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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CEO를 찾아서-경영전략 컨설팅의 선두주자 이석근(82·경영)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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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5-10-14 20:48 조회23,5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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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거대기업 미래 설계자

이석근 동문(82·경영,엑센츄어 아시아 태평양 자본시장 총괄)

 
'서강 CEO를 찾아서' 코너에서 만나보고 싶다는 첫 연락을 할 때부터 그는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다. 간신히 허락을 받아내고 6일 오후 여의도 중식당에서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내가 여기에 나올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처음에는 그가 자신이 이룬 것에 대한 부족함을 표시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자신을 낮춘 것은 모자람의 표시가 아닌 서강대를 향한 존경의 표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엑센츄어 아시아 태평양 자본시장 총괄 이석근(82·경영) 동문. 그는 96년 A.T커니의 서울지사로 한국에 발을 디딘 후 10년 동안 미개척 분야였던 국내 경영 전략 컨설팅의 수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놓았고 지금은 연매출액 17조원, 직원 12만 명의 최대 경영 및 IT 컨설팅 업체의 부사장이 되었다. 모교 전체 수석 졸업 후 교수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떠났던 유학을 그만두고 최고의 컨설턴트의 길을 선택하기까지 그의 삶과 서강을 향한 애정에 대해 들어보았다.

- 86년 졸업 당시 전체 수석을 하셨어요. 학점이 인색하기로 유명했던 당시 모교에서 4.0은 경이로운 수준인데요.

"저보다 먼저 이 코너에서 인터뷰했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니 대부분 재학시절 학점이 안 좋았다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학창시절에 공부벌레처럼 공부한 것은 아니었어요. 시험 전 벼락치기로 공부를 많이 했는데 제가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한 번 들은 것은 잘 안 잊어버려요. 후배들이 들으면 화낼까요? 하하."

- 대학 학창시절 '이석근' 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평범하고 친근한 학생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수업 시간에 교수님과 한 시간 내내 한 문제로 설전을 벌일 정도였으니까요. 같은 반 학생들이 보기에는 교수에게 한 마디도 지지 않고 혼자 수업시간을 다 차지하는 저를 보고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라고 했을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좀 특이했죠. 하지만 공부만 했던 건 아니었어요. 테니스에 푹 빠져있었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어요. 노래를 잘 못 불러서 참여는 못했지만 노래밴드인 킨젝스 친구들과 매우 친했어요. 특히 '봄여름가을겨울' 의 보컬 전태권 씨와 단짝이었죠. 지금도 전태권 씨와 거의 매일 통화하고 킨젝스 모임 때 같이 가기도 해요. 살짝 귀띔하자면 시험 볼 때 제가 전태권 씨에게 도움을 좀 줬죠."

- 교수가 되기 위해 미국 유학을 가셨는데 왜 그 꿈을 접으셨어요?

"시카고 대학에서 MBA 학위수여를 받고 계속 공부하는 도중에 시카고에 본사를 두고 있는 A.T 커니에 시험을 봤는데 덜컥 붙어버렸어요. 입사하자마자 저에게 연봉 1억 2천만 원을 주고 옷 사 입으라고 3000만 원을 주었어요. 매일 청바지에 T셔츠만 입고 다니다가 다른 세상 온 것 같았죠. 모교에서 저에게 기대를 가지고 계시는 교수님을 생각해서 딱 3개월만 하고 다시 공부하자고 다짐했죠. 그런데 일이 익사이팅하고 즐거워서 그만둘 수가 없었어요. 하는 일은 학교와 비슷한데 제가 제시하는 대로 기업이 바뀌는 성과가 바로 나타나니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죠. 재작년 서강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로 일했으니 오히려 이 길이 교수의 꿈을 이룰 수 있었던 더 빠른 길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는 2001년 액센츄어의 글로벌 파트너가 된 이후 국민은행 합병, 기아차 매각, 알리안츠의 제일생명 인수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잇달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IMF시기에는 금융감독위원회의 구조개혁기획단원과 은행, 증권의 경영 평가 위원으로 국내 금융구조조정의 기획과 실행에 참여했다. 2003년부터는 액센츄어 아시아 태평양지역 7개국의 자본시장 총괄로 승진해 한국뿐 아니라 일본, 호주, 중국 등 외국 금융기관의 컨설팅을 기획, 지원하고 있다.

 

- 이석근 동문이 느끼는 컨설팅 직업의 매력은 뭔가요?

"쉬운 직업은 아니죠. 업계에서는 '컨설팅 직종에 근무하면 돈은 많이 벌 수 있다. 돈을 많이 받는 게 아니라 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고 농담 삼아 말하곤 해요. 반면 컨설팅 직업의 매력은 엄청난 영향력이죠. 컨설팅의 결과에 따라 기업의 생존이 좌우 될 때가 많습니다. 잘못되면 기업이 과거 수준으로 떨어지고 잘되면 한순간에 업계의 수위를 차지하기도 하죠. 거의 다 후자의 경우에 해당되어서 고객을 웃으며 만날 수 있었던 저는 행운아죠. 이런 과정에서 쌓인 신뢰 덕택에 일이 끝나고도 최고 경영자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파트너가 될 때 보람을 느낍니다."

- 서강대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영국이나 미국의 교육을 받다 보면 느끼지만 서강은 작지만 강한 학교예요. 선배들의 학교에 대한 애정도 크죠. 사회에 나오면 학연을 따지며 세를 형성해 가는 그룹이 있기 마련이지만 절대 기죽을 필요 없어요. 기댈 곳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경쟁력을 키우게 되고 수가 적은 만큼 잘 뭉쳐요. 조용히 뒤에서 성실히 일하는 서강인의 모습도 훌륭하지만, 실력을 갖추고 자신의 색깔을 당당히 나타내며 매사에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리더로서의 서강인의 모습이 더 좋아 보여요. 서강인은 다 그럴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서강에 받은 게 많아서 그저 베풀고 싶다는 이석근 동문. 그는 기회가 된다면 후배와 후학을 위해 쌓은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주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물론 컨설팅 산업에서 최고가 된 다음의 일이다. 그에게 서강은 어떤 의미일까? 돌아온 답은 너무도 익숙했다. ‘그대 서강의 자랑이듯, 서강 그대의 자랑이어라’

 

동정민(99·영미문화)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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