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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지간 강영안-서동욱 교수, 동시에 철학서 출간해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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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진아 작성일05-12-19 14:58 조회19,2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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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안 교수의 <타인의 얼굴 - 레비나스의 철학>과 서동욱 교수의 <일상의 모험> 

‘일상의 구원’을 놓고 벌인 두 철학자의 대화


모교 철학과에 재직 중인 두 교수의 철학서가 며칠 간격을 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왔다. 강영안 교수의 <타인의 얼굴 - 레비나스의 철학>(문학과지성사)과 서동욱 교수의 <일상의 모험>(민음사)이 그것. 1990년 모교 철학과에 부임한 강영안 교수는 서동욱 교수의 은사이기도 하다. 모교에서 한 직장을 드나드는 저자들의 공통점 이상으로, 두 책은 내용에서도 서로 얽히는 주제들을 설핏설핏 건드린다.

 

강영안 교수의 책 <타인의 얼굴>은 레비나스 철학을 종합적으로 다룬 책. 서양 특유의 자아 중심적 철학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윤리학을 전면에 내세운 레비나스의 사상을 가늠하는 데에 귀중한 안내서다. 이미 <시간과 타자>라는 레비나스의 주저를 번역하기도 했고, 지난 20년간 레비나스 연구에 천착해 온 강 교수는 “타자에게 선을 행하는 일로서만 타자를 거부하고 말살하는 근본 악을 이겨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레비나스는 전체주의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을 추구한 철학자로, 그 사유의 근거를 사람의 얼굴, 노동과 소유, 사랑과 고통, 죽음 따위에서 찾는다. ‘일상의 해방’을 말하기에 레비나스는 무척 소중한 20세기 철학자다.

 

<일상의 모험>에서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이기도한 서동욱 교수는 철학과 문학을 넘나드는 재기 넘치는 글쓰기를 펼쳐보였다. “태어나 먹고 자고 말하고 연애하며, 죽는 것들의 구원”이라 붙은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서동욱 교수는 일상의 소소한 데서부터 출발해 ‘구원의 가능성’을 모색해나간다. 잠, 자기기만, 유령, 관상술, 패션, 웰빙, 이름, 애무, 춤 따위로 갈래 나뉜 책의 구성이 처음부터 그런 성격을 말해준다. 들뢰즈, 데리다, 사르트르, 칸트, 스피노자, 니체 등 수많은 철학자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현란하게 등장하지만, 꾸준히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레비나스였다.

 

이를테면 두 책은 사람의 얼굴이 갖는 각별한 의미를 함께 다루었다. 서동욱 교수는 “‘얼굴의 해체'는 고통받는 자들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자각하게 한다"고 본다. 80년 광주의 사진들이 이를 깨닫게 해 준다. 그러나 한편, 레비나스에 의지해 보면 “우리가 보고자 하는 대상의 겉모습으로서의 얼굴"을 마주치게 된다. 이와 관련되는 지적은 강영안 교수에 의해 “‘얼굴의 현현'에서 타자를 나의 집으로 받아들이는 사건이 일어난다"고 표현된다. “타자의 얼굴을 받아들임으로써 나는 인간의 보편적 결속과 평등의 차원에 들어간다." 이성복의 시와 괴테의 글이 분방하게 등장하는 서 교수의글과, 주체와 타자의 문제로부터 책임과 윤리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짚어나가는 강 교수의 글은 이렇게 곳곳에서 스며든다.

 

연구실을 지척에 두고 평소 나눈 대화에서 철학적 주제들을 주고받았을 두 저자는 이번에 각기 낸 책 속에서도 서로간의 학문적 교류에 대해 언급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강영안 교수는 책머리 감사의 말에서, 원고를 미리 읽은“서(동욱) 교수의 제안을 거의 수용하였고 초고 난외에 던진 질문에 대해 가능하면 답을 하고자 애썼다"고 전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서동욱 교수는“특히 은사이신 강영안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공부에서나 삶에서나 선생님께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밝혀두었다. 강 교수와 서 교수는 모두 벨기에 루뱅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그 학문적 배경 관계에도 각별한 관심이 간다.


장영권(91·사학) 광운대 강사·본보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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