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레터_총장님, '서강대의 몰락' 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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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6-02 15:29 조회19,20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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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레터
총장님,‘ 서강대의 몰락’이라니요
송영만(74·정외) 효형출판 대표
손병두 총장님,지난 열달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평신도 출신 첫 총장, CEO 경력의 첫 명문대 총장 등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시며 멋지게 출발하셨습니다.
발전기금도 벌써 1백 5십억을 확보했다는 신문기사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대학 특유의 수평적 시스템으로 모드를 변환시키며 노심초사하신 것에 대해서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서강대의 몰락’이라는 전대미문의 신조어에 우리 모두는 경악했습니다. 연구중심대학육성이라는 거창한 국가적 프로그램 BK21에서 서강은 적나라한 몰골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누르고 감춰왔던 치부가 일순에 발가벗겨진 꼴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닥쳐온 것은 아닐 것입니다. 총장님 취임 훨씬 전부터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었지요.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랭킹이 물경 21위 랍니다. 경쟁대학의 20%에도 못미치는 선정액,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과학기술분야 2개에 겨우 낙점된 28억이 전부라지요.
‘음모가 낀’ 원천적 무효라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그토록 애지중지했던 인문·사회분야에서는 차라리 눈길조차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궤멸이었습니다.
우리는 부박한 세태를 쫓는 실용학풍의 가치를 곧잘 차선으로 밀어놔도 누구 하나 탓하지 않았습니다. 학문의 순수와 열정, 그리고 그 수월성이 언제나 지고지선의 가치로 전수돼 왔었습니다. 그러나 이 어찌된 일입니까. 근대화의 상징처럼 추앙받던 ‘서강학파’는 온데간데 없고 자타가 인정했던 文·史·哲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단 하나의 서강’에 매료됐던 서강의 아이덴티티에 가슴 저미며 살아온 바보들이었습니다.
물론 총장님의 안타까움은 더할나위없이 컸겠지요. 그러니 어느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하셨습니다. 작은 대학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규모의 경제’를 언급하셨습니다. 프리젠테이션만 잘해 ‘물껀’을 따내는 구조적 흠결을 굳이 꼬집는 어느 교수님의 불평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총장님. 예의 강조하신 논리 ‘규모의 경제’는 견강부회라는 생각이 지워지질 않습니다. 서강보다 규모가 작은 포항공대나 카이스트의 완벽한 성공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요. 그들에겐 매년 1백억원 씩이나 지원된답니다. 총장님이 어느 일간지에 일러주신 서강의 지난 8년간 모금액 1백억원과 같은 액수입니다. 서강보다 뒤처진 덩치큰 대학들도 과연 ‘규모의 경제’를 들먹이게 될까요. 서강은 태생적으로 작았지만 정말 옹골찼었습니다.
더구나 BK21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문제의 심각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벌써부터 ‘연구중심대학육성’이라는 ‘정부의 의지’는 만천하에 공표되었습니다. 1차 선정에서 부진했다 와신상담, 수모를 겪고 절치부심한 대학들의 사례가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대박을 거머쥔 몇몇 사립대의 준비과정은 치밀함을 넘어 무섭기조차했습니다.
관련 그룹기획팀이 훈수뒀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한 사립대 산학협력단장의 실토는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우리는 보고서를 받아보는 사람의 첫느낌을 중시합니다. 어떤 보고서는 잘 써내게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타산지석을 넘어 잠든 서강을 일깨우는 죽비소리와도 같았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선택과 집중, 긴장의 리더십과 팽팽한 코디네이션을 배워야 합니다.
다기다양한 개성집단 대학에 오신지 채 1년도 안돼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찌하겠습니까. 이미지보다 실행과 효율이 강조되는 서강이 되었으면 합니다. 2010년 개교 50주년이 다가옵니다. 5개 분야에서 세계수준에 도달하겠다는 발전계획의 구체안이 떠올랐으면 합니다. 총장님의 건승을 거듭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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