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CEO를 찾아서-광고회사 코래드 제2전성기 이끄는 이재욱(81.정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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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진아 작성일05-12-19 09:55 조회20,80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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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 진출로 아시아인의 마음 훔친다
‘마음 도둑이 세상을 바꾼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주)코래드 사장 이재욱(81.정외) 동문은 ‘일급 마음 도둑’으로 분류될 만하다. 15년간 기업홍보를 담당하며 ‘대우가 있습니다’ 시리즈와 같은 명 그룹광고를 탄생시켰고, 최근엔 광고회사의 수장으로서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 소비자 뿐 아니라 대화 상대방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이 동문의 유려한 화법은, 이성보다 감성을 먼저 움직이는 묘한 매력이 있다.
초겨울 추위가 찾아든 11월23일, 서울 대치동 코래드 본사에서 이재욱 동문을 만났다. 지난 9월 CEO로 취임한 그는 다음날 예정된 중국 출장을 앞두고 필자에게 어렵게 시간을 내준 것이다.
창의성을 중시하는 광고회사의 CEO답게 그는 평소 경쾌한 캐주얼 차림을 즐긴다. 책상에 놓인 일정표에 빼곡히 들어찬 스케줄과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에 써놓은 수많은 메모는 그의 바쁜 행보를 짐작케 했다. “이렇듯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정작 언론엔 왜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홍보는 홍보되지 않는다”는 의미심장한 말로 대화의 첫머리를 열었다.
한국의 10대 광고회사 중 하나인 코래드는 ‘드라마타이즈 광고’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전성기를 누렸다. 1991년 13부의 연속극 형태로 제작된 ‘신대우가족’ CF는 한 가족에게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가전제품을 친숙하게 소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 것. 그러나 탄탄대로를 걷던 코래드는 1997년 모기업인 해태그룹의 부도로 독립 광고대행사가 되며 ‘서바이벌 전쟁’을 벌여야 했다. 다행히 코래드의 좌절은 그리 길지 않았다. 수년간 상당액의 빚을 모두 청산했고, 최근엔 중국 진출을 통해 광고시장의 ‘블루오션’을 창출할 계획이다. 코래드의 제2 전성기를 이끌겠다는 이 동문의 각오는 남다르다.
“2000년 15년간 근무하던 대우그룹에서 나와 코래드에 입사했어요. 대우에서 쭉 기업 홍보를 담당했지만 늘 광고주의 위치였는데, 언젠간 ‘광고인’이 되보고 싶었거든요. 특히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을 강화해, 매스컴에 의존하던 기존의 광고시스템에서 벗어나 브랜드가 지닌 문제를 해결하고 장점은 부각하는 브랜드 이미지 메이킹 작업에 주력할 겁니다. IMC를 필요로 하는 아시아시장은 바로 우리의 무대죠. 얼마 전 설립한 베이징 법인은 해외진출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할 것입니다. 한국 사람이야말로 중국인과 문화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유일한 민족 아닙니까? 내년 1월1일부터 베이징 법인을 본격 가동할 예정입니다.”
대량 생산을 통해 매출 신장의 극대화를 목표로 삼는 제조업체와 한 조직원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성공을 좌우하는 광고회사의 CEO는 그 역할이 다를 법하다. 이상적인 CEO상을 묻는 질문에 그는 명쾌한 해석을 내린다.
“제조회사는 ‘양보의 룰’을 최대화하는 곳이라면, 광고회사는 ‘양보의 룰’을 최소화하는 곳입니다. 제조회사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조직원 개개인의 양보를 유도한다면, 광고회사는 직원 하나하나를 우주로 보고 그들이 자신의 세계를 유감없이 펼치도록 격려합니다. 광고인 한 사람이 1000억원의 매출을 좌우해요. 조직원이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바로 제 역할입니다.”
서강에서 보낸 그의 대학 생활은 모범생의 전형이다.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는 자괴감으로 도서관에 틀어박혀 독서에 열을 올렸다는 그는 오히려 그때 쌓은 탄탄한 기본기로 콤플렉스를 극복했다. 훗날 사회에 나와 인근 Y대 국제대학원을 마쳤지만, “역시 별 게 없더라”는 것이 그의 중평. 또 하나, 4년간 한 여학우에 대한 그의 열렬한 짝사랑은 대학 생활의 소중한 기억 중 하나다.
“입학한 지 얼마 안 돼, 한 여학생을 보고 첫눈에 반했죠. 4년 내내 한번 고백도 못 하고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어요. 그 친구를 학교에서 볼 수 없는 방학이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죠. 그 아이가 물리학과 수석인 걸 알고, 저도 참 열심히 공부했어요. 덕분에 저도 A장학금 수혜자 명단에 함께 이름을 올렸죠. 81학번 물리학과 박성희에게 꼭 안부를 전하고 싶습니다. 부인에게 혼나지 않겠느냐고요? 이미 아내에게는 그 이야길 다 고백한걸요, 하하.”
그는 대우그룹 재직 시절인 1993년, <꿈이 있는 세상에는 퇴근 시간이 없다>는 책을 집필해, 회사원의 애환을 담백하게 풀어냈다. 12년이 흐른 지금, 일의 재미에 푹 빠진 이 동문에게 여전히 퇴근 시간과 휴일은 없다.
“목숨 걸고 매달렸기에 원하던 일을 한 번도 못한 적은 없어요. ‘워크홀릭’이라 부를지 몰라도 ‘부가가치있는 일’을 창출할 때 저는 가장 행복합니다.”
이남희(98·영문) 동아일보 월간 신동아 기자·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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