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레터-정명숙(83.불문) 동문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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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4-24 20:21 조회18,33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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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83.불문) 동문회 사무국장
오랜만에 외국에 사는 후배에게서 안부 전화가 걸려왔다. 첫마디가, “혹시나 했는데, 언니 아직도 그곳에 있네! 도대체 몇 년 째 일하는 거유?”였다. 반갑다는 건지 놀랍다는 건지 궁금해하는 내게 그 후배는 둘 다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는 해외지사에 근무하는 후배가 사무실 공용 이메일로 ‘조심스럽게’ 내가 아직도 동문회에서 일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메일을 보내온 적도 있다.
이런저런 일로 모처럼 동문회에 전화를 한 동문들의 한결같은 첫마디는 “아직도 계시군요!”였다. 그리고는 꼭 덧붙이는 한마디. “오래 계시는 걸 보니 동문회라는 곳이 참 좋은 직장인가 봐요.” 머릿속에서는 ‘참 좋은 직장? 어떤 면에서?’라고 의문 부호를 만들면서도 입에서는 “네, 좋은 직장이에요”라는 대답이 나왔다.
통화를 마치면서 나는 정말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았다. 다른 직원들에게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이곳은 좋은 직장임에 틀림없다. 내가 이곳에서 일하는 목적과 보람이 뚜렷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좋은 분들(동문)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 달만 있으면 내가 이곳에서 일한 지 만 15년이 된다. 그 사이 직장의 막내로서 동문회 일을 도와주었던 많은 동문들이 승진을 하여 중견간부나 임원이 되었고 선배님들의 어린 자녀들은 어느덧 성장하여 내게 중매를 부탁하거나 청첩을 보낼 나이가 되었고 어느 분은 벌써 손자손녀를 보셔서 자랑도 하신다. 어느 분의 자녀는 공부를 잘하여 해외 유학 장학생에 선발되었고 누구는 사업이 잘 되어 돈을 많이 벌었고 누구는 은퇴하여 제2의 삶을 열심히 살고 있고 등등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가하면 잘 살던 동문 부부가 이혼하여 원수가 되었고 누구는 갑자기 몹쓸 병에 걸려 하느님 품으로 갔고, 누구는 소송에 걸렸고, 누구는 하던 사업이 망해 잠적했다는 둥 좋지 않은 소식도 듣는다. 또 재기에 성공한 동문들 이야기, 동문회 도움으로 일이 잘 풀려 고맙다는 이야기, 취직한 이야기, 결혼 이야기 등은 마음을 흐뭇하게 하기도 한다.
우리 사무실에서의 하루는 이런저런 소식을 전하고 듣는 것으로 시작되고 마감되며 어느덧 내 15년도 거의 지나갔다. 지난 15년 동안 동문들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서 나는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고 아직도 배우고 있다. 동문들이 살아온 이야기 속에는 많은 교훈이 녹아있고 그 교훈을 흡수하는 것만으로도 나는‘아직도' 이곳을‘좋은 직장'으로 여기며 감사히 다니고 있다. 이것이 내가‘아직도' 이곳에 있고‘좋은 직장'으로 여기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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