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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 인문학 연구기금 1억원 기부한 전해종 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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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10-14 20:53 조회12,1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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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인간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인문학 연구기금 1억 원 기부한 전해종 사학과 명예교수 

 

"대학원에서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에게 경제적인 뒷받침은 절실하지요.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래서 이 기금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해요." 


지난 9월, 모교에는 각별한 기부소식이 알려졌다. 사학과 전해종 명예교수가 인문학 연구기금으로 써달라며 1억 원을 전달한 것. 평생 학자로만 살아온 노교수가 사재를 털어 내놓은 것이라고 보기엔 액수가 컸다. 더구나 기금의 상당액이 독립운동 보훈금에서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학교 안팎에서는 기금의 의미를 더욱 귀하게 보고 있다.


장학금은 "갚아야 할 돈"

전해종 교수는 장학금에 보은의 의미가 있음을 먼저 상기시켰다.

"내가 공부할 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원조를 받았어요. 처음에는 개인으로부터, 후에는 장학재단에서 받았지요. 6,7년 동안 원조를 받아 공부하면서, '이건 나중에 갚아야 할 돈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그 생각이 점점 깊어진단 말이죠. 그래서, 교수생활 하면서 절약해 모은 많지 않은 돈을 내놓은 겁니다."

 

이런 뜻으로 전해종 교수는 이미 지난 2000년부터 매년 모교 사학과의 대학원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해왔다. 그러다가 이번에 '경백(鏡白) 동양사 연구기금'이라는 이름으로 1억 원을 기부한 것이다. 앞으로 매년 사학과 대학원생 2명이 이 기금의 장학생으로 선발된다. '경백'이란, 전해종 교수의 조부와 선친의 아호에서 각각 한 자씩을 따온 말이다.


독립운동 보훈금 30년간 모아 

장학기금의 이름이 그렇게 정해진 것은 기금의 출처와 관계 깊다. 전해종 교수의 조부와 선친 모두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했고, 이에 따라 전해종 교수는 30여 년 동안 독립유공자 후손으로서 보훈금을 받아왔다. 보훈금을 쓰지 않고 모아온 전해종 교수는 이번에 그 돈을 장학기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조부께서 재산을 다 처분해서 만주 간도에 가 계몽사업을 하셨어요. (그래서 전해종 교수의 출생지는 만주 용정이다.) 인쇄업, 출판업 등을 했는데, 독립운동단체에서 쓴 역사책을 만들었다가 모두 일본 경찰에게 압수 당하기도 했습니다. 조부께서는 내가 5살 때 감옥에서 나오셨고, 부친은 계속 밖에서 독립운동을 했어요. 그러는 동안 가산을 완전히 탕진했지요. 해방 후 선친이 돌아가시고 나서 보훈금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조성된 장학기금에는 독립운동의 정신이 깃들인 셈이다. 전해종 교수는 또 장학기금의 용도에 대해 단서를 달았다. 바로, 인문학 연구를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강에선 인문분야 중요성 잘 알 것

"많지 않은 돈이니까 막연하게 낼 수는 없고, 어떤 분야에 쓰는 게 좋을까 하다가 인문 분야가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인문 분야를 하기도 하니까. 자연과학은 물론이고, 사회과학 분야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돕는단 말이에요. 요즘은 물질, 과학기술의 시대니까. 그러다 보니 인문학이 도외시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시대일 수록 인문학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행복을 추구한다고 할 때, 물질적 행복과 정신적 행복에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전해종 교수는 강조한다. 정신적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인문학인데, 그것이 홀대받고 떠밀리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장학기금에는 그 균형을 바로잡고자하는 의지가 들어있는 것이다. 전해종 교수는 오늘날의 세태를 돌아볼 때 인문학의 가치가 더욱 절실함을 지적한다. 

"요즘 TV를 보면 너무 물질적인 것을 추구해요. 범죄와 살인도 많죠. 물론 인간이 물질적으로 풍부해져야 할텐데, 그런데 그것에 너무 치우쳐서 인간의 근본적 문제를 도외시하면, 거기서 정치적 사회적 부정부패가 나오는 겁니다. 인문학은 좀더 근본적으로 인간은 무엇인가를 묻고 진로를 찾습니다. 그것이 물질 생활의 바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서강은 기금이 잘 쓰여질 수 있는 곳이라고 전해종 교수는 내다봤다. "서강대학은 종교 재단이어서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고, 가장 기본적인 목표와 방향이 설정돼 있다"고 전해종 교수는 평가한다. 그러면서도, 자연-사회-인문 분야간의 밸런스를 생각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사기> 읽으며 인간관 연구에 전력

균형감각은 전해종 교수가 줄곧 견지해 온 덕목이다. 전해종 교수는 지난 연구생활을 회고하며 인간을 연구하는 데에 역사학을 선택한 것이 잘 한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현실에서 동떨어지지 않은 위치에서 관망할 수 있는 역사학을 연구하여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숲을 떠나서 숲을 봐야 하지요. 숲 속에 파묻히면 숲을 못 보니까. 역사 가운데서도,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동양사를 선택한 것은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전해종 교수는 요즘 인간관에 대한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사기(史記) >를 다시 읽으며 사마천의 인간관을 정리하고 있고, 내년쯤 책을 낼 계획이다. 중국의 인간관 전반을 다뤄보고자 했는데, 현실적으로 <사기>를 통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그 중간 결과물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또한 60년 전 청년 학자로서 역사 연구를 시작하며 묻던 것,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은 어디서 왔나?’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작업에 다름 아니다.

 

⋄ 전해종 교수는 1919년 생으로 서울대학교 사학과 교수를 거쳐 1968년부터 1985년까지 모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동아연구소 초대소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한국 역사학계의 개척자로서 역사학회, 동양사학회, 진단학회 회장을 두루 맡았고, 현재 대한민국학술원회원이다.

 

장영권(91·사학) 광운대학교 중국학과 강사·본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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