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국내 최초 영상상담 치료센터 개설한 심영섭(85.생명)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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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6-03-02 11:05 조회27,32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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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만나 마음을 정화하면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영화를 가리켜 ‘영혼에놓는 주사’라고 했던가. 다른 예술에 비해 접근하기 쉽고, 강력한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어느 약보다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이러한 영화의 힘을 보여줄 새로운 공간이 탄생했다.영화평론가이자 심리학자인 심영섭(본명 김수지, 85·생명) 동문이 오픈한 국내 최초의 영상치료 상담센터‘사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문을 연 ‘사이’ 는 심리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영화를 보며 마음을 치유하는 곳이다. 또한 영상 매체를 심리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는 곳이기도 하다.
심리학과 영화를 섭렵한 영상치료사
2월4일 오후 ‘사이’에서 만난 심 동문은 집단상담 준비에 한창이었다. 그의 영화평론에서 느껴지던 충만한 에너지가 이 공간에도 고스란히 깃들어있는 듯했다. “영화치료가 얼마나 효과적인가”하는 질문에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현실에 부대끼며 살아가다 보면 정서가 메마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한심리상태가 제 글에도 고스란히 드러나지요. 저는 제 자신을 종종 나무에 비유하는데, 제 심상의 나무가 말라있을 때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나 ‘폴링인러브’와 같은 영화를 보면서 감성에 촉촉한 물기를 줍니다. 또 ‘파리 텍사스’나‘기쿠지로의 여름’과 같은 로드무비를 보고 나면 늘 자신에 대한 통찰과 위안을 얻습니다.여행의 끝에는 깨달음을 얻은 내가 기다리고 있잖아요.”
영화치료에 관한 그의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 것은 그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심리학과 영화를 두루 섭렵한 전문가이기 때문. 모교 생명공학과에서신경심리학을공부한 그는 고려대에서 심리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다 "어느 날 영화가 말을 걸어와 물 흐르듯”영화평론가의 길에 들어섰다. 특히영화를 정신분석학적 입장에서 해석하는 그의 평론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영화치료에 눈을 뜬 것은 5~6년 전입니다. 석사를 마치던 즈음, 한 교수님께서 ‘영화와 심리학을 공부한 자네야말로 영화치료 분야를 개척할 적임자’라고 권해주셨죠.이후 영화를 심리치료에 접목시키는 일을 저의 사명으로 여겨왔어요. 지난해 8월‘대인관계 향상을 위한 상호작용적 영화치료의 효과’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것은 영화치료에 관한 국내 최초의 박사논문으로 기록됐습니다.”
심영섭이란 그의 필명 역시‘심리학과 영화를 섭렵한 사람’이란 뜻을 담고 있다. 98년 3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수상 소식을 접한 후 영감이 떠올라 10분만에 지은 이름이라고. 그는 “아버지는 자신의 욕망이 투사된 김수지’라는 여성적인 이름을 지어주셨지만, 나는 그 이름대로 살 수 없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담고 있으며 내 안의 남성성을 드러낼 중성적인 이름, ‘심영섭’에 더욱 애착이 간다”고 털어놓는다.
웃고 참여하는 가운데 ‘관계의 회복’ 꿈꿔
영화를 통한 심리치료는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질까. 심 동문은 보통 집단 상담의 형태로 영화치료를 실시하고 있는데, 그 방식은 단순히 영화 감상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애니메이션을 만들거나 셀프 다큐멘터리를 찍게 하는 등 영화치료의 영역을 창작의 단계까지 확장한다. 영화를 촬영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심리 치료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는것.
“영화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놀이적 속성을 갖는다는 점이죠. 어린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떠올리면서,어린아이처럼 깔깔대며 그림을 그리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을 주거든요. 영화를 보거나 만드는 놀이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숨겨진 정서와 만나고 정화하며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심 동문은 ‘최초’라는 타이틀을 즐기는 사람이다. 서강대 재학 시절 그는 ‘야구반’의 최초 여성 멤버였고, 국내 최초 심리학자 출신 영화평론가다. 게다가 그가 설립한 ‘사이’는 국내 최초의 영상치료 상담센터가 아닌가. 그는 “맨땅에 헤딩하는 작업이 즐겁다. 오리지널, 원조로서의 기쁨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다”며 활짝 웃는다.
“대학 때 ‘야구반’의 홍일점으로 정말 재밌게 활동했어요. 그 시절, 정치나사회 같은 거대 이슈보다는 개인과 영화에 대해 더 관심을 쏟았죠. 이제는 그 관심이 ‘사람과사람의 관계’ 에 대한 것으로 확장된 것 같습니다.”
영상치료 상담센터 ‘사이’는 ‘나 자신’이 아닌 ‘우리’를 지향한다. ‘사이’는 적어도 두 사람이 있어야 성립될 수 있는 말이기 때문. 심영섭 동문은 영상매체를 매개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벌이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관계의 회복’을 꿈꾼다.
이남희(98·영문) 여성동아 기자·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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