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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문희정(93.철학) 뉴시스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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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진아 작성일06-03-02 10:08 조회26,9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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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고생?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요!"
문희정(93.철학) 뉴시스 경제부 기자

"오늘 공시담당은 문희정입니다!" 메시지를 보내기가 무섭게 선배들로부터 “오늘 너냐? 난 죽었다!" “오늘은 내 기사 하나도 못 쓰겠군!" “야~ 공시는 문기자가 최고야! 파이팅!" 등등의 답문이 날아든다. 기자라는 이름을 단 지 겨우 두달, 정말 쉴 새 없이 기사를 보내는 나이기에 내 원고를 고쳐서 송고까지 해야 하는 선배들은 내가 공시 기사를 쓰는 날이면 무척 부담스러워한다.

제때 대학에 입학한 걸 제외하곤 나는 늘 늦되는 편이다. 졸업도 취업도 1년 6개월씩 밀리다 보니 늘 남들보다 3~4년은 뒤처져 쫓아가게 된다. 이제 결혼까지 늦어지게 생겼으니 끝까지 남들보다 더디 갈 모양이다. 그러나언제나 조금씩 늦는다는 조바심에 무슨 일을 시작하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일을 해내려고 욕심을 부리곤 한다.

내 나이 올해로 서른 셋. 뉴시스 통신사 경제부 수습기자다. 남들은 대리니 과장이니 하며 좀 편하게(?) 직장생활을 할 나이에 오히려 난 낯선 기자 세계에 ‘이제서야’ 발을 들여놨다. 처음 아나운서가 됐을 때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는 선배의 질문에 단호하게 뉴스 앵커라고 답했던 나였기에 ‘이제서야’ 기자가 됐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왜 기자가 됐어요?”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제주MBC 아나운서와 푸르덴셜 라이프플래너를 거쳐 뉴시스 기자까지 항상 같은 질문을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언제나 같은 대답을 한다.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요!” 자기가 하고픈 일을 하며 산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씩씩하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러나 분명한 건 하고픈 일을 한다고 해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나운서로살 땐 아침 방송에 대한 긴장감 때문에 불이나 TV를 끄고 맘 편히 잠을 잔 적도, 제대로 휴가를 간 적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많이 서툰 기사 실력에, 뉴스 공급 업체라는 통신사의 특성상 기사를 제일 먼저 써야 하는 부담까지......


왜 유독 쉽지 않은 길만 골라 가느냐고 묻는 지인들에게 이젠 나도 좀 편히 살고 싶다고 웃으며 응수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널널하게(?) 사는 곳에서도 혼자 빡세게(?) 살고 다른 사람들 빡세게 사는 곳에서는 더 빡세게 산다고 구박하는 한 친구의 말처럼 편한 삶은 내게는 여전히 더디 올 것같다. “지금까지 제주 MBC 뉴스 문희정 이었습니다”라는 익숙한 말 대신 아직은 마냥 낯설기만 한 ‘문희정기자 moonsonghj@newsis.com'라는 '바이라인, 하지만 난 열심히 쓴 내 기사 밑에 달려 있는 바이라인으로 인해 늘 그랬듯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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