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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집에서 만난 사람 - 조용선(03 기계)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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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10-29 10:32 조회19,5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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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정문을 등지고 오른쪽 횡단보도를 건너면 왼편에 건물과 건물 사이 짧은 내리막이 있다. 그 길 아래에 ‘조 식당’이 자리해 있다. 조용선(03 기계) 동문이 요리하고, 운영하는 식당이다. 2010년 졸업 이후 8년 만에 모교 근처로 돌아와 요리하는 조 동문을 만났다.

 

● 졸업 후 지금까지의 여정이 궁금합니다.

첫 직장은 삼성중공업이었습니다. 일하다 보니 20, 30년 후 미래가 결정되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임원 분들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못하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죠. 그래서 2015년 퇴사하고 뉴질랜드로 향했습니다.

 

퇴사 후 목표는 사진작가였습니다. 학창 시절 강미반 활동을 하며 사진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뉴질랜드에서 아르바이트 삼아 식당에서 설거지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주방장을 보니 나도 요리를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식당에서 일하며 요리를 배웠고, 요리 학교도 졸업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다가 2018 년 귀국해 대흥역 근처에 라멘을 주 메뉴로 하는 ‘서강면가’를 열었죠.

 

● 쉽지 않은 선택의 연속이었을 것 같습니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벌거벗고 정글에 들어간 수준이었습니다(웃음). 혹시 저와 비슷한 길을 가려는 동문이 계시다면, ‘울타리 밖은 정글이니 최소한의 무기로 정글도(刀) 하나 정도는 보험으로 챙겨 가시라’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회사 다닐 때보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지금이 훨씬 편안합니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일’이었다면, 주방에서의 시간은 ‘일상’으로 느껴질 정도로요.

 

● 첫 식당을 모교 근처에 연 이유가 있나요?

전혀 모르는 곳에서 시작하기보다 가장 친숙한 곳에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모교 근처에서 자취했기 때문에 서울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이라 친숙했거든요. 돌이켜보면 많은 동문님들과 재학생 후배님들 덕분에 첫 식당을 잘 운영할 수 있었어요. 강미반 선배님들이 일부러 찾아오셔서 “네가 한 요리를 먹을 줄은 몰랐다”라고 말씀하신게 기억 남아요.

 

● 서강면가를 운영하다가 올해 4월 지금 자리로 옮기고, 메뉴도 곰탕으로 바꿔 ‘조 식당’을 새로 개업하셨네요.

곰탕은 평소 해 보고 싶었던 메뉴였습니다. 학교 앞이라는 위치 특성을 고려해 합리적인 가격에 소고기를 푸짐하게 올렸고, 제대로 한 끼를 먹는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그릇에도 신경썼습니다. 서강면가를 운영할 때 동기를 통해 알게 된 이혁(04 기계)동문에게 부탁해서 유기그릇을 주문했었죠. 이 동문은 가업인 거창유기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많이 깎아주긴 했지만 유기인 만큼 제법 비싸더라고요(웃음).

 

● 얼마 안됐는데 다시 메뉴를 바꾼다고 들었습니다.

무척 아쉽지만 잠시 곰탕을 접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주재료인 소고기 가격이 저렴해서 충분히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소고기 값이 무섭게 오르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고기양도 줄이고 부위도 바꾸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 봤지만 만족할 만한 해결책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해서 메뉴를 바꾸기로 결정했습니다. 

 

곰탕을 대신할 새로운 메뉴는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하는 국밥, 라멘, 갈비탕 등입니다. 서강면가 시절의 라멘이 그립다며 다시 해 달라는 재학생 후배들의 요청을 적극 반영했습니다. 후배들이 언제든지 편하게 와서 든든하게 먹고 갈 수 있도록 가성비 괜찮은 음식을 만드는 것도 목표 중 하나거든요.

 

● 이번 일을 통해 크게 배우셨을 것 같습니다.

안정적인 재료 수급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서강면가 시절 주재료인 돼지고기는 공급처가 많았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았는데, 곰탕에 쓰는 좋은 소고기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식당 경영은 요리와 달리 전혀 새로운 영역입니다.

 

● 요리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게 있다면요?

뉴질랜드에서 주방장으로 일할 때 어느 비구니께서 해 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옷깃 한 번 스치지 못한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한 끼 식사 대접하며 좋은 연을 쌓아가는 요리는 좋은 길이다’라는 내용입니다. 한 그릇 팔아서 얼마 남기는 게 아니라, 좋은 요리로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간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습니다. 요리 자체에서는 ‘보편적인 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간’을 잡는다는게 무척 어렵습니다. 스스로도 아직 찾는 중입니다.

 

●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강대 앞 노포(老鋪)’를 운영하는 게 꿈입니다. 요리해서 선보이고,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는 그런 가게입니다. 규모는 30석 정도. 이왕이면 제 소유의 건물이면 좋겠습니다(웃음). 요리에서의 목표는 보편적인 한식을 좀 더 세련되고, 현대화시켜서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한식을 만드는 겁니다. 나아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요리 강의도 진행해 보고 싶답니다.

 

조 식당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 36-1,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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