 얘기를 읽었습니다. 그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열여덟살 때 베르디의 오페라 폴스타프(FALSTAF)를 관람하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토록 유쾌하고 인생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믿을 수 없을 만큼 활기찬 오페라를 작곡한 사람의 나이가 여든살이었다는 사실과, 다른 하나는 베르디가 “나는 음악가로서 일생동안 완벽을 추구해 왔습니다. 완벽하게 작곡하려고 애썼지만, 하나의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늘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때문에 나는 분명하게 한번 더 도전해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한 것입니다.
열여덟살의 피터 드러커가 깊은 충격을 받고서 이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완벽은 언제나 나를 피해갈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끊임없이 완벽을 추구하리라"고 다짐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베르디에게서 전염된 이 ‘완벽에의 충동'은 피터 드러커로 하여금 아흔다섯살이 넘도록 글을 쓰고 책을 내도록 견인한 놀라운 힘의 원천이었다는것 입니다.
신의 쓰러뜨림으로부터 재기하고야마는 장 교수님이야말로, 베르디로부터 놀라운 힘의 원천을 얻은 피터 드러커처럼,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 특히 깊은 고통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큰 희망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장 교수께서 하신 말씀 중 가장 가슴에 와 닿는 한 부분을 다시 확인코자 합니다.
“희망이란 누구나 본능적으로 갖고 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는 희망의 소리를 듣느냐 안 듣느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 마음의 잔에는 쓰디 쓴 고통만이 있을 때가 많으나, 그것을 찬란한 지혜, 평화, 기쁨으로 바꾸는 것이 삶의 연금술이다. "
장 교수님 건강의 완전한 회복을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박상환 드림
박상환(69·무역) 동문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에서 30여년 간 무역, 건설, 항공, 금융사업에서 활약하다가 최근 금호생명 부사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자문역(고문)으로서 캄보디아에서 신규 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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