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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서강, 미국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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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6-30 12:04 조회26,6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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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총장 일행 미주 순방 

보스턴-시카고-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서강의 얼굴들은 ‘맑음’

미국 명문대학에 견줄만한 모교 만들자

모교 손병두 총장이 지난 6월8일부터 17일까지 미주 동문회 방문 및 예수회대학과의 교류를 위해 12일간의 첫 미국 순방길에 올랐다. 이번 순방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예수회대학을 방문하여 기존 교류 확인 및 교류 확대를 협의하는 한편, 현지 동문들과의 만남의 시간을 갖고 학교 현황을 소개하며 동문들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번에 방문한 지역은 보스턴,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 4곳. 학교에서는 손 총장과 함께 심종혁 기획처장 겸 대외협력처장이, 동문회에서는 정명숙(83.불문) 사무국장이 함께 했다. 손 총장은 방문기간 동안 위의 활동 외에도 현지 언론과 인터뷰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순방기간 동안의 일정을 따라가며, 미국의 대학들로부터 얻게 된 인상, 순방지마다 이어진 동문들과의 따뜻했던 만남의 시간,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오순도순 지내는 미주 동문들의 반가운 소식들을 지면에 옮긴다.

 

6월 8일 보스턴

뉴욕공항에 내렸을 때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이 곳도 장마철인가. 비행편의 취소와 연착으로 인해 예정보다 4시간 정도 늦게 보스턴에 도착했다. 심종혁 신부님과 함께 먼저 도착하신 총장님과 조우하여 현지 교민 부부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10시30분 경 숙소로 돌아오다. 15년만이라던가 오랜만에 총장님과 심 신부님을 만난 교민들의 얼굴에 반가움이 그득하다.

 

6월 9일 보스턴 

아침 식사를 하고 우리 일행을 데리러 온 한국예수회의 오세일(88·사회) 신부를 따라 보스턴 칼리지를 방문했다. 정돈되고 기품 있는 캠퍼스와 고풍스런 고딕 양식의 건물들, 입구부터 줄지어 늘어선 아름드리 나무들이 우리를 맞아준 보스턴 칼리지는 1863년 설립된 동부의 명문. 이 곳에 오면 저절로 공부에 빠져들 것 같은 학구적인 분위기를 가졌다.

 

Botolph House에서 우리나라의 총장보 쯤에 해당(총장이 부재중이라 오랜 기간 부총장을 역임한 총장 특별보좌)하는 Robert Ryan Newton 교수를 만나 기존 교류를 확인하고 예수회 대학들의 온라인 교과에 서강의 참여 가능성 타진, 그리고 상호간 정보 교환에 합의. 보스턴 칼리지는 학교 인근의 가정집 30여 채를 사들여 외양은 그대로 둔 채 간단한 내부 수리를 거쳐 학교 시설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Botolph House도 그 중 하나다.


이어 예수회 공동체 방문. 입구에서사제관 원장 신부님이 환한 얼굴로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관구 총회에 참석하시던 중 우리를 대접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오셨다고 한다. 공동체에서 점심식사 후 이 곳에서 신비주의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한국예수회 박병관 신부, 사회학을 공부하고 있는 오세일 신부의 안내로 도서관, 성당, 학생회관, 체육관등 학교 곳곳을 둘러보았다.

 

제일 관심을 끄는 것은 동문들의 기부로 지어졌다는 ‘Alumni Stadium'. 오늘의 막강 보스턴 칼리지 풋볼팀을 있게 한 원동력이자 동문들을 하나로 모으는 곳이기도 하다. 모교 방문의 날을 비롯한 다양한 동문 행사도 이 곳에서 열리는데 원하는 좌석에 따라 참가비가 다르다고 한다.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라도 이 곳에 보내고 싶을 만큼 학구적인 분위기와 좋은 전통을 가진 명문이라서인지 학부모와 동문들의 기부가 잇따른다고 하니 우리로선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6월 10일 시카고 

이른 아침을 먹고 보스턴을 출발, 오전 11시 경 보스턴과 달리 하늘이 활짝 개인 시카고 도착. 이은기(74·영문) 중서부지부회장과 여훈필(75·영문) 동문이 공항에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은기 동문을 공항에서 맞닥뜨린 순간 잠시 당황하기도 했었음을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한다. 이 동문을 만나기 전 내가 가진 정보는 미 연방정부 회계감사원에서 비교적 고위직에 속하는 회계감사관으로 수시로 미 전역에 출장을 다니는 공무원이자 몇 년째 미 중서부 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열성 동문이라는 것. 그런데 그는 목발 없이는 거동할 수 없는 심한 지체장애인이었다. 졸업 후 장애인이 생존하기 어려운 한국을 떠나 오늘날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가 겪었을 고난은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다. 본인은 후임자가 없어서 중서부지부 회장을 계속한다고 엄살을 떨지만 실상은 이 동문의 열정을 따를 동문이 없다는 후문이다.


식사 후 이은기 동문의 꼼꼼하고 치밀한 시카고 순방 스케줄을 들으며 이 동문이 장애를 딛고 미국에서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오게됐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동문과 배우자 등 40여명이 모인 중서부지부 모임은 이은기 동문의 치밀한 준비로부터 비롯된다. 지역신문에 총장 순방 광고도 내고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주선하고 총장 사진을 박은 현수막도 걸고, 총장님을모시고 갈 리무진까지... 모두들 모임 장소에 들어서며 한마디씩 했다. 하여간 이 회장의 극성은 알아줘야 한다고. 숙소로 돌아오는 심종혁 처장께 장재도(60·경제) 동문이 슬그머니 발전기금 1만 달러 약정서를 내밀었다.

 

6월 11일 시카고 

오전에 한인 성당을 방문한 후 오후에는 전날 모임에서 아쉬움이 남은 동문들이 또 모이자고 한다. 주로 60년대 학번 선배님들. 이정근(61·경제), 문의근(68·경제) 동문과 이정자(63·사학) 부부, 이은기, 여훈필 동문과 저녁을 함께 하고 나오는데 저 멀리 푸른 하늘에 아름다운 무지개가 떴다. 선배님들모두 상서로운 징조라고, 이번 순방의 성과가 좋을 것이라고 격려해준다. 역시 선배들은 언제나 든든한 존재!

 

6월 12일 시카고

오전 11시, 넉넉한 웃음이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이우순(86·경영) 동문이 시카고 로욜라 대학까지 데려다 주었다. 탁 트인 미시간호를 앞에 두고 성당과 도서관 사이 푸른 잔디에 엎드린 학생들이 밝은 햇빛을 받으며 책을 보고 있다.

 

총장실 앞에서 조금 기다리니 Garanzini 총장 신부가 헐레벌떡 나타난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중이라 학부모들에게 학교 안내를 하고 오던 참이라고 한다. 조지타운대 부총장으로 일하다가 지난 2001년, 50대 초반의 나이로 위기에 처한 이 대학의 23대 총장에 취임한 그는 오자마자 적극적인 개혁정책으로 학교를 위기에서 건져낸 구원투수다. 구조조정을 단행해 군살을 확 빼고 학부모와 동문들로부터 적극적인 모금활동을 벌여 오늘의 대학을 만들었다. 시카고 트리뷴지는 그를 표지인물로 게재하고 집중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을 정도다.

 

얼굴에 자신감과 활기가 가득한 그에게 기금 모금에 대해 묻자“It's art and science!"라고 씩씩하게 대답한다. 그와의 면담을 마치고 예수회 공동체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국제프로그램 담당인 Patrick M. Boyle 박사의 안내로 캠퍼스의 여러 곳, 특히모금 담당 부서를 둘러봤다. 모두 75명이 일하고 있다는 모금 담당 부서에서 하는 일은 동문들을 대상으로 학교소식이나 관심사가 될 만한 일들, 모금 참여 협조 등의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고 전화하는 일.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재학생들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학비도 벌고 선배들에게 진로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하며 동문들은 후배들을 통해 학교 소식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모금에 참여하게 되는 이른바‘情' 마케팅인데 호응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학교 방문을 마치고 권중길(62·물리) 동문 부부의 안내로 한미 TV와 인터뷰를 한후 시카고 한인회 소속 가톨릭실업인회 회원들과 저녁 모임을 가졌다. 동문들도 아니고 서강과 연고는 없는 분들이지만 이은기 동문이 시카고지역 신문에 낸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해온 것이다.


6월 13일 로스앤젤레스 

이은기 동문이 급히 출장을 떠나는 바람에 미처 작별인사도 못하고 아쉽게 시카고를 떠났지만 우리는 미국으로 이민 와서 장애를 딛고 꿋꿋하게 성공한 그를 자랑스런 한국인, 자랑스런 서강인으로 오래 기억할 것이다.


오전 11시 30분. 시카고를 떠난 지 4시간 20분만에 LA에 도착했다. 누군들 시간이 금쪽 같지 않겠는가 마는 누구보다 시간당 비용이 비싸기로 소문난 스티브김(69·전자) 동문과 중국 출장 중에 급히 돌아온 박문교(69·국문) LA지부 회장, 박성수(79·정외) 부회장, 유배근(80·영문) 총무가 꽃다발을 들고 마중을 나왔다. 총장님 얼굴에 모처럼 환한 웃음이 피어난다.


스티브김 동문이 손수 운전을 하여 LA시내 예쁜 호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당신이 결혼식을 올린 곳이라고 하니 얼마나 우리를 위해 배려한 것인지... 식사 후 한국일보를 방문하여 김상목(86·화학) 기자와 인터뷰를 한 후 헤럴드 경제에서 이명애(83·국문) 이사와인터뷰를 하고 임문일(70·신방) 부사장과 환담을 한 후 동문들의 모임 장소로 향했다.


오후 6시 30분, Radisson Wilshire Plaza에 도착하니 반가운 40여 명의 얼굴들이 우리를 맞았다. 그 중 누구보다 반가운 사람은 동문회관 건립 주역 중 한 사람인 나재순(69·무역) 동문회관 모금분과위원장과 김기춘(71·무역) 건립위원. 두 동문 모두 몇 년 동안 동문회관 건립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했다.

 

이 곳 동문들 역시 학교에 대한 궁금증이 지대함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총장님의 학교 현황 설명, 동문들의 질의, 건의에 이어 LA지부와 발전기금 모금 활성화를 위한 동문들의 제안 등이 이어지며 어느덧 밤 10시. 아쉬움을 뒤로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지만 앞으로 동문 모임에 열심히 참석하겠다는 스티브 김 동문의 각오 덕분에 후배들은 힘을 얻은 것 같아 보였다.

 

6월 14일 LA, 샌프란시스코

아침 일찍 숙소로 찾아온 김영석(67·경영) 동문과 조찬을 함께 했다. 모교를 위해 무언가 기여하고 싶었다는 김 동문은 이 자리에서 발전기금으로 1억 원을 약정했다. 동문들의 협조에 아침부터 총장께서 힘을 많이 얻은 것처럼 보였다.


우리를 인터뷰하기로 한 언론사에 데려다주기 위해 아침 일찍 찾아온 박성수 부회장과 함께 중앙일보를 방문했다. 한 달 전 위암 수술을 받고 미처 회복되지도 못한 박 동문에게 이런 부담을 안겨줘서 참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인터뷰 후 배턴을 이어받은 듬직하고 조용한 유배근 총무와 함께 Loyola Marymount University를 방문했다. 언덕 위에 자리잡은 멋진 캠퍼스에 들어서니 감탄사가 계속 나온다. 특히 문학부 학장인 Michael Engh 신부를 만나기 위해 들어선, 마치 50층 이상의 고층 빌딩을 눕혀놓은 것 같은 이 건물은 항공우주연구소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아름다운 예수회 공동체에서 한국예수회의 최영민, 김우선 신부와 Engh 신부, 그리고 80년대 초 서강에서 수사시절을 보냈었다는 탐 셔먼 신부와 식사를 했다. 한국을 떠난 지 20여 년이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한국말이 유창한 탐 셔먼 신부는 중국철학에 관심이 많은데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인상 때문인지 주로 학생 사목 활동과 피정 지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탐 셔먼 신부의 안내로 캠퍼스 곳곳을 둘러봤다. 이 가운데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곳은 ‘School of Film and Television'. 할리우드가 가깝다는 유리한 입지 때문인지 영화 관련 직업에 진출하려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캠퍼스 견학 후 김우선 신부의 차편으로 샌프란시스코를 향해 출발, 비행편 취소와 지연으로 2시간 이상 늦게 샌프란시스코에 도착. 저녁도 굶고 공항에서 혼자 하릴없이 우릴 기다린 김본경(84·물리) 동문께 미안했다.

 

듬직하고 성실한 김본경 동문은 우리를 위해 이틀간이나 직장에 휴가를 냈다고 한다. 더더욱 미안하고 고맙기도 하다. 밤늦게 쿠퍼티노에 도착한 우리를 반겨준 사람은 이태희(67·전자) 동문과 동희초 부부. 우리를 위해 한식당에 가서 때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6월 15일 샌프란시스코 

김본경 동문의 안내로 University of San Francisco를 방문했다. 총장이 외유중이라 교학부총장 James L. Wiser와 교류협정을 체결하고, 식사 후 캠퍼스 방문. 지난해 개교 150주년을 맞은 학교는 예쁘고 아기자기한캠퍼스가 특징. 캠퍼스 방문 후 국내 벤처기업들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iPark를 방문해 이종훈(75·전자) 소장으로부터 미국 벤처기업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곳에서는 김종갑(86·경제) 동문이 이 동문과 함께 벤처기업들을 지원하고 있었으며 얼마 전 나스닥에 상장된 미주 픽셀플러스의 이상수(78·전자) 동문과 장효명(77·정외) 동문이 입주해 있다.

 

지역 방송인 TNG TV와의 인터뷰 후 모임 장소인 이태희 동문의 집으로 이동. 사라토가에 위치한 널찍한 이동문의 집은 워낙 서강가족들을 좋아하고 챙겨주는 부인 덕분에 늘 동문들의 모임 장소가 된다. 꼬마들의 손을 잡고 온 동문부부들 외에도 동문의 남편자격으로 박종섭 전 하이닉스 사장이 참석해 환영을 받았다. 


이 지역 동문모임의 구성원은 조금 독특한데 회원의 대다수가 전자공학과 출신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곳의 모임은 지역모임의 성격 뿐 아니라 학과 모임의 성격도 갖고 있다.


총장님의 학교 현황 설명에 이어 동문들의 계속되는 질문. 현수남(64·경제) 동문의 참여 독려 발언과 이태희 동문의 장학기금 모금 증액 제안으로 끝을 맺는가 싶더니 총장님의 송도캠퍼스 부지 확보를 위한 동문들의 MOU 협조 요청에 구철회(74·물리) 동문이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6월 16일 샌프란시스코 

이종훈 동문과 조찬 약속을 했는데 이상수 샌프란시스코 지부 회장의 느닷없는 출현에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한다. 우리가 방문하는 기간 동안 하와이에서 꼭 참석해야할 컨퍼런스가 있기에 못 만날 것이라 했는데 우리 일행이 떠나기 전 잠시라도 보고자 무리를 해서 왔다고 한다.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서울로 출발. 우리를 위해 휴가를 낸 김본경 동문이 공항까지 우리를 바래다주었다. 서울에오게 되면 동문회에 꼭 들러서 차 한잔 하라며 악수를 하고 헤어지다.


에필로그 

역시 자주 만나고 직접 보는 것은 중요한 모양이다. 우리 일행에게 베풀어 준 자상한 배려는 순방기간 내내 우리를 편안하게 했고 동문들의 따뜻한 마음들을 기념선물로 안고 돌아오며 든든했다. 또한 각 대학을 둘러보며 서강이 역사와 전통을 가진 명문 예수회 교육기관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에 어깨가 조금은 더 올라간 느낌이다.


정명숙(83·불문) 동문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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