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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인물-대한성공회 사상 최초로 수녀에서 사제로 변신한 오카타리나(본명 오인숙,60.영문)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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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4-24 18:33 조회14,1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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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성공회 사상 최초로 수녀에서 사제로 변신한
오카타리나(본명 오인숙,60.영문) 동문

 

 

여성 사제의 미사 집전 현실로
따뜻한 포용력이 보수적 선입견 깰 것


 "'하느님 아버지' 보다 '하느님 어머니' 하고 부르는 것이 훨씬 푸근하지 않나요? 호호. 여성 사제(신부)의 장점은 바로 큰 포용성과 따뜻한 마음일 거예요."

 

대한성공회 사상 처음으로 수녀가 사제로 임명됐다. 성가수도회 오카타리나(본명 오인숙, 60.영문) 수녀. 그는 5월 26일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부제(副祭) 서품을 받고 1년 뒤 사제 서품을 받을 예정이다. 지금까지 신학을 전공한 9명의 여성이 성공회에서 사제가 됐지만, 수녀가 사제로 변신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 로마 가톨릭은 여성 사제를 허용하지 않지만 성공회는 가능하다.

 

4월 11일 서울 대한성공회 성당 성가수녀원에서 만난 오 수녀는 영락없는 '만년 소녀'의 모습이다. 1984년부터 성공회대 영문과에서 학생을 가르친 교수이자 1987년부터 8년간 이 수녀원의 원장을 지낸 그에게서 권위 의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수녀원 앞뜰에서 백구와 천진난만하게 뛰노는 그의 모습은 엄숙한 이곳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저는 노래를 부르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노래를 흥얼거려도 큰 소리로 웃어서도 안 되는 게 수녀원의 규칙이었죠. 하지만 쉬는 시간엔 수녀도 자신의 끼를 좋은 방향으로 발산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는 능력도 하느님이 주신 탤런트니까 개발해야죠." 

       

그는 수녀원의 이단자처럼 엄격한 규율을 고치는데 앞장섰다. 수녀가 턱받이처럼 얼굴 주위에 쓰는 윔플을 없앴고, 지난해에는 검거나 회색이 아닌 푸른색 수녀복을 도입했다. "예수님이 수도자에게 꼭 그 복장을 갖추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시대에 맞게 검소하고 실용적으로 입으면 되지 않느냐"는 그의 설득에 선배 수녀와 동료들이 모두 감복하고 말았다.

 

그는 오래 전부터 사제가 될 것을 권유받았으나 결정을 미뤄왔다. 여성 사제가 집전하는 미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보수적인 신도들도 많았기 때문. 오 수녀는 여성 사제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기독교 신앙의 입장에서 남성과 여성은 우열이 없잖아요. 남성만 사제로 활동하면 50% 밖에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데,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하면 100%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는 전쟁고아 출신이다. 열살 때 6·25 전쟁이 일어났고, 인민군에 끌려간 그의 부모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총살을 당했다는 것이다. 몇날 며칠 동안 엄마 아빠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울다가, 두 살 어린 동생이 우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모두가 피난을 가는 1·4 후퇴가 되자 그도 동생의 손을 잡고 피난길에 나섰다. 두 소녀가 단 둘이 손을 꼭 잡고 한강다리를 넘자마자 폭격으로 다리가 끊겼다. 총알이 빗발치던 피난길에서 이들은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수원까지 와 갈 곳 없어 파출소를 찾아갔던 두 소녀를 경찰이 데려다 준 곳이 바로 성공회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이었다. 고아들을 친자식처럼 돌봐주는 보모들과 좋은 친구들이 있는 보육원은 그에게 천국과 같았다.


“어린 시절 저는 사람들에게‘우리 집은 궁전 같이 크다’고 늘 자랑했어요. 심지어보육원에 놀러왔던 친구들은 제가 보육원 원장의 딸인 줄 알았대요. 호호. 학교에서나 보육원에서나 저는 부모 잃은 아이들에게 ‘네가 슬퍼하면 돌아가신 엄마가 더 슬퍼해. 네가 행복하면 하늘에 계신 엄마도 행복해’하고 위로해줬어요. 부모가 안 계시니 빨리 철이 든 모양이에요.”


오 수녀는 “서강대 영문과에 진학한 것은 축복”이라고 말한다. 여고 시절부터 좋아했던 영어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기 때문. 다른 학생들이 대학 캠퍼스에서 로맨스를 즐길 때, 그는 단짝친구인 김경자(60·영문) 분도회 수녀와 ‘하느님이 인간을 만든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했다. 대학을 졸업하던 1964년 봄 그는 수녀원에 입회했다. 눈부시게 밝은 미소를 짓던 그에게 반한 남성들을 모두 뿌리친 뒤였다. 그가 수녀가 된다는 소식에 식음을 전폐한 한 남학생의 어머니가 “아들을 만나 달라”며 그를 찾아오기도 했다.


“수도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지만, 막상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니 혼란스러웠어요. 그 때 원장 수녀님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놨더니 ‘네가 유혹에 빠진 거야’하시더군요(웃음). 마음을 다잡은 저는 그 친구를 찾아가 ‘평생 너를 위해 기도할 친구가 있다는 거 든든하지 않니? 날 정말 아낀다면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도록 해줘’하고 말했죠. 훗날 기독교 선교사가 된 그 친구를 보며 참 반가웠어요.”


그는 수녀가 된 후 선교사들을 도와 한강 밑과 남산 위로 병자와 노숙자들을 찾아다니며 돌봤다. 비폭력운동과 수도원의 엄격한 규율 개정에도 그는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오 수녀는 사제가 되면 강화도의 노인복지요양시설인 ‘성안나의 집’과 충북 청원의 정신지체장애인 시설 ‘보나의 집’등 성가수녀원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성공회 사제는 결혼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오 수녀는 “결혼할 계획은 없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이남희(98·영문) 여성동아 기자·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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